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시총 역전, 1등 프리미엄 기준 바뀐 사건"
최태원, 반대에도 하이닉스 인수…미래 그리며 HBM 투자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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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만나 주먹을 맞대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섰다. 시총 1위 기업은 늘 삼성전자일 것이라는 상식을 뒤집은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급증 현상 등이 맞물린 결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뚝심 경영'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999조1391억원으로 집계됐다. 전 거래일 대비 주가가 하락했지만, 시총 1위 자리는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 대형주가 동반 약세로 인해 이날 삼성전자(1987조7347억원)의 시총 역시 전날 대비 하락했다.
전날 SK하이닉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291만9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시총은 2080조3782억원으로, 삼성전자 보통주(2066조6595억원)를 밀어내고 코스피 대장주로 등극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9년 7월 29일 시총 1위로 올라섰고, 2000년 11월 21일 이후 단 한 차례도 왕좌를 내놓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SK하이닉스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고, 25년 7개월 만에 시총 1위 자리를 맞바꾸는 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틈틈이 1위 자리를 노렸다. 이미 주가 외 실적에서는 지난 2024년 4분기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그해 연간 영업이익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전사 영업이익도 SK하이닉스(47조2063억원)가 삼성전자(23조4673억원)를 앞질렀다. 물론 올해 1분기에는 삼성전자가 57조2000억원의 이익을 내며 SK하이닉스(37조6103억원)와 균형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덩치를 키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AI 서버 투자 확대와 HBM 수요 증가가 있다. 두 회사 모두 수혜를 받는 요인이지만, 삼성전자 대비 반도체 집중도가 높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랠리 속에서 더 큰 주가 상승 폭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주가가 348%가량 올랐고, 삼성전자는 이 기간 195% 상승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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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보통주를 밀어내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 종목으로 올라섰다. /더팩트 DB |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시총 1위 등극은 1등 기업의 교체라기보다 1등 프리미엄의 기준이 바뀐 사건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시장이 HBM을 통해 형성된 자본 효율의 지속성에 더 높은 값을 매기기 시작한 결과로 봐야 한다"며 "기존 프리미엄은 메모리·파운드리·모바일·가전·시스템반도체를 아우른 삼성전자의 종합 플랫폼에 부여됐다. 반면 SK하이닉스의 프리미엄은 좁지만 고수익인 AI 메모리 병목에 붙는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질주가 계속되면서 최태원 회장의 '뚝심 경영' 또한 크게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 인수 자체가 최태원 회장의 결정이다. 최 회장은 에너지·화학과 통신 중심의 SK그룹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뒤 하이닉스 인수를 위해 2년간 개인 교습을 받으며 반도체 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2년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주요 경영진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였다.
인수 후에도 최 회장의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졌다. 곧장 공장 증설에 나선 데 이어 키옥시아 지분 투자(2017년), 인텔 낸드 메모리 사업부 인수(2020년), OCI머티리얼즈 인수(2015년), LG실트론 인수(2017년) 등을 거치며 반도체 분야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올라섰다.
'시총 역전'의 결정적 도약대인 HBM 사업도 최 회장의 집념을 통해 성장했다.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뒤 시장의 외면을 받았음에도 기술 투자를 지속하며 잇달아 제품을 내놨다. 생성형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AI 메모리 시장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기까지 자금을 투입하며 인고의 시간을 견딘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HBM4E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들에 공급하는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간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기업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견해 왔다. SK하이닉스의 성공담을 담아 올해 초 출간한 '슈퍼모멘텀'을 통해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하이닉스는 지금보다 10배는 더 커져야 한다"며 "몇 년 후면 (시총) 목표를 1000조원, 2000조원으로 높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최 회장의 발언이 자신감 표출 차원으로 해석됐으나,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예상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최 회장은 책에서 "지금까지 AI 반도체가 만든 임팩트는 서곡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rocky@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