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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상장 문턱 높아진다…'3%룰'이 IPO 판도 가를까
입력: 2026.06.05 00:00 / 수정: 2026.06.05 00:00

7월 시행 목표로 예외허용 기준 공개 임박
물적분할 넘어 신설·인수 자회사까지 심사대상 확대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했다. /픽사베이
금융당국의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했다. /픽사베이

[더팩트|윤정원 기자] 중복상장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했다.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준비해온 상장사들은 주주동의 절차와 예외허용 기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기준을 담은 상장·공시규정, 상장세칙, 가이드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관련 제도를 오는 7월 시행하는 방안을 목표로 삼아왔다. 거래소 규정 개정 예고와 시장 의견수렴 절차를 감안하면 이번 가이드라인이 향후 자회사 IPO 심사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제도 개편의 핵심은 '원칙 금지, 예외 허용'이다. 상장사가 경제적 동일체로 볼 수 있는 종속회사나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를 다시 상장하려면 별도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동안 중복상장 논란은 주로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 집중됐다. LG화학에서 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모회사 일반주주 가치 훼손 논란이 커졌고, 카카오그룹 계열사 상장 과정에서도 비슷한 비판이 반복됐다.

다만 새 기준은 물적분할 자회사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물출자나 영업양도 방식으로 만들어진 회사,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 후 재상장하는 회사, 상장사가 새로 설립하거나 인수한 자회사도 심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경제적으로 얼마나 겹쳐 있는지, 별도 상장이 기존 주주의 몫을 훼손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해지는 구조다.

심사 기준은 크게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로 나뉠 전망이다. 영업 독립성에서는 자회사의 매출처, 원재료 조달, 연구개발, 판매관리 기능이 모회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는지 따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 독립성은 이사회와 감사기구, 상근 경영진, 인사·재무 의사결정 체계가 별도로 작동하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자회사가 외형상 별도 법인이더라도 실질적으로 모회사 사업부와 다르지 않다면 예외 허용을 받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 보호 장치도 심사의 주요 변수다. 자회사 상장이 왜 필요한지, 공모자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명했는지, 주주 의견을 얼마나 반영했는지가 따져질 전망이다. 특히 모회사 주주동의 절차가 가이드라인에 어느 수준으로 담길지가 최대 쟁점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소수주주 다수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 준용,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3%룰 준용 여부에 가장 큰 관심이 쏠린다. 소수주주 다수결은 일반주주 보호 취지가 강하지만 지배주주 의결권을 사실상 배제한다는 점에서 법적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일반적인 특별결의 방식은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서 견제 기능이 제한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 3%룰은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일정 부분 제한하면서도 의결권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절충안으로 거론된다.

특정 업종에 대한 일괄 예외 허용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성장 산업에서는 자회사 상장이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산업별 예외보다 주주보호 장치와 상장 필요성을 중심으로 심사하겠다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성장 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반주주 보호 기준을 낮추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미 시장에서는 가이드라인 발표 전부터 주주동의 절차를 밟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덕산하이메탈은 지난달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방위·항공우주 핵심 자회사 덕산넵코어스의 상장 승인 안건을 가결했다.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찬성률은 72.8%,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 기준 찬성률은 92.7%로 집계됐다. 중복상장 논란이 확산한 이후 모회사가 자회사 상장에 대해 주주동의를 확보한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심사 과정의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IB업계에서는 이번 가이드라인이 IPO 일정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자회사 상장을 준비하던 기업들은 상장예비심사 청구 전 모회사 이사회와 주총 절차, 일반주주 설명자료, 공모자금 사용계획을 다시 정비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자회사 상장을 엑시트 수단으로 고려했던 사모펀드(PEF)와 전략적투자자(SI)도 투자 회수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복상장 심사가 까다로워지면 IPO 대신 지분 매각, 합병, 외부 투자 유치 등 대체 방안이 부각될 수 있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자회사 상장 자체가 막히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도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중복상장과 전체 주주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상장을 구분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관건은 모회사가 자회사 상장 필요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일반주주 가치 훼손 우려를 어떤 방식으로 해소하느냐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면 자회사 IPO를 추진해온 기업들의 상장 일정과 지배구조 개편 전략도 본격적으로 재조정될 전망이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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