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HMM 숙제 안은 채 첨단산업 육성 전면에
국민성장펀드 전담조직 신설…올해 30조원 승인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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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해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핵심 과제로 삼고 관련 조직과 투자 체계를 대폭 확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산업은행 본점. /여의도=이선영 기자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기업 구조조정의 상징으로 불렸던 한국산업은행이 국민성장펀드를 앞세워 '성장 투자자'로의 변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과 금호아시아나, HMM 등 부실기업 정상화에 집중했던 역할에서 벗어나 첨단산업과 지역 혁신기업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다만 KDB생명 매각과 HMM 처리 등 오랜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는 만큼 산업 육성과 구조조정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산업은행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해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핵심 과제로 삼고 관련 조직과 투자 체계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국민성장펀드는 정부가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총 150조원 이상을 공급하는 대규모 정책금융 프로젝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이차전지, 미래차, 방산, 수소 등 국가 전략산업과 관련 인프라를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정부는 산업은행을 중심으로 첨단전략산업기금 75조원과 민간 자금 75조원 이상을 결합해 총 150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국민성장펀드 운영을 위해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말 '국민성장펀드부문'을 신설하고 전담 조직을 꾸렸다. 해당 부문은 총괄사무국과 대출운용국, 투자운용국, 심사지원국 등 4개 국 15개 팀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출범 당시 54명이던 인력도 올해 초 75명 수준으로 확대됐다.
박 회장은 올해 국민성장펀드를 산업은행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 소속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그는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적 운영이 생산적 금융 전환을 위한 첫 번째 과제"라며 "5년간 150조원을 공급하고 첫해인 올해에는 30조원 이상의 자금을 최대한 신속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박 회장은 "현재 7개 정도 프로젝트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며 산업계 수요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현장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 3월 충청·호남권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권역을 돌며 국민성장펀드 설명회를 개최했다. 지난 4월 동남권 설명회를 마지막으로 지역 순회를 마무리하며 비수도권 첨단산업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 기회를 소개했다.
박 회장은 당시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지역의 첨단산업을 적극 지원해 대한민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국토 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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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월 25일 오후 2시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 말씀을 하고 있다. /여의도=이선영 기자 |
실제 산업은행은 올해 국민성장펀드 승인 목표를 30조원으로 설정했다. 단순히 자금을 공급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 프로젝트를 우선 검토하고 민간 자본을 유인하는 마중물 역할까지 수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변화는 산업은행의 역할 전환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전문기관 이미지가 강했다.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 구조조정을 비롯해 금호아시아나, 대우조선해양, 쌍용자동차, HMM 등 주요 기업 정상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첨단산업 육성과 벤처투자, 지역경제 활성화 등 성장금융 기능이 전면에 배치되고 있다. 박 회장 역시 올해 신년사에서 "산은 본연의 역할인 산업과 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며 "국민성장펀드와의 협업을 통한 첨단전략산업 지원 효과 극대화와 중소·벤처기업 투자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국민성장펀드 외에도 자체 성장금융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 본체에서도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100조원, 지역금융 확대 75조원, 주력산업 지원 50조원, 국민성장펀드 연계 대출 및 투자 25조원 등 5년간 총 250조원 규모의 'NEXT KDB 프로그램'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성장펀드와의 중복 최소화와 차별화를 통해 상호 보완적인 업무를 수행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며 HMM 관련 현안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구조조정 업무와 성장산업 투자라는 두 축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만큼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역할과 책임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산업은행이 위기에 빠진 기업을 살리는 '소방수' 역할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투자은행 기능까지 요구받고 있다"며 "국민성장펀드가 단순한 정책자금 공급을 넘어 실제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산업은행 변신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