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에 침낭, 기저귀까지…개표소 봉쇄 시위대 장기전 양상
  • 정인지, 안디모데 기자
  • 입력: 2026.06.19 12:08 / 수정: 2026.06.19 12:08
모기장·침낭·수건 나눔소 등장
주최 없는 시위에 출구전략 난항
전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
전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인지·안디모데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가 15일째 이어지고 있다. 경기장 주변에는 모기장과 텐트, 침낭, 담요가 놓였고 수건 반납함과 기저귀갈이대까지 등장했다. 주최 없는 시위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찰과 체육단체, 정치권의 출구전략 마련도 난항을 겪고 있다.

19일 오전 10시께 핸드볼경기장 주변에는 시위대 1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촉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기장 2-4 출입구와 2-5 출입구 사이에는 모기장 9개와 텐트 1개가 설치돼 있었다. 모기장 안에는 에어 매트리스와 은박담요, 생수, 수건, 인형 등이 놓여 있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귀마개를 착용한 채 잠을 자고 있었고, 코 고는 소리가 모기장 밖까지 새어 나왔다. 모기장 앞에는 살충제가 놓이고 모기향도 피워져 있었다. 60대 남성은 성조기 무늬 담요와 침낭을 정리하며 "이틀째 여기서 자고 있다"고 말했다.

물품 나눔소도 곳곳에 마련됐다. 플라스틱 상자 안에는 은색 보냉가방과 수건이 담겨 있었다. 주변에는 모기장과 에어 매트리스 수십개가 쌓여 있었다. 자신을 자원봉사자라고 소개한 40대 남성은 "오후 8시 이후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돗자리와 은박담요, 수건 등을 나눠주고 있다"며 "모기향과 살충제, 선크림도 필요하면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1-3 출입구 인근에는 간이 책상 위에 분홍색 천을 둘러 만든 기저귀갈이대가 설치돼 있었다. 앞면에는 '엄마는 강하다'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1-3 출입구 인근에는 간이 책상 위에 분홍색 천을 둘러 만든 기저귀갈이대가 설치돼 있었고, 앞면에는 엄마는 강하다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안디모데 기자
1-3 출입구 인근에는 간이 책상 위에 분홍색 천을 둘러 만든 기저귀갈이대가 설치돼 있었고, 앞면에는 '엄마는 강하다'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안디모데 기자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욕설이나 폭행 등 크고 작은 다툼도 벌어지고 있다. 경찰은 지난 16일 오후 4시께 경기장 인근에서 돌로 시위 참가자 2명을 폭행한 40대 남성 B 씨를 특수폭행 혐의로 검거했다. 피해자 2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정신 불안 증세를 보여 응급입원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B 씨를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핸드볼경기장을 관할하는 송파경찰서를 겨냥한 협박성 댓글 수사에도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17일 한 언론사 기사에 '송파경찰서 무기고 털고, 우리도 민주화 유공자 돼보자'는 댓글이 게시돼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송파서는 경비 태세를 강화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체육단체 출입을 막은 시위대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지난 16일 2-1 출입구에서 체육단체의 경기장 진입을 가로막은 여성 등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 영상과 증거자료를 분석해 관련 시위 참가자들을 특정하고 있으며, 업무방해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시위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을 상대로 한 모욕 사건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소속 C 경정 측은 시위 현장에서 따라다니며 자신을 따라다니며 조롱과 욕설을 하고 이를 SNS에 게시한 유튜버 등 일부 시위대를 모욕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경기장 2-4 출입구와 2-5 출입구 사이에는 모기장 9개와 텐트 1개가 설치돼 있었다. /안디모데 기자
경기장 2-4 출입구와 2-5 출입구 사이에는 모기장 9개와 텐트 1개가 설치돼 있었다. /안디모데 기자

시위대를 대표하는 지도부나 주최가 없는 탓에 상황은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시위대 다수가 동의하더라도 일부가 반발하면 합의안이 무산되는 상황에 놓이면서 참가자들도 사이에서도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모(26) 씨는 "참가자 대부분이 자발적으로 모인 개인이다 보니 의견도 제각각"이라며 "국민의힘이 제안한 체육단체 출입 방안도 어렵게 의견을 모았는데 결국 무산되지 않았냐"고 말했다. 이어 "체육단체 관계자들도 시민인 만큼 무조건 방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답답했다"고 했다.

경찰과 체육단체는 경기장 재진입 시점과 방식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 불법행위에 엄정 대응 방침을 세웠지만, 공권력 투입 시 시위대 반발에 따른 물리적 충돌 등 우려가 제기된다.

여야 정치권도 잇따라 현장을 찾았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체육단체별로 2명씩 20분간 경기장에 들어가 물품을 가져오고, 국민의힘 의원과 방송사 카메라가 동행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같은날 오후 2시54분께 2-1 출입구에서 허리에 성조기를 두른 여성 1명이 문을 가로막으면서 체육단체의 경기장 진입은 끝내 무산됐다.

임오경·전용기·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오전 10시48분께 경기장을 찾았지만 시위대 반발에 약 15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이들이 경기장 2-1 출입구에 도착하자 시위대 100여명이 몰려들어 "뭘 잘했다고 왔냐",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를 데리고 오라"고 외쳤다.

대한체육회와 경기장에 입주한 당구·펜싱·핸드볼 등 9개 체육단체는 "출입 제한이 장기화하면서 국가대표 지원과 국제대회 준비 등 핵심 기능이 심각하게 마비되고 있다"며 "현재까지 피해 규모는 약 60억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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