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ML 최고의 교타자 된 이정후, 놀라운 성장 비결은? [김대호의 야구생각]
  • 김대호 기자
  • 입력: 2026.06.05 13:34 / 수정: 2026.06.05 13:34
12G 연속 안타에 6월 타율 .650 '초강세'
장타 욕심 버리고 '콘택트' 집중 효과
ML에서도 '최고 교타자'로 인정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데뷔 3년 만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최근 7경기에서 19안타의 엄청난 타격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데뷔 3년 만에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최근 7경기에서 19안타의 엄청난 타격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앞에 시즌 초반부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으로 오버 페이스 우려가 감돌던 차에 여지없이 부상이 찾아왔다. 허리 근육통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초반 타격 지표도 기대 이하였다. 5월 30일(이하 한국시간) 부상 복귀 시점 타율은 .268. 지난 2년간 타율과 엇비슷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인 2024시즌은 어깨 부상과 수술로 37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타율은 .262. 첫 풀 시즌을 뛴 2025시즌도 타율 .266에 그쳤다. 기복이 심했다. 체력적으로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구위에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후가 승리 인터뷰 중 물 세례를 받고 있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녹아들고 있다. /AP. 뉴시스
이정후가 승리 인터뷰 중 물 세례를 받고 있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녹아들고 있다. /AP. 뉴시스

‘이정후도 어쩔 수 없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하이패스트볼과 보더 라인을 공략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많은 한국과 일본 타자들이 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메이저리그에서 짐을 쌌다. 이정후는 다를 것이라고 장담했던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정후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 있었다. 복귀 첫 경기인 5월 30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4안타를 퍼부었다. 이후 7경기에서 19안타를 몰아쳤다. ‘미쳤다’는 표현이 딱 맞다. 5일 밀워키 브루어스전에서도 5타수 4안타를 기록했다. 12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6월 5경기 타율이 무려 .650(20타수 13안타)이다. 불과 일주일 전 .268이던 타율이 .322로 치솟았다. 내셔널리그 4위다. .336의 오토 로페즈(마이애미 말린스), .333의 브랜든 마시(필라델피아 필리스), .325의 팀 동료 루이스 아라에즈 등 3명 만이 이정후보다 높다.

이정후가 4일(한국시간) 밀워키전에서 좌전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이정후는 이번 시즌 좌-우를 가리지 않고 타구를 날려 보내고 있다. /AP. 뉴시스
이정후가 4일(한국시간) 밀워키전에서 좌전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이정후는 이번 시즌 좌-우를 가리지 않고 타구를 날려 보내고 있다. /AP. 뉴시스

시즌 초반 이정후를 ‘정리 대상’으로 언급했던 현지 언론의 반응은 180도 바뀌었다. USA 투데이는 "이정후는 팀에 한 줄기 햇살 같은 존재"라고 추켜 세웠다. 토니 바이텔로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이정후의 타격은 마치 예술 같다. 리듬을 탄다"고 극찬했다. 무엇이 이정후의 타격을 눈뜨게 했을까. 이정후는 5일 밀워키전에서 좌전 안타-우익선상 2루타-좌중간 안타-우전 안타를 차례로 뽑아냈다. 스프레이처럼 그라운드 전체에 타구를 뿌렸다. 지난해 이정후가 슬럼프를 헤맬 때 2루수 땅볼이 속출했다. 바깥쪽 공을 무리하게 잡아 당겼다. 상대 투수들은 이정후의 약점을 파악하고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이정후는 지난해 강한 타구와 장타에 대한 욕심을 숨김 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홈런은 8개에 그쳤다. 빗맞은 타구는 내야 땅볼을 양산했다. 생각을 바꿨다. 자신의 장점인 ‘콘택트’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는 팀 동료이자 메이저리그 최고의 교타자인 아라에즈의 영향을 적잖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에즈는 2022시즌부터 3년 연속 타율 1위에 오른 ‘타격 기계’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이 .317다. 아라에즈는 2026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적했다.

드류 길버트(왼쪽), 해리슨 베이더 등 샌프란시스코 외야진과 함께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오고 있는 이정후. 이정후는 이번 시즌 우익수로 자리를 옮긴 뒤 타격이 더욱 살아나고 있다. /AP. 뉴시스
드류 길버트(왼쪽), 해리슨 베이더 등 샌프란시스코 외야진과 함께 더그아웃으로 뛰어 들어오고 있는 이정후. 이정후는 이번 시즌 우익수로 자리를 옮긴 뒤 타격이 더욱 살아나고 있다. /AP. 뉴시스

이정후는 아라에즈를 보면서 장타에 대한 욕심을 버렸다. 이는 체력적 부담을 이겨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정후는 이번 시즌 홈런 3개(하나는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장타율과 출루율을 합친 OPS는 .803에 이른다. 지난해 .735에서 크게 상승했다. 수비 부담이 큰 중견수에서 우익수로 옮긴 것도 타격에 집중할 수 있는 요인이 됐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이정후의 상승세를 일시적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기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지난해처럼 심한 부침은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레벨의 교타자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이정후다.

daeho902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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