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감수하고 보편적 역무…서남해 17개 도서에 '통신 주권' 보장
행정·생업부터 교육까지 변화…24시간 끊김 없는 통신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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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는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에 위치한 KT 상조도 중계소를 통해 서남해 주변 17개 도서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도군=최문정 기자 |
[더팩트ㅣ진도군=최문정 기자] "도서 지역이라고 해서 인터넷이 느리거나 불편하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도시에서 쓰는 것과 똑같습니다."
전남 진도군 진도항에서 배를 타고 약 1시간. 다시 굽이진 산길을 따라 해발 210m 도리산 정상에 오르자 거대한 통신용 철탑이 눈에 들어왔다. 철탑에는 크고 작은 원형 안테나들이 꽃잎처럼 붙어 있었다. 각각의 안테나는 가사도와 관매도, 독거도, 맹골도, 가거도 등 서로 다른 섬을 향하고 있다. 이곳은 KT 상조도 중계소. 서남해 주변 17개 도서에 전화와 초고속 인터넷을 공급하고, 인근 중계소와 함께 모두 37개 섬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허브다.
지난 26일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에 위치한 KT 상조도 중계소를 찾았다. 이곳은 KT가 보편적 통신 역무를 수행하는 대표적인 현장 가운데 하나다. 보편적 역무는 모든 국민이 거주 지역과 관계없이 전화와 인터넷 등 기본적인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하는 제도다. KT는 의무사업자로 지정돼 전국 도서·산간 지역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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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조도와 같은 도서 지역의 경우, 경제성과 유지 보수의 어려움 탓에 해저케이블을 구축하는 대신 전파를 활용한 마이크로웨이브 방식으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조도 중계소의 경우, 육지에서 오는 통신을 받아 인근 17개 도서에 이를 확산하는 통신 허브 역할을 한다. /KT |
특히 상·하조도와 같은 도서 지역 통신은 일반적인 시장 논리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공공 인프라로 꼽힌다. 해저케이블 구축 비용이 많이 들고 태풍과 염해 등 자연환경의 영향을 자주 받는 데다 이용자 수도 적다는 삼중고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활용되는 것이 전파를 활용한 마이크로웨이브(M/W) 방식이다. 이는 육지와 섬에 각각 철탑을 세우고, 안테나를 설치해 신호를 중계하는 시스템이다.
KT 관계자는 "해저케이블 설치가 어려운 구간은 마이크로웨이브 방식으로 연결한다"며 "대한민국에 사람이 거주하는 섬은 약 470개인데, 이 가운데 KT가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섬은 지난해 말 기준 약 440개에 달한다. 사람이 상주하는 대부분의 섬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상조도 중계소 내부에는 전송장비가 빼곡하게 설치돼 있었다. 이곳에서는 모두 24식의 전송장비가 운영되고 있으며, 인터넷과 일반전화, 방송 등 약 500여 회선과 공공·기반시설용 전용회선 60여 건을 운영한다.
이 시설은 과거에는 직원이 상주했지만, 지금은 무인으로 운영된다. 대신 통신망은 24시간 원격으로 모니터링된다. 태풍이나 낙뢰 등으로 장비가 손상되면 즉시 인력이 투입돼 복구 작업을 진행한다. 통신망도 해남과 진도로 이중화해 하나의 경로에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예비 경로를 통해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KT 관계자는 "도서 지역이라고 해서 이용자에게 추가 요금을 받는 것은 아니다"라며 "육지와 동일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한 번 장애가 발생하면 출장 비용만 30만~40만원이 든다. 주기적으로 막대한 돈을 투자해 시설도 점검해야 한다. 경제성만으로 운영하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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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환 KT p&m 호남무선운용팀 차장이 지난 26일 전라남도 진도군 조도면에 위치한 KT진도지사상조도중계소에서 마이크로웨이브 방식의 통신 서비스 제공 원리와 보편적 통신 역무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진도군=최문정 기자 |
KT는 상조도에 2003년 인터넷 서비스를 도입했고, 2015년부터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신 환경이 개선되면서 주민들의 삶도 크게 달라졌다.
상조도 토박이이자 주민자치회장인 박영남 씨는 "어릴 적에는 촛불을 켜고 공부했고, TV도 안테나를 세워 겨우 2~3개 채널만 볼 수 있었다"며 "마을에 전화도 1~2대뿐이라 중요한 일이 생기면 직접 찾아가야 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날씨 정보도 라디오에 의존해야 했다. 행정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면사무소를 직접 찾아가야 했고, 외부 소식을 접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박 씨는 "지금은 집에서 주민등록등본도 발급받고 필요한 행정 업무도 처리한다"며 "숙박시설과 어촌 체험 프로그램도 인터넷으로 홍보하고 예약을 받고,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한다. 삶의 질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고 말했다.
2018년 상조도에 들어와 민박과 편의점을 운영하는 윤달라 씨도 통신 환경이 생업을 바꿨다고 말한다.
윤 씨는 "민박 예약의 30~40%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들어온다"며 "손님들에게 와이파이도 문제없이 제공할 수 있고 예약과 문의도 대부분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응급 상황에서도 인터넷은 중요한 연결 창구가 된다. 윤 씨는 "아이가 아플 때 바로 병원에 가기 어려운 경우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아보고 병원과 전화 상담을 하기도 한다"며 "영상통화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필요한 정보를 바로 얻을 수 있어 생활이 훨씬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상조도에 거주하는 초중고 학생 80명도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며 학습하고 있다. 윤 씨는 "학원은 없지만 인터넷 강의와 학교의 온라인 소통 덕분에 교육 환경은 육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민규 KT 목포운용팀 팀장은 "도서지역은 수요는 적지만 망 구축과 유지 비용은 훨씬 많이 들어 경제 논리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라며 "통신은 국민 생활과 안전을 위한 필수 인프라라는 인식 아래 전국 어디서나 동일한 기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ay09@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