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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합의에 '숨통' 튼 식품업계…고환율은 여전히 과제
입력: 2026.06.15 15:05 / 수정: 2026.06.15 15:14

포장재·원자재·물류비·원재료 잇달아 올라 타격
전쟁 끝나도 1500원 고환율…"가격 인상 불가피"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임박하면서 고유가·고환율·물류비 상승으로 비상경영을 이어온 식품업계도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오랜 기간 누적된 내수 침체로 실적 부담이 커지면서 업계는 가격 인상 카드마저 고심하는 분위기다. /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임박하면서 고유가·고환율·물류비 상승으로 비상경영을 이어온 식품업계도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오랜 기간 누적된 내수 침체로 실적 부담이 커지면서 업계는 가격 인상 카드마저 고심하는 분위기다. /뉴시스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가 공식화되면서 고유가와 고환율, 물류비 상승으로 비상경영을 이어온 식품업계의 비용 부담이 일부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장기화한 내수 침체로 2분기 실적 부담이 커지면서 업계는 제품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의 종전 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요일(19일) 스위스 합의 서명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기뢰 제거를 위해 개방되면 석유가 지역과 세계를 위해 양방향으로 다시 흐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 측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부 차관도 국영 TV에 출연해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가 성립됐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이행은 최종 서명 이후 시작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양국의 종전 합의는 지난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본토 공습 이후 약 3개월 반 만에 도출됐다. 이 기간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 대란이 이어졌고, 이는 국내 식품기업들의 원가 부담으로 직결됐다.

현재 식품업계는 포장재, 에너지, 물류비, 원재료 등 생산비용 전반이 상승했다. 일례로 포장재 주요 원료 중 하나인 알루미늄 시세는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2025년 1월 2500달러 선에서 2026년 4월 3500달러 선으로 40% 가까이 폭등했다.

이에 따라 국내 매출 상위 5대 식품기업의 올해 1분기 매출원가도 일제히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원가는 CJ제일제당(대한통운 제외)이 2조8315억원(+6.0%), 동원F&B 1조283억원(+10.5%), 롯데웰푸드 7482억원(+3.7%), 롯데칠성음료 6309억원(+2.6%)을 기록했다. 대상은 8014억원으로 3.3% 감소했다.

원가 상승은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CJ제일제당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6.0% 감소한 1485억원에 그쳤고, 대상의 매출은 1.8% 줄어든 1조1099억원에 머물렀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종전은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분명한 호재"라면서도 "1분기 공정거래위원회 가격 담합 조사 여파로 식품 소재 가격이 인하하면서 가공식품 물가도 소폭 내렸는데, 최근 환율이 1500원대로 고착화하고 있어 원가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지난 10일 협회 회의실에서 중동 전쟁 장기화 대응을 위한 식품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는 포장재, 에너지, 물류비,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한국식품산업협회는 지난 10일 협회 회의실에서 '중동 전쟁 장기화 대응을 위한 식품업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는 포장재, 에너지, 물류비, 원재료 가격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요구했다. /한국식품산업협회

그러자 업계는 최근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중동 전쟁 장기화 대응을 위한 식품업계 간담회'를 갖고 긴급 대책을 논의했다. 특히 포장재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중동 전쟁으로 널뛰면서 원가 압박과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는 나프타 공급량이 중동 전쟁 직후인 3~4월 들어 평시의 약 70% 수준까지 급감했으며, 최근에서야 85~90%로 회복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수 시장마저 소비 침체로 위축되고 있고, 물류비 상승과 고환율 기조까지 맞물리며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추진해 온 경영 효율화 작업도 한계에 다다랐다고 평가했다.

업계는 하반기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며, 정부의 수출 지원과 세제 혜택 등을 요청한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나프타 수급이 예전처럼 원활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환율이 1400원대 초반대였으나, 현재 1500원 선에서 뉴노멀로 굳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2분기부터 중동 전쟁 여파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텐데, 기업 입장에서 가격 인상 외에는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고 토로했다.

농식품부는 간담회에서 제기된 업계의 애로사항을 토대로 원재료 및 포장재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수출 확대를 통해 식품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원가 부담이 소비자물가 인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정부가 단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종전이 되더라도 고환율 기조가 꺾이지 않는 한 원가 부담 문제는 즉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가 가용한 범위 내에서 할당관세 확대와 세제 지원을 이어가고,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하거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수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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