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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레이스를 하는 이유…답은 양산차에 있었다[TF현장]
입력: 2026.07.04 00:00 / 수정: 2026.07.04 00:00

WEC·WRC 등 극한의 레이스에서 검증한 기술
공도·드리프트·짐카나로 '더 좋은 차 만들기' 철학 체험


토요타 GR86이 2026 토요타 GR 모터스포츠 클래스에서 드리프트 시범 주행을 하고 있다. /보령=황지향 기자
토요타 GR86이 '2026 토요타 GR 모터스포츠 클래스'에서 드리프트 시범 주행을 하고 있다. /보령=황지향 기자

[더팩트ㅣ보령=황지향 기자] 렉서스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SUV) LX700h는 거대한 차체가 무색할 만큼 부드럽게 달렸고 캠리는 세단다운 안정감으로 기본기를 보여줬다. 프리우스는 라바콘 사이를 누비며 차량의 균형을 익혔고 GR86은 타이어 연기와 함께 과감한 드리프트를 그려냈다.

지난 2일 한국토요타자동차가 충남 보령 아주자동차대학교에서 마련한 '2026 토요타 GR 모터스포츠 클래스'에서 경험한 프로그램들이다.

각기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이었지만 관통하는 메시지는 하나였다. 모터스포츠는 기록을 위한 무대가 아니라 더 좋은 양산차를 만들기 위한 개발 과정이라는 것이다.

행사는 토요타 가주 레이싱(GR)의 철학을 소개하는 강의로 시작됐다. 가주 레이싱은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브랜드다. 레이스를 통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를 양산차 개발에 반영하는 '더 좋은 차 만들기' 철학을 상징한다.

유민하 한국토요타자동차 부장이 2026 토요타 GR 모터스포츠 클래스에서 토요타 가주 레이싱(GR) 브랜드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유민하 한국토요타자동차 부장이 '2026 토요타 GR 모터스포츠 클래스'에서 토요타 가주 레이싱(GR) 브랜드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유민하 한국토요타자동차 부장은 "모터스포츠는 빠른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며 "혹독한 레이스 환경에서 얻은 경험과 데이터를 양산차 개발에 반영하는 것이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핵심 가치"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토요타는 FIA 세계 내구 선수권(WEC), FIA 세계 랠리 선수권(WRC),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일본 슈퍼 타이큐 시리즈 등 세계 주요 모터스포츠 무대에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장시간 극한의 내구성과 성능을 검증하는 WEC, 일반도로와 비포장도로, 눈길 등을 달리는 WRC, '녹색 지옥'으로 불리는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까지 모두 양산차 개발을 위한 실험실이라는 설명이다.

유 부장은 특히 토요다 아키오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길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차를 만든다"며 "차는 책상 위가 아니라 실제 도로와 서킷에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레이스에서 얻은 기술은 결국 고객이 매일 타는 자동차에 적용된다. 모터스포츠와 양산차는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도 시승에 투입된 렉서스 LX700h. /황지향 기자
공도 시승에 투입된 렉서스 LX700h. /황지향 기자

강의실에서 들은 철학은 첫 번째 프로그램인 공도 주행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토요타는 레이스에서 검증한 기술이 결국 고객이 매일 타는 양산차의 완성도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는데, 직접 운전대를 잡아보니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먼저 렉서스 LX700h를 몰았다. 차체 크기만 보면 도심 주행이 부담스러울 것 같았지만 실제 느낌은 정반대였다. 거대한 차체가 무색할 만큼 운전은 편안했고 스티어링은 자연스러웠다. 노면 충격은 부드럽게 걸러냈고 정숙성도 인상적이었다. 플래그십 SUV답게 운전자가 차를 신뢰하고 다룰 수 있도록 세심하게 다듬어진 완성도가 돋보였다.

이어 시승한 캠리는 화려한 성능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세단이었다. 가속과 제동, 코너링 모두 과하지 않았고 운전자의 조작에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이후 체험한 GR86 택시 드라이빙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인스트럭터가 운전대를 잡자 GR86은 코너마다 과감하게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드리프트를 이어갔다. 타이어 마찰음이 귀를 때리고 창밖으로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토요타 GR86이 시범 주행을 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토요타 GR86이 시범 주행을 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실내에는 고무 타는 냄새가 스며들었지만 두려움보다 짜릿함이 먼저 느껴졌다. 거친 움직임 속에서도 차는 운전자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움직였고 '스포츠카는 이런 맛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GR86이 왜 토요타 가주 레이싱을 대표하는 모델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짐카나는 이날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다. 프리우스를 타고 라바콘 사이를 빠져나가고 회전 구간과 긴급 회피 코스를 통과하는 과정은 단순한 기록 경쟁이 아니라 차량 제어 능력을 익히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박상현 아주자동차대학교 교수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짐카나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박상현 아주자동차대학교 교수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짐카나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황지향 기자

처음에는 브레이크를 일찍 밟고 조심스럽게 코너를 돌았지만 주행을 반복할수록 차량 성능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기본기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선 처리와 브레이크 타이밍, 스티어링 조작 등 작은 차이가 차량의 움직임을 바꿨고 인스트럭터가 강조한 "차를 믿고 자신 있게 조작하라"는 조언의 의미도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이날 프로그램은 공도 주행과 드리프트, 짐카나를 통해 토요타가 모터스포츠를 단순한 레이스가 아닌 자동차 개발 과정으로 바라보는 이유를 보여줬다. 극한의 주행 환경에서 축적한 기술과 경험을 양산차에 반영하고 이를 다시 고객의 일상으로 연결하는 것. '더 좋은 차 만들기'라는 토요타의 개발 철학이 프로그램 전반에 녹아 있었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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