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안디모데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따른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가 13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위대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체육단체의 경기장 진입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현장을 찾았다가 시위대 반발에 발길을 돌렸다. 경찰은 시위대 불법행위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체육단체 재진입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핸드볼경기장 주변에 모인 시위대는 17일 오전 9시30분께 200여명에서 오후 4시50분께 600여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지난 5일부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촉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기장 2-1 출입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과 '한미 공조수사', '6·3 지방선거 전면 무효', '증거 보존'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출입문 손잡이는 청테이프로 감겨 있었다. 시위대는 '전국 재선거, 증거보전 중' 손팻말을 들고 "한미공조 국제수사"를 외쳤다.
곳곳에선 시위대 간 갈등도 격화하는 모양새였다. 30대 남성은 유튜브 방송을 하던 시위 참가자를 향해 "왜 채널을 알려주지 않느냐. 프락치 아니냐"고 따졌다. 이 남성은 "괴롭히지 말라"며 말리던 다른 시위 참가자와 언쟁도 벌였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는 "정치적 발언 말고 부정선거만 외치라"고 항의했다.

체육단체 직원들의 진입 허용 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70대 남성은 "체육단체 출입은 결국 강제진압을 위한 명분 쌓기"라며 "굳이 지금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80대 남성은 "체육단체가 들어가 증거를 가져오면 큰일"이라며 "오늘이 고비"라고 주장했다. 60대 여성 이모 씨도 "체육단체가 사무용품을 들고 나온다고 하지만 투표함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냐"며 "우리는 투표함을 지키기 위해 온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조기를 든 20대 남성은 "선관위가 일반 국민은 개표소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는데 체육단체도, 우리도 일반 국민"이라며 "출입 여부는 선관위 동의를 받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체육단체가 업무를 못 하고 있는 점은 이해하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30대 여성 고모 씨는 "전날에도 시위대 대부분이 체육단체 출입에 동의했고 국민의힘 의원도 함께 들어가기로 했는데 왜 못 믿는지 모르겠다"며 "한 사람이 막고 주변에서 잘한다고 하니까 계속 막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씨는 "우리가 계속 출입을 막으니까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사람들로 비치고 있다"며 "체육단체 직원들의 삶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오경·전용기·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48분께 핸드볼경기장을 찾았지만 시위대 반발에 발길을 돌렸다. 이들이 경기장 2-1 출입구에 도착하자 시위대 100여명이 몰려들어 "뭘 잘했다고 왔냐",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를 데리고 오라"고 외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출입구 앞에서 4분가량 머문 뒤 발길을 돌렸다. 경기장 도착 이후 15분만이었다. 시위대 50여명은 주차장까지 따라가며 "부정선거 당선자가 여기 왜 오느냐"고 외쳤다. 한 남성이 의원들을 향해 뛰어들며 "북한으로 가라"고 소리쳤지만 현장 경찰에 제지됐다.

시위대가 분열 양상을 보이면서 진입을 위한 추가 협의도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과 체육단체는 재진입 시점과 방식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개표소 봉쇄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 15건 이상을 수사 중이다. 체육단체 출입을 막은 시위대 수사도 착수했다. 송파경찰서는 전날 2-1 출입구에서 체육단체의 경기장 진입을 가로막은 여성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 영상과 증거자료를 분석해 관련 시위 참가자들을 특정하고 있으며, 업무방해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송파경찰서는 전날 오후 4시께 경기장 인근에서 돌로 시위 참가자 2명을 폭행한 A 씨는 특수폭행 혐의로 검거했다. 피해자 2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정신 불안 증세를 보여 응급입원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조만간 A 씨를 송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시위 현장에 배치된 경찰관을 모욕한 시위대 수사에도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소속 A 경정 측은 시위 현장에서 따라다니며 조롱과 욕설을 하고 이를 SNS에 게시한 유튜버 등 일부 시위대를 모욕과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고소했다.
앞서 시위대 봉쇄로 핸드볼경기장 출입이 막힌 대한체육회와 산하 당구·펜싱·핸드볼 등 9개 체육단체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이들은 "출입 제한이 장기화하면서 국가대표 지원과 국제대회 준비 등 핵심 기능이 심각하게 마비되고 있다"며 "현재까지 피해 규모는 약 60억원"이라고 밝혔다.
체육단체 측은 전날 시위대에 대표자를 뽑아 함께 경기장에 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시위대는 갑론을박을 벌였으나 결국 진입에 반발하며 대치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도 세 차례 "진입을 방해하면 업무방해죄 적용이 가능하다"며 경고했지만 시위대는 물러나지 않았다.
이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체육단체별로 2명씩 20분간 경기장에 들어가 물품을 가져오고, 국민의힘 의원과 방송사 카메라가 동행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전날 오후 2시54분께 2-1 출입구에서 허리에 성조기를 두른 시위대 여성 1명이 문을 가로막으면서 진입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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