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6.3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거사무를 둘러싼 지자체 공무원 동원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선거 현장의 실무를 자치구 공무원에게 떠넘기는 현행 '대행사무' 구조를 비롯해 선거제도 전면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공무원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선거 현장의 핵심 업무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에게 떠넘기는 대행사무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공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대행사무 제도 폐지 △선관위 전면 개혁 △선거업무 직접 수행 체계 구축 △선거사무 종사자 처우 개선 △시민 참여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해준 전공노 위원장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잘못된 선거 시스템 속에서 우리 공무원 노동자들은 더 이상 선거 업무에 함께할 수 없다"며 "선관위가 부정선거론자들의 억지 주장에 휘둘려 폐쇄회로(CC)TV 설치 등 보여주기식 대응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투표구별 선거인 수 산정 같은 가장 기본적인 책무마저 방기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가 단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선관위의 조직적 무능과 책임 회피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특히 수십년째 이어져 온 대행사무 제도가 도마에 오른다. 선관위가 권한은 유지한 채 실제 선거 현장의 업무와 책임은 지방공무원에 떠넘겨 왔다는 것이다.
박중배 전공노 대변인은 "투표소 관리자는 구청 팀장이나 동주민센터 사무장이 맡고 선거인명부 대조나 투표용지 교부 등 핵심 업무도 대부분 공무원들이 차출돼 담당한다"며 "개표소 역시 집계부·검사부 등 주요 자리에 구청 공무원들이 배치된다"며 "선관위는 감독 역할만 하지만 실제 선거 실무는 지방공무원들이 맡고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인력 차출에 피로감도 적지 않다. 박 대변인은 "공보물 작업의 경우 주말 하루 종일 진행되지만 사례비만 지급되고 초과근무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민간 인력은 저조한 보상 때문에 중도에 빠지는 경우가 있어 결국 공무원들이 늦은 밤이나 새벽까지 업무를 이어가는 일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당시 현장에서 항의 역시 공무원들이 직접 감당해야 했다. 송파구 한 공무원은 "투표용지 부족 때문에 현장에서 민원과 항의를 모두 받은 건 송파구 공무원들"이라며 "우리는 본연의 업무가 있는데 선거가 가까워지면 수개월 전부터 선거업무가 추가된다"고 토로했다.
김병철 전공노 서울지역본부 송파구지부장은 "지자체 공무원들은 선거 때마다 투표소 설치, 공보물 작업, 장비 점검 등 모든 업무를 떠맡아 왔다"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와 책임은 지자체 공무원에게 전가되고 선관위는 뒤에 숨어 있었다"고 비판했다.
정부와 국회가 선거사무 운영체계 전반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복환 서울지역본부 부본부장은 "선관위가 더 이상 지방공무원에게 선거업무를 위임해서는 안 된다"며 "선관위가 직접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해 자체 인력풀로 선거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음 선거에서도 지방공무원을 지금처럼 동원한다면 선거업무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