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행권, 소비자보호 전문가 양성 맞손
CCO 권한·성과보상체계 개선…영업현장 실효성 관건
![]() |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월 12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20곳 국내은행 은행장의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조하면서 은행권의 성과평가 체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이후 금융권이 불완전판매 재발 방지와 소비자 중심 영업을 약속한 가운데 소비자보호가 선언적 구호를 넘어 임직원 평가와 영업 현장에 실제로 반영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한국금융연수원은 지난 5일 은행연합회 및 8대 금융지주와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 양성 및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는 KB·신한·하나·우리·NH농협·iM·BNK·JB금융지주가 참여했다. 디지털 전환과 금융상품의 복잡화로 소비자보호 중요성이 커진 만큼 금융회사 임직원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고 금융권 전반에 소비자 중심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협약에서 금감원은 소비자보호 교육과정이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감독 방향과 가이드라인 등에 대한 자문과 강의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금융연수원은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고 은행연합회는 협약 기관 간 소통과 교육 참여 확대를 뒷받침한다. 금융지주는 임직원의 교육 참여를 독려해 현장의 소비자보호 역량을 높이는 역할을 맡는다.
이 원장은 협약식에서 금융소비자보호는 제도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현장의 인식과 실천이 더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소비자보호 역량은 꾸준히 쌓아가야 하며, 소비자보호는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와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장기 투자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감독 기조의 핵심 축으로 두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셈이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단순 교육 확대보다 성과평가 체계 변화가 더 직접적인 과제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모범관행'을 도입하며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체계를 이사회, 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 소비자보호 담당임원(CCO), 소비자보호부서, 성과보상체계(KPI), 금융지주회사 역할 등으로 나눠 정비하도록 했다. 이는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보호가 사후 민원 대응에 머물지 않고, 상품 설계와 판매, 평가, 사후관리 전 과정에 반영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금감원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모범관행 이행현황을 점검한 결과 금융권 전반에서 일부 변화도 나타났다. 점검 대상은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대상 금융회사 77개사다. 금감원은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소비자보호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이사회 보고, 내부통제위원회 운영, CCO 권한 확대, 소비자보호부서 전문성 강화, 성과보상체계 개선 등 주요 항목에서 긍정적 변화를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KPI와 관련한 변화가 눈에 띈다. 금감원 점검 결과 대표이사 KPI에 소비자보호 지표를 반영한 회사는 69개사로 전체의 89.6%에 달했다. KPI 적정성 평가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회사도 43개사에서 57개사로 늘었다. 소비자보호 담당임원에게 KPI 설계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사전합의권과 개선요구권을 부여한 회사도 64개사로 83.1%를 차지했다. 소비자보호가 경영진과 영업조직 평가에 반영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숫자상 제도 정비가 곧바로 영업현장의 변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은행 영업점에서는 대출, 예·적금, 펀드, 신탁, 방카슈랑스 등 다양한 상품 판매가 동시에 이뤄진다. 소비자보호 지표가 KPI에 반영되더라도 실제 평가에서 영업 실적보다 낮은 비중으로 반영되거나 민원 발생 건수 중심의 형식적 관리에 그칠 경우 불완전판매 예방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 |
| 은행권의 과제는 소비자보호를 비용이 아니라 내부통제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더팩트 DB |
은행권의 과제는 소비자보호를 비용이 아니라 내부통제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홍콩 ELS 사태에서 드러났듯 금융상품 판매 문제는 특정 상품이나 창구의 일탈만으로 보기 어렵다. 상품 심사, 목표 고객 설정, 판매직원 교육, 고령층·취약고객 설명 의무, 사후 모니터링, 성과보상 구조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금감원이 CCO 권한과 KPI 체계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지주 차원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 카드, 캐피탈 등 계열사별로 소비자 접점이 넓어지면서 그룹 차원의 통합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 일부 금융지주는 이사회 내 소비자보호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거나 지주 차원의 소비자보호 전담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도 금융지주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찬진표 소비자보호의 성패는 교육과 제도 도입이 아니라 현장 작동 여부에 달려 있다. 은행권이 소비자보호 교육을 확대하고 KPI에 관련 지표를 반영하더라도, 영업 성과 중심 문화가 그대로라면 소비자보호는 다시 형식에 그칠 수 있다.
금감원이 향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등을 통해 모범관행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힌 만큼 은행권의 소비자보호 체계는 하반기 감독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지표가 KPI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영업점 평가와 보상에서 어느 정도 비중으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불완전판매를 막으려면 교육보다 성과보상 구조와 CCO 권한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