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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멈췄다"…중복상장 새판 짜는 가이드라인
입력: 2026.07.06 14:27 / 수정: 2026.07.06 16:39

주관사 선정 후 제동…SK에코플랜트·CJ올리브영도 영향권

[더팩트ㅣ남용희 기자] 코스피 지수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9000을 돌파한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더팩트ㅣ남용희 기자] 코스피 지수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9000을 돌파한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더팩트|윤정원 기자]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면서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준비해 온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주관사 선정 이후 상장 절차를 멈춘 HD현대로보틱스를 비롯해 SK에코플랜트, CJ올리브영,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IPO 후보들도 새 제도가 상장 전략에 미칠 영향을 따져보는 분위기다.

◆ 멈춘 HD현대로보틱스…첫 시험대 오른 물적분할 IPO

6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물적분할 자회사 IPO에 대한 주주동의 의무화다. 상장사가 물적분할로 설립한 자회사를 다시 상장하려면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주주동의를 거치지 않으면 투자자 보호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HD현대로보틱스가 거론된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5월 HD현대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된 로봇 계열사다. 올해 UBS와 한국투자증권, KB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했지만 이후 상장 절차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공동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과 하나증권, 키움증권이 맡고 있다.

HD현대로보틱스는 로봇 산업 성장성과 투자 확대 필요성을 상장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는 기업이다. 다만 물적분할 자회사인 만큼 일반주주 보호라는 과제를 함께 안고 있다. 새 가이드라인 아래에서는 상장 필요성뿐 아니라 모회사 주주동의를 어떻게 확보하고 어떤 보호방안을 제시할지가 IPO 재개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HD현대로보틱스는 물적분할 자회사이면서 성장산업으로 꼽히는 로봇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새 가이드라인의 적용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상장 필요성을 설명하는 것보다 모회사 주주들에게 어떤 보상과 보호방안을 제시하느냐가 심사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상장 전략 다시 짜는 자회사들…IPO냐, 다른 해법이냐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의 영향은 HD현대로보틱스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IB업계에서는 상장을 준비 중이거나 검토해 온 자회사 전반이 일정과 전략을 다시 점검하는 분위기라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SK에코플랜트와 SK플라즈마, 한화에너지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들 기업을 모두 같은 기준으로 볼 수는 없다. 물적분할 자회사인지, 상장사의 일반 자회사인지, 현재의 지배구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에 따라 적용 기준과 심사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SK에코플랜트는 상장사인 SK의 핵심 비상장 자회사로 오래전부터 중복상장 논란이 제기돼 온 기업이다. SK는 최근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SK에코플랜트 지분 일부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며 IPO 외 회수 방식을 선택했다. 제도 변화에 따라 자회사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 전략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SK플라즈마 역시 IPO 과정에서 중복상장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다만 회사는 물적분할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상장 명분으로 제시해 왔다. 중복상장 여부를 단순히 물적분할 이력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자금 조달 필요성과 모회사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CJ올리브영과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제도 변화를 예의주시하는 기업으로 꼽힌다. CJ올리브영은 IPO 대신 지주사 CJ와의 합병 가능성이 시장에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역시 송도 공장 투자 등 성장 전략과 별개로 적자 부담과 중복상장 이슈를 함께 풀어야 한다. 자회사 IPO 후보들이 상장을 강행할지, 일정을 늦출지, 지배구조 개편을 선택할지를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 IPO 공식 바뀌었다…주주동의가 새 관문

새 가이드라인은 자회사 상장 자체보다 모회사 주주 보호 절차를 앞세웠다. 물적분할 자회사는 반드시 주주동의를 받아야 한다. 주주동의를 얻지 못하면 투자자 보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주주동의 기준은 출석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이다. 의결권이 없는 주식은 제외하며, 3%를 초과해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까지 합산해 3% 초과 여부를 판단한다.

모회사 이사회 역할도 한층 커졌다. 이사회는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주주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후 주주와 소통하거나 주주총회 또는 이에 준하는 절차를 통해 주주동의를 확인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 자회사 상장에 대한 찬반을 의결한 뒤 자회사에 통보해야 한다.

주주 보호방안 역시 선언적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 거래소는 현금배당과 자사주 소각, 자회사 주식 현물배당, 신사업 투자와 수익성 개선을 통한 모회사 가치 제고, 일정 기간 추가 분할이나 다른 자회사 상장을 하지 않겠다는 확약 등을 예시로 제시했다. 이행 시점과 방법, 조건까지 구체적으로 담긴 실행 계획이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물적분할이 아닌 일반 자회사도 중복상장 심사를 받는다. 다만 주주동의를 거치면 주주 보호 노력을 다한 것으로 추정한다. 반대로 주주동의를 받지 못하면 거래소가 자금 조달 필요성과 산업 특성, 모회사와 자회사의 관계 형성 배경, 자회사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개별 심사한다. 결국 같은 자회사 IPO라도 물적분할 여부와 지배구조, 사업 독립성에 따라 상장 전략은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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