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폴라린 발로건의 출전정지 징계를 유예한 가운데 벨기에가 반발했다. 레드카드를 받은 선수가 곧바로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있게 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안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판정 재검토를 요청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5일(현지시간) 벨기에축구협회는 FIFA 결정 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2026 FIFA 월드컵 경기 규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라며 "참가국의 권리와 축구의 공정성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루디 가르시아 벨기에 대표팀 감독은 "7월 5일이 유럽의 만우절인 줄 알았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논란의 중심에는 미국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 발로건이 있다. 발로건은 지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32강전 후반 19분 타리크 무하레모비치와 경합 과정에서 상대 발목을 밟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주심은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레드카드를 선언했다.
통상 레드카드는 다음 경기 자동 출전정지로 이어진다. 미국 역시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발로건 없이 경기를 치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FIFA 징계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FIFA는 징계 규정 27조를 근거로 발로건의 1경기 출전정지 처분 집행을 1년 동안 유예했다. 레드카드 자체는 유지하면서도 징계 효력만 미룬 이례적인 결정이다. 발로건은 다가오는 벨기에와의 8강전에 정상 출전한다.
다만 향후 1년 안에 유사한 위반 행위를 하면 유예했던 징계와 추가 징계를 함께 받을 수 있다. 발로건은 이번 대회 4경기에 출전해 3골을 터뜨리며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이같은 결정은 정치권으로까지 확산했다. CNN은 5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인판티노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발로건의 퇴장 판정을 다시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FIFA의 결정이 나온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옳은 결정을 내려준 FIFA에 감사한다"고 게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인판티노 회장은 평소 친밀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FIFA의 결정을 환영했다. 미국축구협회는 "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발로건이 16강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대표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퇴장 이후 수적 열세 속에서 오랜 시간을 버텼다"며 "위원회가 공정한 결론을 내렸다"고 일축했다.
다만 축구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후폭풍을 낳을 것으로 관측한다. 개최국의 핵심 선수가 토너먼트 직전 징계 부담을 덜었고 미국 대통령이 FIFA 회장에게 직접 연락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기 때문이다.
FIFA는 백악관의 개입 여부와 관련한 언론의 질의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벨기에가 공식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이번 결정은 월드컵 심판 판정과 징계 절차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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