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9%·두산로보틱스 18% 하락
증시 약세에 차익실현 겹쳐…실제 계약 여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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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인근 깐부치킨 매장에서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킨 회동을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윤정원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국내 기업 총수들의 삼겹살 회동을 앞두고 관련주들이 줄줄이 급락하고 있다. 국내 증시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한 가운데, 방한과 협력 기대감에 단기간 급등했던 인공지능(AI)·로봇주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황 CEO는 이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만찬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참석 기업 총수들의 이름이 알려진 직후부터 관련 상장사들을 '젠슨 황 수혜주'로 묶었다. 엔비디아가 AI 반도체를 넘어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팩토리 등 피지컬 AI 사업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국내 주요 기업과의 협력 가능성이 부각된 영향이다.
최 회장의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대표적인 AI 반도체 수혜주로 꼽힌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판매가 늘어날수록 HBM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동 참석 기업 가운데 실적과의 연결고리가 비교적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로봇과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협력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자동차 생산 공장에 AI와 로봇을 적용하고, 자율주행차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엔비디아의 연산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다.
LG그룹은 피지컬 AI 기대감의 가장 큰 수혜를 받았다. LG전자는 엔비디아 로보틱스 플랫폼을 활용한 로봇 사업 확대와 구광모 회장·황 CEO 간 첫 공식 회동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29일과 이달 1일 두 차례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2일에는 장중 43만8000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LG전자는 가전과 전장, 로봇 등 실제 하드웨어 사업을 보유하고 있어 피지컬 AI가 상용화될 경우 엔비디아와의 접점이 넓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엔비디아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과 엔비디아를 상대로 직접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인 만큼, 공동개발이나 공급계약의 구체적인 형태를 확인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NAVER 역시 자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디지털트윈, 로봇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AI 생태계와 접점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산로보틱스도 엔비디아의 AI·로보틱스 인프라와 자사 로봇 운영체제를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련주에 합류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황 CEO와 직접 만나는 기업을 넘어 그룹 계열사와 로봇·데이터센터 관련주 전반으로 번졌다. LG CNS와 LG이노텍, 로보스타를 비롯해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에도 매수세가 몰렸다. 직접적인 사업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기업까지 수혜주로 묶이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그러나 황 CEO의 입국을 하루 앞둔 지난 4일부터 분위기는 급격히 바뀌었다. LG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16.43% 내린 32만8000원에 정규장을 마쳤다. NAVER는 4.63% 하락한 26만7500원, 두산로보틱스는 5.28% 내린 15만7900원으로 마감했다. 황 CEO와 김택진 대표의 회동 기대에 올랐던 엔씨소프트도 14.94% 급락했다.
회동 당일인 5일에도 관련주는 일제히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6분 기준 LG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9.60% 내린 29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NAVER는 8.04% 하락한 24만6000원, 두산로보틱스는 18.05% 내린 12만9400원을 기록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전 거래일 대비 9.44% 하락한 20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5.96% 내린 27만2250원을 가리키고 있다. 증시 전반이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최근 상승 폭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LG전자는 지난 2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 43만8000원과 비교하면 주가가 30% 넘게 낮아졌다. 지난 1일 기준 주가가 증권사 평균 목표주가인 16만6750원을 크게 웃돌았던 만큼, 실적 전망보다 신규 로봇 사업과 엔비디아 협력 가능성이 주가에 빠르게 반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엔비디아와의 협력 관계는 기업별로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처럼 엔비디아에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엔비디아의 성장과 매출이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엔비디아의 GPU나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기업은 초기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 부담이 먼저 발생할 수 있다.
로봇 플랫폼이나 AI 인프라를 공동 개발하는 기업 역시 실제 제품 출시와 고객사 확보로 이어지기 전까지는 수익 기여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엔비디아와 협력한다'는 표현이 공급계약인지, 기술 도입인지, 공동 연구인지에 따라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임은정·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젠슨 황 CEO 방한을 앞두고 관련주의 단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AI 쏠림 완화와 비AI 업종으로의 순환매 확산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삼겹살 회동 자체보다 이후 발표될 협력 내용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기대를 먼저 반영한 만큼 실제 협력 발표의 구체성에 따라 추가 주가 흐름이 갈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회동 이후 공동 투자 규모와 제품 공급 물량, 기술 개발 주체, 상용화 일정 등이 제시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 CEO와의 만남이 실제 계약과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관련주의 추가 주가 흐름을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