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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부 다음은 호형호제"…최태원·구광모·이해진, 젠슨 황과 '삼쏘'
입력: 2026.06.05 20:19 / 수정: 2026.06.05 20:19

7개월 만의 재계-엔비디아 식사 회동
번화가 홍대 고깃집서 격의 없는 만남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의 삼겹살집에서 기업 총수들과 회동, 잔을 부딪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의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새롬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의 삼겹살집에서 기업 총수들과 회동, 잔을 부딪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해진 네이버 의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새롬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다시 마주 앉았다.

5일 저녁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 삼겹살집 '형님저요'에서 황 CEO와 만찬 회동을 가졌다. 지난해 10월 '깐부 회동' 이후 7개월 만에 마련한 두 번째 재계-엔비디아 합동 식사 자리다.

이날 회동은 격식을 덜어낸 차림과 동선에서부터 편안한 자리라는 분위기가 묻어났다. 참석자들은 외부에서 따로 인사를 나누지 않고 도착하는 순서대로 식당에 들어섰다. 구광모 회장이 셔츠에 가디건을 걸친 차림으로 가장 먼저 들어왔고 최태원 회장이 넥타이 없이 목 단추를 푼 셔츠 차림으로 뒤를 이었다.

이해진 의장은 청바지에 캐주얼한 셔츠를 입고 도착했다. 마지막에 들어선 젠슨 황 CEO는 입국 때 입었던 남색 면 재킷을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가죽 재킷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그는 식당에 들어서며 "땡큐"라고 짧게 인사했다. 총수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식당에는 국적과 연령대가 다양한 손님들이 가족 단위로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네 사람은 둥근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최 회장을 기준으로 반시계방향으로 구 회장 이 의장 황 CEO가 자리했다. 황 CEO 바로 옆에 최 회장이 앉아 회동 내내 가까이서 대화를 주고받는 구도가 됐다.

지난번 '깐부 회동'처럼 이번에도 식당 이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고깃집 상호는 '형님저요'로 형님 동생을 따지며 격의 없이 어울리는 사이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다. 이날 자리에서 맏형은 1960년생 최 회장이다. 황 CEO(1963년생)가 두 번째로 나이가 많고 이 의장(1967년생)과 구 회장(1978년생)이 뒤를 잇는다. 구 회장은 최 회장과 열여덟 살 차이가 나는 막내다. 맏형 옆에 둘째 형님 격인 황 CEO가 나란히 앉았다.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인다는 뜻에서 '삼쏘 회동'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황 CEO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김포공항으로 입국한 뒤 홍대입구역 인근 T1 베이스캠프에서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 등을 만나고 식사 자리로 향했다.

대만에서 한 차례 얼굴을 마주했던 황 CEO와 최 회장은 이날 한국에서 다시 만나 서로 끌어안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막내인 구 회장이 직접 불판 앞에서 삼겹살을 구웠고 테이블에는 소주와 맥주가 나란히 올랐다. 맥주잔으로 먼저 건배한 네 사람은 곧 소주와 맥주를 섞은 이른바 소맥을 말아 잔을 채웠다.

이 의장이 상추에 고기를 올려 쌈 싸는 방법을 일러주자 황 CEO는 이를 그대로 따라 했다. 오른손으로 큼지막하게 쌈을 싸 한입에 넣은 황 CEO는 삼겹살에 상추쌈을 곁들여 맛본 뒤 맛있다는 듯 양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황 CEO는 식사 도중 기자들을 향해 건배사를 하며 "고 코리아!(GO KOREA) 고 SK, 고 LG, 네이버! 치어스!"를 외쳤다.

회동 장소와 숙소 모두 도심을 종횡무진하는 동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글로벌 빅테크 CEO와 만남이 통상 호텔이나 비공개 공간에서 이뤄지는 것과 달리 이번에도 번화가 식당이 낙점됐다. 황 CEO는 이번 방한 기간 서울 광화문 인근 5성급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심 접근성이 좋아 해외 IT 거물이 즐겨 찾는 곳으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방한 때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테이블에서는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로보틱스 등 미래 산업 협력 방안이 두루 논의될 전망이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구 회장은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이 의장은 소버린 AI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가 각각 핵심 관심사로 꼽힌다.

7개월 전 '깐부 회동'도 이렇게 시작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황 CEO와 치킨에 맥주를 곁들인 '치맥' 회동을 가졌고 시민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번엔 마주 앉은 총수가 달라졌다. 삼성·현대차 두 총수 대신 최태원·구광모·이해진이 자리하면서 황 CEO와 협력 축이 메모리와 로보틱스 소버린 AI로 넓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남 치킨집에서 시작된 인연을 총수들이 홍대 삼겹살집에서 어떤 협력으로 이어갈지 주목된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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