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메디컬아이피, 엔비디아 GPU·옴니버스 협력
SK바이오팜 신약개발에도 AI 접점
![]() |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방한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가능성이 제기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9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출국하며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4박 5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지난 9일 출국한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의료 인공지능(AI) 업계가 엔비디아 생태계와 접점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황 CEO 방한의 표면적인 핵심 의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AI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등 정보기술(IT) 인프라에 집중됐으나, 행사 과정에서 국내 바이오 및 의료 AI 기업들이 직간접적으로 엔비디아와 접점을 형성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향후 협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시장의 눈길을 사로잡는 대목은 SK그룹과 엔비디아의 협력 구도가 바이오 영역으로 번질 가능성이다.
지난 7일 서울 강남에서 진행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황 CEO의 만찬 회동에는 SK하이닉스 및 SK텔레콤 등 주요 경영진 외에도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과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이사가 자리를 함께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회동에 이어 4개월 만이다.
현재 SK바이오팜은 미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상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후속 파이프라인 발굴을 위해 AI 신약개발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축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자랑하는 고성능 GPU, AI 서버, 클라우드 인프라와 생성형 AI 신약개발 플랫폼 '바이오네모'가 SK바이오팜의 신약 개발 역량 및 글로벌 사업 경험과 결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의료 AI 분야에서는 이미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협력 논의가 떠오른 모습이다. 루닛과 메디컬아이피는 지난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주최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 의료 분야 대표 기업으로 전격 초청됐다.
루닛은 유성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참석해 각국 의료 데이터와 인구 특성을 반영한 '소버린(Sovereign) 의료 AI' 구축, 의료 특화 모델의 글로벌 확장, 엔비디아 컴퓨팅 인프라 활용 방안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루닛은 2017년 '엔비디아 인셉션 어워드' 수상 이래 오랜 기간 접점을 유지해 왔으며,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 사업을 통해 엔비디아 최신 GPU 256장을 지원받아 바이오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의료 디지털 트윈 전문기업 메디컬아이피 역시 박상준 대표가 참석해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를 자체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메딥프로'에 연동한 가상 공간 실시간 3D 모델링 기술을 선보였다. 이를 정밀의료, 교육, 로보틱스 분야로 확장하기 위한 글로벌 사업 협력 방향을 공유했다.
이 외에도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가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엔비디아 인셉션'을 통해 생성형 AI 플랫폼 '바이오네모'를 단백질 구조 예측과 저분자화합물 신약 발굴에 적용하는 등 국내 바이오텍들의 기술 내재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과 엔비디아의 협업은 단순 연구 수준을 넘어 전사 인프라 구축 단계로 진화한 상태다. 일라이 릴리는 엔비디아와 향후 5년간 최대 10억 달러를 공동 투자해 AI가 실험을 설계하고 로봇이 수행하는 '24시간 자율형 AI 공동혁신연구소' 설립을 발표했다. 로슈 또한 지난 3월 엔비디아의 최신 '블랙웰 GPU' 2176개를 추가 배치해 총 3500개 규모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기반 'AI 팩토리'를 구축, 신약·진단 개발과 디지털 병리에 활용하고 있다. 이 밖에 노보 노디스크, 암젠, GSK 등도 슈퍼컴퓨터와 바이오네모 플랫폼을 적극 도입해 후보물질 학습 기간을 수개월에서 수주 단위로 단축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황 CEO의 방한으로 형성된 기대감이 단기간 내 대규모 전략적 투자나 가시적인 계약 성과로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고 조언한다. 국내 기업과 엔비디아의 협력 수준은 현재 정부 과제 기반의 GPU 활용이나 스타트업 프로그램 참여 등 초기 검증 단계에 가깝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와 협업으로 글로벌 AI 헬스케어 생태계로의 진입이 기대된다"며 "엔비디아 플랫폼 위에서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은 양질의 임상 데이터, 고유의 연구 역량, 그리고 글로벌 사업화 경험을 보유한 기업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실을 갖춘 바이오 기업들을 중심으로 중장기적인 협력 결실이 맺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