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보다 공론화…서울 새 구청장들 개발사업 손질
  • 정소양 기자
  • 입력: 2026.06.27 00:00 / 수정: 2026.06.27 00:00
민선 9기 앞 대형 사업 재조정 움직임
6·3 지방선거 이후 서울 주요 자치구에서 대형 개발사업 재검토 움직임이 잇따르며, 민선 9기 들어 속도전 개발에서 주민 공론화 중심 개발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사진은 세운4구역 녹지축 조성 후 모습. /서울시
6·3 지방선거 이후 서울 주요 자치구에서 대형 개발사업 재검토 움직임이 잇따르며, 민선 9기 들어 '속도전 개발'에서 '주민 공론화 중심 개발'로 무게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사진은 세운4구역 녹지축 조성 후 모습. /서울시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6·3 지방선거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 구청장이 다수가 되면서 민선 8기 동안 추진된 대형 개발사업들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사업 자체를 백지화하기보다는 주민 의견 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다시 거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일부 사업은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기조에 맞춰 민선 8기 구청장들이 추진했던 사업들이 새 구청장 취임을 앞두고 잇따라 재검토 대상에 오르고 있다. 개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주민 합의와 공공성을 우선시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사업 추진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우선 종로구에서 개발사업을 둘러싼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종로구는 지난 18일 정문헌 구청장이 직접 결재한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를 고시했다. 변경안에는 청계천변 건축물 최고 높이를 기존 71.8m에서 141.09m로, 종로변 건축물은 54m에서 98.7m로 높이고 층수도 20층에서 38층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6·3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유찬종 종로구청장 당선인은 인수위원회를 통해 "취임 전까지 모든 인허가 절차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민선 8기에서 속도를 내던 세운4구역 개발사업이 민선 9기 출범 이후 재검토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여기에 국가유산청이 세운4구역 사업시행계획 변경인가 취소를 검토하고 있어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의 충돌은 물론 사업 지연에 따른 주민 부담 문제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류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흑석 빗물펌프장을 이전한 뒤 공영주차장과 공원, 심훈문학관 등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사진은 흑석 빗물펌프장을 방문한 류삼영 당선인의 모습. /동작구청장 인수위원회
류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흑석 빗물펌프장을 이전한 뒤 공영주차장과 공원, 심훈문학관 등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사진은 흑석 빗물펌프장을 방문한 류삼영 당선인의 모습. /동작구청장 인수위원회

동작구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류삼영 동작구청장 당선인은 최근 흑석동 한강 수변공간 조성 사업과 아트스페이스 건립 예정지를 찾아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다시 진행해 달라고 구청에 요청했다.

민선 8기 동작구는 흑석동 2-26번지 일대에 세계 최대 규모 영화관과 고급 주거시설, 상업시설 등을 갖춘 한강 수변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왔다. 흑석11구역 재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기부채납 부지에는 대형 문화시설인 아트스페이스 건립도 추진했다.

하지만 류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흑석 빗물펌프장을 이전한 뒤 공영주차장과 공원, 심훈문학관 등을 조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주민 다수가 원하는 시설인지부터 다시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작구 개발사업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은 낮지만 주민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 사업 방향이나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대문구는 개발사업의 방향보다는 추진 과정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박운기 서대문구청장 당선인도 민선 8기 핵심 사업인 유진상가 등 복합개발 추진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해관계자 간 갈등 해소를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박 당선인은 "4년 만에 통합심의를 통과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유진상가 상인과 주민들에 대한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갈등조정관을 채용해 상인과 주민, 토지주 등 이해관계자 간 의견 조율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사업 역시 주민 동의율을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서울 주요 자치구의 대형 개발사업들은 민선 9기 출범 이후 속도전에서 공감대 형성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할 전망이다. 개발을 둘러싼 주민 갈등을 줄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사업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와 주민 불만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새 구청장들 대부분이 개발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얼마나 반영했는지, 공공성을 충분히 확보했는지를 다시 따져보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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