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증 까보세요!" 경찰 붙잡고 '고성'…불신에 갇힌 올림픽공원 [오승혁의 '현장']
  • 오승혁 기자
  • 입력: 2026.06.10 18:17 / 수정: 2026.06.10 18:17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불신 속 고성, 언쟁 오가
냉방 버스 4대로 늘고 은박지 덮인 생수까지…장기전 대비 물적 인프라 증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집회가 6일 차를 맞이한 10일 오후, 현장은 치열해진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참가자들 사이에 누적된 피로감으로 인해 날 선 긴장감과 불신이 극에 달한 모양새다. 참가자들이 대화경찰에게 주민등록증 공개를 요구하며 대립하고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집회가 6일 차를 맞이한 10일 오후, 현장은 치열해진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참가자들 사이에 누적된 피로감으로 인해 날 선 긴장감과 불신이 극에 달한 모양새다. 참가자들이 대화경찰에게 주민등록증 공개를 요구하며 대립하고 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더팩트|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당신 진짜 경찰 맞습니까? 주민등록증(신분증) 좀 까보세요." "정당한 공무집행 중입니다. 신분증 제시 요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부정선거라는 표현에 동의합니까, 안 합니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집회가 6일 차를 맞이한 10일 오후, 현장은 늘어난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참가자들 사이에 누적된 피로감으로 인해 날 선 긴장감과 불신이 극에 달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전날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보수 진영의 결집으로 세를 재편했던 현장은 평일 한가운데로 접어들며 폭발적인 인파는 다소 소강상태를 보였으나, 현장을 지탱하는 물적 기반과 치안 당국의 통제선은 완연한 '장기전 고착화' 단계로 진입했다.

10일 '오승혁의 현장'이 다시 찾은 서울 올림픽공원은 집회가 장기 투쟁의 문법을 완전히 다져간 모습이었다. 전날 두 대로 늘어났던 참가자용 '냉방 휴식 버스'는 이날 네 대로 재차 증차 되어 핸드볼경기장 참가자들의 주차장에서 더위를 달래고 있었다. (벤츠에 빼곡히 적힌 '재선거'..."특정 단체 소속 아니다" [오승혁의 '현장'], "재선거" vs "부정선거"...선거 규탄서 정치 집회로 '혼돈' [오승혁의 '현장'], "서문시장에서 왔심더"…2030 빠진 올림픽공원, '그들'이 점령 [오승혁의 '현장'])

뜨거워진 초여름 뙤약볕에 대비하는 현장의 관리 체계도 한층 정교해졌다. 대량으로 쌓인 생수 더미 위에는 내용물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은박 가림막이 꼼꼼하게 덮여 있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뜨거워진 초여름 뙤약볕에 대비하는 현장의 관리 체계도 한층 정교해졌다. 대량으로 쌓인 생수 더미 위에는 내용물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은박 가림막이 꼼꼼하게 덮여 있었다. /서울 올림픽공원=오승혁 기자

뜨거워진 초여름 뙤약볕에 대비하는 현장의 관리 체계도 한층 정교해졌다. 대량으로 쌓인 생수 더미 위에는 내용물이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은박 가림막이 꼼꼼하게 덮여 있었다. 단순 우발적 항의 방문을 넘어, 장기 체류를 뒷받침하기 위한 물적 인프라가 매뉴얼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게이트 앞과 인근에 모인 인파는 1,000명가량으로 추산됐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날에 비해 젊은 층 참가자가 다시 늘어났다는 점이다. 기존 중장년·고령층의 비율이 60% 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2030 세대 참가자들이 이들과 대열을 함께하며 장기 장외 투쟁을 위한 세대 간 결집력을 다지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집회가 사흘을 넘기고 장기화되면서 참가자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르자, 내부의 심리적 불신과 날 선 신경전은 오히려 극에 달했다.

이날 오후 경기장 게이트 앞에서는 참가자들끼리 엉켜 거친 고성과 말싸움을 벌이는 소란이 일었다. 집회 성향의 선명성을 두고 대화를 나누던 중 일부 참가자가 상대방을 향해 "너 좌파 단체(대진연)에서 심은 프락치 아니냐", "어디서 선동질이냐"며 거세게 몰아세운 것이다. 외부의 적을 향했던 분노가 내부의 '상호 검열'과 의심으로 번지며 현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불신은 현장을 통제하는 치안 당국과 취재진에게도 고스란히 투사됐다.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관할 당국 역시 통제 수위를 끌어올렸다.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은 일반 시민들의 동선 분리와 혹시 모를 돌발적인 역사 진입 등 안전사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올림픽공원역 내 주요 길목에 철제 펜스를 배치했다.

물리적 방어선이 두꺼워진 만큼 통제 주최와 참가자 간의 심리적 불신도 수면 위로 터져 나왔다. 이날 오후 현장에서는 시위대 관리와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대화경찰'을 향해 일부 참가자들이 무리를 지어 앞을 가로막고 "진짜 경찰이 맞느냐, 신분증을 보여달라"며 거세게 항의하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사법경찰관 관리직이 정당한 사유 없는 신분증 제시를 거절하면서, 양측 간의 팽팽한 대치와 고성이 한동안 주변을 메웠다.

공권력을 향한 날 선 시선은 현장을 취재하는 취재진에게도 이어졌다. 현장 일각에서는 레거시 언론 취재진의 동선을 가로막은 채 "부정선거 표현에 동의하느냐"며 자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를 유튜브로 실시간 생중계하며 확증 편향을 유도하는 유튜버가 포착되기도 했다.

sh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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