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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값 담합' 대한제분, '옥상옥' 지배구조가 주목받는 이유
입력: 2026.06.19 00:00 / 수정: 2026.06.19 00:00

비상장사가 최정점…내부통제 실효성 도마
세무조사 무혐의에도 과징금 등 악재 상존
"불투명 지배구조, 터널링 가능성 우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사인 대한제분의 최상단에는 오너 개인이 아닌 비상장사 디앤비컴퍼니가 자리하고 있다.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의 주식 47만157주를 확보해 지분율 27.8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남윤호 기자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사인 대한제분의 최상단에는 오너 개인이 아닌 비상장사 디앤비컴퍼니가 자리하고 있다.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의 주식 47만157주를 확보해 지분율 27.8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대한제분의 밀가루값 담합 등 사법 리스크 이면에는 오너 일가의 독특한 지배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한제분을 직접 지배하는 구조가 아니라 비상장사를 통해 상장사를 지배하는 전형적인 '옥상옥' 구조가 내부통제 시스템을 취약하게 만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상장사인 대한제분의 최상단에는 오너 개인이 아닌 비상장사 디앤비컴퍼니가 자리하고 있다. 디앤비컴퍼니는 대한제분의 주식 47만157주를 확보해 지분율 27.8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문제는 디앤비컴퍼니가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하면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집중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앤비컴퍼니의 최대출자자는 고 이종각 명예회장의 장녀인 이혜영 하림장학재단 이사장으로 지분 21.60%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치면 84.0%에 달해 사실상 오너 일가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디앤비컴퍼니는 1970년 설립돼 파스타와 와인냉장고 수입판매업, 밀가루 조제품 수출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다만 자체 사업에서는 영업손실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한제분 투자 성과가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보이고 있다.

디앤비컴퍼니의 별도기준 매출은 2022년 84억원, 2023년 96억원, 2024년 98억원, 2025년 110억원으로 최근 100억원 안팎에 머무는 데 그쳤다. 영업손실은 2022년 8억원, 2023년 5억원, 2024년 5억원, 2025년 7억원으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대한제분 지분 보유에 따른 지분법손익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디앤비컴퍼니의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2022년 94억원, 2023년 198억원, 2024년 11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2025년에는 5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대한제분 투자에 따라 인식한 지분법손익만 보면 2022년 114억원, 2023년 227억원, 2024년 135억원의 이익을 기록했으나 2025년에는 약 74억원의 손실로 돌아섰다.

지분법손익이 급감한 배경에는 대한제분 자체의 실적 악화가 있다. 대한제분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023년 812억원에서 2024년 488억원으로 줄었고, 2025년에는 공정위 제재에 대비해 재무제표상 944억원 규모의 기타충당부채를 반영하면서 251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전환했다.

상장사인 대한제분의 실적 악화가 비상장 지배사인 디앤비컴퍼니의 지분법이익 급감과 순손실 전환으로 그대로 이어진 셈이다. 결국 디앤비컴퍼니는 자체 사업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라기보다 대한제분 지배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지주회사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배와 경영의 분리 현상도 눈에 띈다. 지배구조상 핵심 축은 디앤비컴퍼니를 통해 대한제분을 지배하는 이혜영 이사장 측에 있지만 실제 대한제분 경영 전면에는 장남 이건영 회장과 차남 이재영 사장대우 등이 나서고 있다. 이건영 회장은 대한제분 지분 7.0%를 보유한 2대 주주에 머물러 있다. /이새롬 기자
지배와 경영의 분리 현상도 눈에 띈다. 지배구조상 핵심 축은 디앤비컴퍼니를 통해 대한제분을 지배하는 이혜영 이사장 측에 있지만 실제 대한제분 경영 전면에는 장남 이건영 회장과 차남 이재영 사장대우 등이 나서고 있다. 이건영 회장은 대한제분 지분 7.0%를 보유한 2대 주주에 머물러 있다. /이새롬 기자

지배와 경영의 분리 현상도 눈에 띈다. 지배구조상 핵심 축은 디앤비컴퍼니를 통해 대한제분을 지배하는 이혜영 이사장 측에 있지만 실제 대한제분 경영 전면에는 장남 이건영 회장과 차남 이재영 사장대우 등이 나서고 있다. 이건영 회장은 대한제분 지분 7.0%를 보유한 2대 주주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비상장사가 상장사 위에 군림하는 옥상옥 구조 아래에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서 수년간 이사회와 내부 감사 기구의 기능이 충분히 작동됐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실제로 대한제분에서는 담합 행위가 반복된 전력이 확인된다.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당시 대한제분 등 8개 제분사에 총 435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된 바 있는데, 당시 영업 실무자로 참여했던 송인석 전 대표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이어진 이번 담합에도 관여한 과정이 검찰 공소장에 기술된 것으로 알려졌다. 약 20년의 시차를 두고 동일 인물이 관여한 담합이 재발했다는 점에서, 지배구조 차원의 감시 기능이 장기간 충분히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폐쇄적 지배구조는 올해 국세청의 정밀 타깃이 되어 고강도 특별세무조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당시 국세청은 대한제분의 탈루 의혹과 함께 비상장 계열사를 동원한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여부 등을 집중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너 일가 사법 리스크의 큰 축이었던 세무조사는 최종 '혐의 없음'으로 결론이 났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세무조사 결과 오너 일가의 탈루 및 사익 편취 의혹 등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해 국세청으로부터 최종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대한제분이 국세청 무혐의 처분으로 일차적인 사법 부담은 면했지만,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이라는 개선 과제는 별개로 남아 있다. 세무조사가 다룬 혐의는 탈루와 사익편취 여부에 한정된 반면, 담합과 관련된 리스크는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1793억원 규모의 과징금은 앞서 재무제표에 반영된 충당부채(944억원)를 800억원 이상 웃돌아, 차액이 올해 추가 비용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 명목으로 제분업체에 지급했던 471억원 규모 보조금의 환수 여부도 검토되고 있으며, 대한제과협회를 비롯한 중소 제과·식품업체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비상장사가 상장사 위에 위치한 지배구조의 경우 일반적으로 정보 비대칭성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창민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상장사가 상장사 위에 위치해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경우 경영 전반을 통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되는데, 이 구조가 굉장히 불투명하다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상장사의 이익이 배당 등을 통해 상위 비상장사로 이전되는 이른바 '터널링(tunneling)'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겠다"며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사익 편취 논란이 불거질 수 있고 상속·증여 과정에서 세 부담을 줄이는 데 활용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옥상옥'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지적과 개선 계획을 질의했으나 대한제분 측은 "사실이 아닌 단순 의혹들"이라며 "별도로 답변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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