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생태계 구축사업 성공은 기업 뿐 아니라 ‘국가의지’ 관건
20여년전 푸둥과 새만금의 달라진 운명...서남부 반도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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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 회장과 이재명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푸둥과 새만금’ 지난 2003년부터 3년간 중국 상하이에서 국내 종합언론사 1호 특파원으로 일하고 돌아온 필자는 2006년 ‘상하이 견문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을 출간했는데, 욱일승천하는 중국 경제를 상징하는 상하이의 핵심, 푸둥지구와 전북 새만금 지구를 비교하는 내용을 썼다.
중국 정부는 개혁개방의 중점 도시인 상하이시에 최초의 국가급 신구(경제개발구)로 ‘푸둥(浦東) 신구’를 지정했다. 1991년부터 추진됐고, 1992년 10월 국무원에 의해 공식 지정됐다. 푸둥 지역은 본래 아무 것도 없는 농촌이었으나 중국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필자가 활약하던 당시에도 이미 중국 경제의 핵심으로 성장했다.
상하이 시장과 당 서기를 역임한 장쩌민, 주룽지 등 시대를 이끈 지도자들에 의해 차질없이 추진돼 불과 10여년 만에 ‘동양의 맨해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후 오늘날 ‘황제’라 불리는 시진핑 주석도 상하이 당서기를 역임하며 푸둥 발전을 이끌었다.
동방명주나 진마오 타워, 상하이 세계금융센터, 상하이 타워 등 마천루가 즐비한 푸둥 지구에는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나 지역본부 건물들이 즐비하고 중국 최대 증권거래소인 상하이 증권거래소도 들어서있다. 중국 정보통신과 생명공학 등 과학기술 첨단 연구단지인 ‘장장고과기원구’에는 중국 유수의 기업과 대학교의 2천여개의 연구소들이 들어서 중국의 ‘과학 굴기’를 주도한다.
황푸강 변에는 ‘후둥중화조선소’가 있어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호위함이나 LNG 운반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도 건조하고 있고, 중국 푸둥 국제공항은 푸둥 지구를 세계와 연결한다. 당시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이었던 이효수 본부장이 "중국 연안을 연결하고 양쯔강을 그려보면 마치 화살을 쏘는 듯한 느낌인데, 상하이가 바로 화살촉에 해당된다"면서 ‘세계를 향해 웅비하는 모습’을 연상해보라고 한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푸둥지구와 비슷한 시기인 1991년 한국 정부도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새만금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33km)를 건설해 여의도 면적의 14배인 1억2030만 평의 국토를 넓혀 ‘경제와 산업, 관광을 아우르는 동북아 경제중심지로 비상할 ’글로벌 명품 새만금‘을 건설하겠다는 당시 발표가 생각난다.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의 새만금 지구의 모습이 과연 ’글로벌 명품‘이라 할 만할까.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니 현대차그룹의 로봇·AI·수소 등 대규모 투자와 연계한 ‘RE100 기반 첨단산업 거점’으로의 전환이 강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 국토교통부 장관이 새만금 개발 청사진 재수립 상황을 점검했다는 기사도 봤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푸둥지구와 새만금 지구의 현재의 차별화된 모습은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당시 필자는 견문록에서 "한국과 중국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소회를 밝힌 적이 있다. 공산당이 이끄는 ’추진력있는‘ 중국과 민주화됐지만 ’복잡다기한‘ 한국의 모습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푸둥과 새만금 얘기를 다시 하게 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전남권 등에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하겠다는 ’호남 반도체‘ 투자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6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반도체·AI·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분야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청취한 뒤 ’정부가 확실히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두 그룹 회장에게 ’국가 영웅 또는 국민 영웅‘이라고 부르고 싶다고도 했다. 이른바 ’국가 주도의 혁신 생태계 구축‘이냐 아니냐를 놓고 많은 논란과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 정도 규모의 엄청난 인프라 구축과 인센티브를 책임지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지원이 없이는 어렵다는 점이다.
막대한 규모의 전력이나 용수 확보는 물론이고 인허가·민원, 인력·협력사 생태계 등 난제가 한두가지가 아닐 것이다. ’왜 호남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은 정치의 영역이다. 하지만 국토 균형발전과 반도체 생태계 대전환을 통해 한국 미래를 한단계 도약시키겠다는 목표 만큼은 우리 모두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호남 반도체‘ 사업은 과연 푸둥의 길을 걸을 것인가, 새만금의 길을 걸을 것인가. 한국 사회는 20년전과 얼마나 달라져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