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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원대 고환율 언제까지…은행권, 외화유동성·기업 리스크 경계
입력: 2026.06.15 00:00 / 수정: 2026.06.15 00:00

원·달러 환율, 1500원대 장기화…외화조달·기업 환리스크 부담
증권가 "하반기 1400원 중반 안정" 전망 속 중동·유가 변수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한 지난 3월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인천국제공항=박헌우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한 지난 3월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 /인천국제공항=박헌우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면서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관리와 기업 여신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원화 펀더멘털 개선과 한미 금리차 축소 가능성을 근거로 환율이 1400원 중반대로 안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외국인 자금 흐름 등 변수가 남아 있어 고환율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1원 내린 1519.8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기대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전날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1500원대 고환율 구간에 머물렀다. 앞서 12일 새벽 야간거래에서는 미국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웃돈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1531.6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도 높은 수준의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13.3원 오른 1529.7원으로 집계됐다. 장중에는 1530원대를 넘어서며 지난 3월 말 이후 두 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 12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을 넘어서기도 했다.

환율 상승 배경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상승 우려가 커졌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자금 유출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 관세정책과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재부각된 점도 환율 상단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경상수지 흑자에도 원화가 충분히 강세를 보이지 못하는 배경이다.

고환율이 길어지면 은행권은 외화유동성 관리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은행들은 외화예수금, 외화차입금, 외화채권 발행 등을 통해 외화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외화대출, 무역금융, 외화증권 등으로 운용한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외화조달 비용과 외화예금 흐름, 기업 외화대출 상환 부담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등 건전성 지표가 규제 수준을 웃돌더라도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은행들의 외화자금 운용은 보수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기업 여신 리스크도 변수다. 고환율은 수출기업에는 원화 환산 매출 증가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원자재와 부품을 수입하는 기업에는 비용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은 환율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곧바로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은행권 입장에서는 이들 기업의 운전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수익성 악화에 따른 상환 부담도 함께 점검해야 하는 상황이다.

환헤지 수요도 커질 수 있다.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면 기업들은 선물환, 통화옵션, 외화예금 등을 활용해 환리스크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은행 입장에서는 외환 관련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지만, 환율 방향성이 불확실한 구간에서는 헤지 비용과 상품 손실 가능성, 불완전판매 리스크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당국도 시장 안정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외환당국은 국민연금과 650억달러 한도의 외환스와프 거래를 2026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외환당국은 외환스와프 거래가 외환시장 불안정 시 국민연금의 현물환 매입 수요를 흡수해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금융기관이 한은에 예치한 외화예금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지급을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은행들이 해외에서 운용하던 외화자금을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 외환 수급 개선을 지원하려는 조치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로 갈수록 환율이 점진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은 하반기 외환 전망에서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2분기 1480원, 3분기 1460원, 4분기 1440원으로 제시했다. 반도체 경기 호조와 한미 성장률 격차 축소, 한미 금리차 축소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현재 환율이 매크로와 수급 개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26년 원·달러 환율의 연평균 전망치를 1420원으로 제시하고 적정 범위를 1350~1500원으로 봤다. 한 번 높아진 환율 상·하단에 대한 눈높이가 쉽게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환율이 적정 범위 상단에 가까워질수록 당국 개입 경계감과 달러 고점 매도 물량에 따른 하방 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KB국민은행 자본시장그룹은 12일 일일 환율 전망에서 미국과 이란의 종전 기대, 국제유가 하락, 위험회피 완화 등을 반영해 원·달러 환율이 1505~1525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전망이 현실화되려면 대외 불확실성이 완화돼야 한다. 중동 리스크가 길어지거나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 수입물가와 무역수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이 이어질 경우 원화 약세 압력도 쉽게 낮아지기 어렵다. 미국 통화정책과 관세정책, 국내 기준금리 경로도 환율 흐름을 좌우할 변수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도 환율 쏠림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환율 쏠림은 용인하지 않겠다"며 "수단도 있고 의지도 있고 여러 방법이 있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76주년 기념사에서도 "외환시장에서는 주가 상승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식자금이 유출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의 높은 수준에서 변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신 총재는 향후 환율 안정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시장에서 경상수지의 큰 폭 흑자가 기업의 납세와 국내투자 확대를 통해 원화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중동사태의 전개 등에 영향받아 환율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환율이 은행권 외화유동성과 기업 여신 리스크를 동시에 자극하는 만큼 하반기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는 환율 안정 여부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환율이 1500원대에서 장기화될 경우 은행들은 외화조달과 외화자금 운용뿐 아니라 수입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 외화대출 보유 기업, 환헤지 수요가 큰 기업의 상환 여력을 함께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환율이 1500원대에서 길어질수록 은행 입장에서는 외화유동성 자체보다 기업 차주의 환리스크와 수익성 변화를 더 세밀하게 봐야 한다"며 "수입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은 원가 부담과 운전자금 수요가 동시에 커질 수 있어 하반기에는 업종별 여신 관리와 환헤지 지원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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