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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형 랩 배상 기준점 세운 금감원…엇갈린 판례 속 NH증권 선택은
입력: 2026.07.10 00:00 / 수정: 2026.07.10 00:00

분조위, 목표수익률 반영해 손해액 산정
NH투자증권 수락 여부 따라 소송전 가능성도


NH투자증권은 채권형 랩 손실 배상 여부를 두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 수락을 검토하고 있다.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채권형 랩 손실 배상 여부를 두고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 수락을 검토하고 있다. /NH투자증권

[더팩트|윤정원 기자] 채권형 랩 손실 배상을 둘러싼 NH투자증권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손해액의 60~70% 배상 결정을 내렸지만, 앞선 민사 판결에서는 증권사의 책임 범위와 손해액 산정을 두고 판단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 손해액 60~70% 배상…금감원 분조위 첫 기준 나왔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달 29일 NH투자증권의 채권형 랩 운용 과정에서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손해액의 60~7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분조위가 채권형 랩 손실과 관련해 투자일임업자의 선관주의·충실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손해배상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조위는 신청인 2명에게 각각 손해액의 70%와 60%를 배상하도록 결정했다. 구체적으로는 한 투자자에게 12억6000만원, 다른 투자자에게 3억9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원금 손실 여부가 아니라 목표수익률을 반영한 만기 예상 상환액과 실제 상환액의 차이를 손해액으로 본 점이 핵심이다.

분조위는 NH투자증권이 투자일임재산으로 기업어음(CP)과 채권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수한 행위도 문제 삼았다. 고객 자산을 운용하면서 투자자에게 불리한 가격으로 편입자산을 사들인 것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와 투자자 이익을 보호해야 하는 충실의무에 어긋난다는 판단이다.

만기 미스매칭 운용도 쟁점이 됐다. 랩 상품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잔존만기가 더 긴 채권과 CP를 편입하고, 이후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손실을 키웠다는 게 분조위 판단이다. 채권형 랩 상품이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금리 급등과 신용경색을 거치며 손실을 낸 배경에는 이 같은 운용 관행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금융당국은 채권형 랩·신탁 불건전 운용과 관련해 NH투자증권을 포함한 9개 증권사를 검사했다. 이후 기관경고와 기관주의,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제재가 이뤄졌다. 이번 분쟁조정은 행정 제재를 넘어 개별 투자자에 대한 민사상 배상 책임까지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신도리코 일부 승소·MG손보 패소…엇갈린 법원 판단

시장에서는 이번 조정안의 파장이 NH투자증권 한 곳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채권형 랩·신탁을 둘러싼 분쟁은 이미 여러 증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과 분쟁조정으로 이어져 왔다. 특히 법원에서는 증권사의 운용상 의무 위반 여부뿐 아니라, 어디까지를 실질적인 손해로 볼 것인지를 두고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대표 사례는 신도리코와 한국투자증권 간 손해배상 소송이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최근 신도리코가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해 약 40억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문제 삼은 대목은 만기 미스매칭 미고지와 부적절한 고가 매입이었다.

해당 사건에서 신도리코는 2022년 10월 한국투자증권에 미화 4400만달러를 투자 원금으로 납입하고 1년 만기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수익률 7.75%를 제시하며 A1등급 CP와 AA-등급 채권 등을 주요 운용 대상으로 제안했지만, 만기 때 반환된 금액은 원금에 못 미치는 4325만여달러에 그쳤다.

법원은 한국투자증권이 장부가로 CP를 고가 매입한 행위가 수익자의 최상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사 연계·교체 거래를 위한 성격이 있었다고 봤다. 금융상품제안서에 만기 불일치 사실을 충분히 기재하지 않은 점도 의무 위반 판단의 근거가 됐다. 전문투자자라 하더라도 신탁업자가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판결에 반영됐다.

반면 MG손해보험이 한국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결과가 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는 지난해 9월 MG손해보험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원금 자체가 보전됐거나 기존 수익금 규모가 컸던 경우에는 손해 발생과 증권사 의무 위반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받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바로저축은행 관련 소송에서도 증권사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행정 제재가 있었다고 해서 민사 법정에서 곧바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민사소송에서는 위법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손해액 산정 기준, 고객의 투자 경험과 상품 이해도 등이 개별적으로 따져진다.

◆ 목표수익률 반영 기준 확산될까…커지는 증권사 부담

이번 분조위 조정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앞선 일부 민사 판결과 마찬가지로 목표수익률을 반영한 만기 예상 상환액과 실제 상환액의 차이를 손해액 산정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단순 원금 결손만이 아니라 고객이 만기 때 받을 것으로 기대했던 원리금 수준을 손해액 판단에 포함한 셈이다.

이 기준이 굳어질 경우 채권형 랩·신탁 분쟁을 안고 있는 증권사들의 배상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법인 고객의 단기자금 운용수단으로 판매된 랩·신탁 상품에서 목표수익률은 상품 제안과 투자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활용돼 왔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제안서상 목표수익률과 실제 상환액의 차이를 손해로 주장할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반대로 NH투자증권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목표수익률이 확정수익률이 아닌 예상수익률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내세울 수 있다. 또 레고랜드 사태와 급격한 금리 상승이라는 외부 시장 환경, 투자자의 전문성, 원금 보전 여부 등에 따라 손해 범위를 달리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여지도 있다.

NH투자증권은 아직 조정안 수락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분조위 조정 결정문을 받긴 했지만 20일 안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 금감원에 보고하는 형식"이라며 "아직 10일 정도 시간이 있는 상황으로, 내부통제위원회를 개최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을 경우 분쟁조정 절차는 종료된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수용 결정을 하지 않을 경우 해당 민원은 그대로 종료되는 것"이라며 "그 이후 추가적인 소송을 할지는 고객이 결정하는 것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분조위 절차가 끝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분조위 절차 종료가 곧바로 분쟁 종결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분조위 조정안은 양측이 모두 수락해야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NH투자증권이 조정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은 민사소송을 통해 배상 책임과 손해액 산정 기준을 다시 다툴 수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순간 유사 사건의 사실상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반대로 거부할 경우 고객 신뢰와 평판 리스크, 소송 장기화 부담을 감수해야 해 셈법이 복잡할 것"이라고 말했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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