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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분, 담합 과징금·소송 리스크로 '사면초가' 직면
입력: 2026.06.15 12:53 / 수정: 2026.06.16 19:16

선반영 충당부채 웃도는 과징금 폭탄
보조금 환수 위기에 손배 줄소송 가능성
1200억 탈루 의혹 세무조사에 사측 "무혐의 받아"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7개 제분사는 지난달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 등을 담합한 행위로 인해 6710억여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대한제분에 부과된 과징금은 약 1793억원이다. /이새롬 기자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7개 제분사는 지난달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 등을 담합한 행위로 인해 6710억여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대한제분에 부과된 과징금은 약 1793억원이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제분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1793억원 규모 과징금 부과를 시작으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정부 지원금 환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다만 오너 일가를 겨냥해 진행됐던 국세청의 1200억원대 탈루 의혹 특별세무조사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최종 무혐의 결론이 났다"고 밝혀 사법 리스크의 한 축은 덜어낸 모양새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대한제분 등 7개 제분사는 지난달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 등을 담합한 행위로 인해 6710억여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 중 대한제분에 부과된 과징금은 약 1793억원이다.

대한제분은 1953년 설립돼 197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국내 대표 제분업체로 '곰표'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대한제분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623억원)의 약 3배에 달한다. 제분업체별 과징금 규모로는 사조동아원(183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최근 대한제분은 수익성 악화와 재무 부담 확대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제분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023년 812억원에서 2024년 488억원으로 급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25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는 대한제분이 공정위 제재에 대비해 재무제표상 약 944억원 규모의 기타충당부채를 반영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종 부과된 과징금(1793억원)이 선반영된 충당부채 규모를 800억원 이상 크게 웃돌았다. 발생한 차액이 올해 추가 비용으로 반영되어야 하는 만큼, 연속 적자 가능성 등 회사의 재무 부담은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과거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당시에도 영업 실무자로 참여했던 송인석 전 대표가 이번 담합에도 관여한 과정이 검찰 공소장에 자세히 기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영진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공정위는 대한제분을 비롯한 8개 제분사에 총 435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한제분은 과징금 부담에 더해 민사소송 리스크도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담합 기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의 환수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새롬 기자
대한제분은 과징금 부담에 더해 민사소송 리스크도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담합 기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의 환수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새롬 기자

과징금 부담에 더해 민사소송 리스크도 현실화되고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담합 기간인 2022년 9월 기준 밀가루 판매 가격은 담합 시작 시점인 2019년 12월보다 제분업체별로 최소 38%, 최대 7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국 4000여개 회원사를 둔 대한제과협회는 담합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이 영세 상인들에게 전가되었다고 판단, 현재 제당·제분사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제기를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협회 차원의 소장 접수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이들의 단체 행동이 가시화될 경우 개별 중소 제과·식품업체들의 줄소송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실제로 지난 4월 지방의 한 유명 제과업체 대표가 대한제당, CJ제일제당, 삼양사 등을 상대로 2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선제적으로 제기한 만큼, 대한제분을 비롯한 제분업계 전반의 민사상 대규모 소송 리스크는 이미 현실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담합 기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의 환수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까지 물가 안정 명목으로 제분업체 7곳에 지급한 471억원 규모의 보조금 환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밀을 수입해 제분하는 업체를 대상으로 자금을 융자해 주는 '제분업체 경영안정자금' 환수 여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담합 리스크와 별개로 진행됐던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는 혐의 없음으로 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제품 가격 인상 과정에서 거짓 계산서를 주고받아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1200억원 규모를 탈루했다는 의혹과 담합 부당 이익 축소 신고 혐의초 국세청 비정기(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주 일가에 대한 70억원 규모 인건비 과다 지급 의혹, 장례 비용 및 고급 스포츠카 유지비 회삿돈 대납 의혹 등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에 대해 대한제분 측은 "국세청 세무조사를 성실히 받았으며, 조사 결과 오너 일가의 탈루 및 사익 편취 의혹 등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해 국세청으로부터 최종 '혐의 없음' 통보를 받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명예회장 장례비용은 관련 절차에 따라 이사회 의결을 거쳐 회사장으로 진행된 사안"이라면서 "세무 처리 과정에서 해당 비용의 인정 범위에 대한 일부 조정이 있었고, 회사는 이에 따른 세액을 관계 법령과 절차에 따라 납부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제분은 앞으로도 관련 법령과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며 투명한 경영과 책임 있는 기업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과징금 리스크에 대해서는 "현재 과징금 처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최종 의결서 수령 후 법령과 절차에 따라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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