
[더팩트ㅣ안디모데 기자] 장맛비가 쏟아진 지난 9일 오전 10시께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주변에 개표소 봉쇄 시위대 100여명이 모였다.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은 상태로 비를 맞으면서도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흔들며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재검표를 눈앞에서 해야 믿을 수 있다"며 폭염과 장맛비에도 끝까지 시위 현장을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재선거를 주장하는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가 11일로 37일째를 맞았다. 본격 장마철을 맞아 시위대는 연일 폭염과 폭우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지난 9일 경기장 2-4 출입구와 2-5 출입구 사이 구조물 아래 공간에는 모기장 14개, 텐트 2개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60대 남성 최모 씨는 "여기가 건물 밑이라 비도 안 들어오고 낮에도 시원하다"며 "모기장만 들고 오면 여기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2-1 출입구 앞에는 10여명이 천막을 세운 뒤 그 밑에 돗자리를 깔고 캠핑용 의자에 앉아 비를 피했다. 한 30대 남성은 천막을 손으로 들어 올려 고인 빗물을 빼냈다. 1-4 출입구 앞에는 검은색 파라솔과 갈색 천막이 설치됐다. 1-3 출입구 인근에도 방수포가 설치됐고 그 밑으로 모기장과 텐트 10여개가 놓였다. 2-2 출입구 인근에도 방수포와 비닐이 쳐지면서 더위와 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자신을 자원봉사자로 소개한 20대 남성은 "후원받은 비닐을 사용해 천막 안으로 비가 들어오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모(30) 씨는 "누군가 가져온 파라솔과 천막도 있고, 건물이 어느 정도 비를 막아주고 있다"며 "낮에도 그늘에 있으면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위대는 '윤석열이 옳았다', '한미 공조 국제 수사', '재선거' 등이 적힌 종이 피켓을 빗물에 젖지 않도록 비닐로 감쌌다.

1-1 출입구 앞에는 '유권자 냉난방 쉼터. 미국에서 여러분들과 함께합니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는 대형 버스 4대도 등장했다. 대학생 차병선(22) 씨는 "3주째 나오고 있는데 더우면 냉방 버스에 들어가서 쉬거나 현장에서 나눠주는 얼음물을 마시며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곳곳에서는 우산과 우비를 나눠줬다. 한 70대 여성은 시위 참가자들에게 "우산 필요하냐"고 권했다. 한 40대 여성이 "파는 거예요"라고 묻자, 70대 여성은 "그냥 가져가라"며 우산을 건넸다. 물품 나눔소에는 일회용 우비 40여개 담긴 플라스틱 상자와 함께 '우비 가져가세요'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시위대는 장마가 시작되고 폭염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일제히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가 논의 중인 핸드볼경기장 내 투표지 재검표를 두고는 "눈앞에서 해야 믿을 수 있다"고 했다.
성모(62) 씨는 "재검표에 찬성하지만 투표지를 이송하지 말고 이곳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까보면 부정선거가 다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대 목표가 재선거인 만큼 마지막까지 개표소 현장을 지킬 예정"이라고 했다. 최 씨도 "재검표는 우리들 보는 앞에서 해야 믿을 수 있다"며 "재검표가 끝나면 핸드볼경기장에 있을 이유는 없고 광화문 등으로 자리를 옮겨 시위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검표가 아니라 재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곽정훈(71) 씨는 "재검표는 투표에 이상이 없었다고 묻어가려는 수작"이라며 "국조특위에서 재검표를 한다면 꼭 막아야 한다"고 했다.
elahep1217@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