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서울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노인 무임수송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가 70세 이상 어르신에게 버스 교통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을 통과시키면서 첫 관문을 넘었다. 쟁점으로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재정 부담과 구체적인 지원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19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교통위원회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이병윤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시 어르신 교통비 지원 조례안'을 가결했다. 조례안은 서울시에 주민등록을 둔 70세 이상 시민에게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이용 요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노인 무임수송 제도는 지하철에만 적용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하철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교통복지 혜택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이 꾸준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노인 버스 무임수송 조례안 발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례안은 오는 24일 열리는 제11대 서울시의회 마지막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본회의를 통과한 뒤 서울시가 공포하면 효력을 갖게 된다.
다만 조례가 시행돼도 곧바로 버스 무임수송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가 별도의 예산을 편성하고 지원 대상과 범위, 운영 방식 등을 담은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큰 변수는 재원이다. 서울시의회 사무처가 작성한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70세 이상 시민에게 버스 무임교통카드를 발급할 경우 시행 첫해인 2027년 약 1047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분석됐다.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의 70세 이상 인구는 올해 약 127만 명에서 2031년 약 163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업 시행 5년 차인 2031년에는 연간 소요 예산이 1275억 원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향후 5년간 누적 비용은 약 5789억 원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전면 무임승차 대신 이용 횟수나 지원 한도를 설정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조례안도 버스 교통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도록 규정해 향후 정책 설계에 따라 다양한 운영 방식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남겨뒀다.
서울시 역시 조례 통과 이후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례가 공포되면 정책 설계를 고민해야 할 단계가 된다"며 "현재 조례안은 70세 이상 어르신 전체를 대상으로 한 내용이지만 실제 지원 범위와 방식에 따라 사업 규모와 예산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어르신들의 대중교통 이용 패턴은 지하철이 약 80%, 시내버스와 마을버스가 20% 수준인데 버스가 무료화될 경우 이용 행태 변화도 예상된다"며 "실제로 얼마나 버스로 이동할지, 어느 정도까지 지원할지 등을 구체화해야 정확한 재정 규모를 산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하철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교통복지 사각지대가 있다"라며 "조례안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사회적 필요와 재정 부담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정부 정책과의 연계 여부 등을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