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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유가 '이중高'...카드사, 생활밀착 택했지만 혜택 축소 우려 '고개'
입력: 2026.06.23 13:26 / 수정: 2026.06.23 13:26

고물가 여파 생활밀착형 카드 잇따라 출시...비용 절감 압박 확대
유류할증료·환율 부담 상승 여행 수요 불확실성 덩달아↑


가계 소비가 위축하는 가운데 카드업계는 최근 몇년간 공들였던 해외여행 관련 마케팅은 포기하고 내수 시장 활성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더팩트DB
가계 소비가 위축하는 가운데 카드업계는 최근 몇년간 공들였던 해외여행 관련 마케팅은 포기하고 내수 시장 활성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더팩트DB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고환율, 고유가 흐름이 지속하는 가운데 마케팅 방향을 놓고 신용카드사의 고심이 깊어진다. 가계 소비가 위축하면서 최근 몇년간 공들였던 해외여행 관련 마케팅은 잠시 내려놓고 내수 시장 활성화에 집중하겠단 방침이다. 비용절감 기조가 커지는 만큼 소비자 혜택은 축소될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오른 탓에 석유류 가격이 24.2% 급등하며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 밖에도 축산물과 수산물도 각각 5.8%, 5.0%씩 인상됐고,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3% 상승하면서 바닥경제 부담을 가중시키는 흐름이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2.5% 올라 소비자 물가 전반에 인상 압력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물가 부담 우려가 커지면서 신용카드사의 신상품도 생활밀착업종 관련 혜택으로 집중되고 있다. 최근 카드업계가 출시한 신상품을 살펴보면 여행·프리미엄 혜택보단 쇼핑과 마트, 주유, 온라인몰, 배달앱 등 일상 소비 영역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달 우리카드는 쇼핑몰과 대형마트와 주유소, 온라인쇼핑 등에 특화된 '디오퍼스 블루'를 공개했다. 이어 신한카드도 주유와 온라인쇼핑, 배달앱을 중심으로 적립할 수 있는 '쏠플랜 플러스카드'를 발표했다.

삼성카드 역시 식음료와 건강, 등 생활 소비 분야를 핵심 혜택으로 탑재한 '트라이플러스 삼성카드' 판매를 시작했다. 소비 빈도가 높은 쇼핑·주유·외식·생활서비스 영역에 집중했다. 업계 전반에 걸쳐 고물가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식해 실질적인 생활비 절감 효과를 앞세운 상품을 확대하는 행보다.

반면 해외여행 관련 혜택은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잡히는 분위기다. 해외여행 소비는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고환율과 항공료 부담 영향으로 성장세가 예년만 못하다고 평가하면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해외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6조6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증가했다. 그러나 해외 신용카드 이용액이 개인 신용카드 국내 이용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64%로, 2년전인 2024년 5월(2.66%)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다.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해외여행객 공략은 소극적으로 변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항공권 등이 포함된 운수업종 소비가 전년 동기 대비 12.5% 증가하면서 여행 수요가 견조한 모습을 보였지만, 업계에서는 여행 성수기를 앞둔 선결제·선예약 수요와 유류할증료 인상에 대비한 소비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실제 여행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만큼 관련 마케팅 확대에도 신중해지는 것이다.

유류할증료 부담도 해외여행 수요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지난 4월부터 국제선 유류할증료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 기준 인천~후쿠오카 등 단거리 노선에 적용되는 유류할증료는 지난 3월 1만3500원에서 4월 4만2000원으로 211% 급등했다. 이후 5월과 6월 각각 7만5000원, 6만1500원을 기록하며 인상된 수준을 유지했다. 오는 7월에는 4만6400원으로 전월 대비 24.6% 낮아지지만, 여전히 3월과 비교하면 243.7% 높은 수준이다.

카드업계는 무리한 해외여행 마케팅이 자칫 매몰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환율과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여행 관련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비용 대비 효과가 불확실한 프로모션은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카드사의 제휴 행사나 마케팅 프로그램은 기획부터 출시까지 2~4개월가량 소요된다. 상반기까지는 연초에 수립한 해외여행 마케팅이 순차적으로 집행되며 관련 혜택이 유지되는 모습이지만, 국제유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2분기부턴 생활밀착 중심으로 예산이 재배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성적표로 분류되는 트래블카드 이용률도 지난해와 비교하면 감소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올해 물가 부담에 해외여행은 쉬어가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생활 소비 영역에서도 혜택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비용 효율화 기조가 확산하면서 캐시백이나 무제한 할인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대신 특정 소비 영역에 혜택을 집중하거나 이용 실적 조건을 세분화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관리할 것이란 관측이다. 카드 이용자가 공통적으로 누릴 수 있는 범용 혜택은 과거보다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소비 침체 장기화 여부다. 고환율·고유가 영향으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위축될 경우 해외여행뿐 아니라 내수 소비 역시 둔화될 수 있다. 나아가 카드혜택이 우량차주 중심으로 재편되면, 소비 수준이 낮은 알뜰 소비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더 크게 쪼그라들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 위축과 함께 시장 금리 인상 등 영업 악재 요인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비용이 투입되는 모든 사업은 신중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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