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수도권 첫 입항…태평양 공급망 구축
중동 리스크 줄일 새 카드…연 70만t 지분 물량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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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인천기지에 정박한 캐나다산 LNG 운반선. 캐나다 키티맷에서 출발한 LNG 1카고(선적량 7만4825t)는 8500㎞를 항해한 뒤 약 7만3000t이 하역됐다. / 한국가스공사 |
[더팩트ㅣ인천=정다운 기자] 지난 4일 찾은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 기지 외곽에는 군 경계시설을 연상시키는 원형 철조망이 촘촘하게 둘러쳐져 있었다. 사전 보안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면 출입이 불가능했고 현장 사진 촬영도 철저하게 통제됐다. 국가 중요시설답게 삼엄한 분위기였다.
보안구역을 통과하자 거대한 LNG 저장탱크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높이 52m, 외경 84m 규모의 저장탱크 23기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인천기지는 저장용량 348만㎘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 LNG 생산기지다. 각 탱크에는 LNG 약 10만t을 저장할 수 있다.
가스공사 인천기지 관계자는 "최근에는 국내에 입항하는 LNG 운반선이 대형화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대 12만7000t급 LNG선과 비교해도 선박 한 척 분량에 가까운 LNG를 탱크 하나에 저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부두에는 캐나다산 LNG를 실어 나른 LNG선이 하역을 마치고 정박해 있었다. 15년 만에 캐나다산 액화천연가스(LNG)가 수도권에 처음 도착한 것이다. 한국가스공사가 약 2조원을 투입해 확보한 연간 70만t 규모 지분 물량으로, 중동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을 다변화할 새로운 에너지 안보 자산으로 평가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키티맷에서 출발한 LNG가 8500㎞를 항해해 수도권 에너지 공급의 관문인 인천기지에 처음 도착한 것이다. 이번에 도입된 물량은 1카고 규모로 선적량은 7만4825t, 실제 하역량은 약 7만3000t이다. 하역서류 기준 수치로 항해 과정에서 발생한 BOG(증발가스) 소모량과 선박에 남겨둔 HEEL 물량 등을 제외한 규모다.
이번 입항은 가스공사가 15년 동안 추진해 온 LNG 캐나다 사업이 수도권 공급망으로 연결된 첫 사례다. 지난해 9월 통영기지에 첫 물량이 도착한 데 이어 이번에는 수도권 최대 수요처인 인천기지까지 공급망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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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지난 4일 인천기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 가스공사 |
◆23기 저장탱크 품은 인천기지…348만㎘ 세계 최대
LNG 캐나다 사업은 캐나다 서부 내륙의 풍부한 천연가스를 구매해 로키산맥을 가로지르는 670㎞ 배관을 통해 키티맷 액화기지로 보낸 뒤 LNG로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는 사업이다. 쉘(40%·이하 지분율)이 운영을 맡고 페트로나스(25%), 미쓰비시상사(15%), 페트로차이나(15%)가 참여한 국제 합작 프로젝트다. 가스공사는 약 2조원을 투입해 지분 5%를 확보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70만t 규모의 지분 물량을 확보했다.
특히 LNG 캐나다는 가스공사가 생산부터 액화·도입까지 LNG 전 밸류체인에 참여해 소유권과 처분권을 확보한 첫 사업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단순 구매 계약이 아닌 만큼 필요할 때 국내에 우선 투입하거나 해외 시장에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장에서 만난 가스공사 관계자들은 이번 사업의 핵심 의미로 공급망 다변화를 꼽았다.
캐나다산 LNG는 태평양 직항 항로를 타고 우리나라까지 12~14일이면 도착한다. 중동산 LNG가 15~18일, 미국산 LNG가 24~32일가량의 소요 시간과 비교하면 운송 기간이 짧고 운송비도 20~50%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호르무즈 해협이나 파나마 운하 등 주요 병목 구간에 대한 의존도가 낮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지정학적 위기는 LNG 캐나다 사업의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안정적 태평양 항로를 통해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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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서부 해안산맥. / 한국가스공사 |
◆곰 나오는 오지서 15년…끝내 지켜낸 5% 지분
이런 LNG 캐나다 사업이 결실을 맺기까지는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가스공사는 2010년 공동 타당성 조사 단계부터 사업에 참여했다. 이후 2018년 최종투자결정(FID)을 거쳐 본격 공사에 들어갔지만 코로나19와 공급망 차질, 인력난 등으로 여러 차례 지연을 겪었다.
LNG 캐나다 사업의 가장 큰 난관은 로키산맥과 코스탈산맥이 만나는 오지에 670㎞ 길이 배관을 건설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현장은 두 개의 거대한 산맥이 맞닿은 지역으로 혹한과 폭설이 잦아 연중 공사가 가능한 기간이 제한적이었다. 주민이 거의 없는 지역인 탓에 대규모 작업 인력 확보도 쉽지 않았다.
최 사장은 "공사 막바지에는 보온재 시공 인력을 구하지 못해 사업이 계속 지연됐다"며 "캐나다 정부와 협의해 인도·파키스탄 등 해외 인력의 비자 발급을 지원받았고 약 1400명의 작업 인력을 추가 확보한 끝에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 주변에는 곰이 출몰할 정도로 인적이 드문 오지였다는 후문이다.
사업 초기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사업 장기화와 투자 부담 등으로 국정감사 때마다 사업성 논란이 반복됐고 매각 요구까지 나왔다. 가스공사는 당초 20% 수준의 지분 참여를 추진했지만 회의적 시선 등으로 인해 5% 지분 보유에 그쳤다. 최 사장은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5% 지분을 지켜낸 것이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했다.
LNG 캐나다 사업을 통해 가스공사가 확보한 지분 물량은 연간 70만t 규모다. 우리나라 연간 LNG 도입량이 3500만~3600만t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2%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분 물량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스공사는 단순 구매 물량과 지분 물량은 의미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LNG 캐나다 물량은 가스공사가 직접 소유권과 처분권을 보유해 국내 수급 상황에 따라 전량 국내에 투입하거나 해외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현재 확보한 지분 물량은 호주 프렐류드(38만t)와 LNG 캐나다(70만t)를 합쳐 약 108만t 규모다. LNG 캐나다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약 178만t 수준으로 늘어난다. 장기적으로는 전체 도입량의 10~15%를 지분 물량으로 확보해 공급망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최 사장은 "일본 제라도 연간 약 3400만t의 LNG를 도입하면서 160만t 규모의 지분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가스공사도 LNG 캐나다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178만t 규모의 지분 물량을 확보하게 돼 에너지 안보 대응 역량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후속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 5월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LNG 캐나다 2단계 사업은 액화설비와 저장탱크를 추가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기존 670㎞ 배관과 접안시설은 그대로 활용하고 승압기만 추가 설치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스공사는 올해 하반기 최종투자결정(FID)을 거쳐 2031년 상업생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가스공사는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국내 LNG 도입에서 중동산 비중을 2022년 45%에서 지난해 24% 수준으로 낮췄다. 올해부터는 18% 이하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최 사장은 "LNG 캐나다 사업은 단순한 도입선 추가가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사업"이라며 "앞으로도 지분 물량을 확대해 공급망 위기 대응 역량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15년 동안 추진된 LNG 캐나다 사업은 이날 수도권 첫 입항이란 결실을 맺었다. 캐나다는 중동과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LNG 공급망의 새로운 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
danjung638@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