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읽으면 우승이 보인다...제69회 KPGA선수권 개막 [박호윤의 IN&OUT]
  • 박호윤 기자
  • 입력: 2026.06.04 00:00 / 수정: 2026.06.04 00:00
올해 선수권대회서 꼭 봐야 할 8가지
양지호, 배상문, 박상현이 써내려 갈 새로운 역사
48명의 챔피언, 20년 연속 새 우승자
지난해 KPGA선수권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린 옥태훈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 옥태훈은 이후 2개 대회를 더 우승, 2025년을 자신의 최고의 해로 만든 바 있다./KPGA
지난해 KPGA선수권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린 옥태훈이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 옥태훈은 이후 2개 대회를 더 우승, 2025년을 자신의 최고의 해로 만든 바 있다./KPGA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이번 주 KPGA투어는 '제69회 KPGA선수권대회 with A-ONE CC'(이하 선수권)다. 선수권대회는 2주 전 막을 내린 코오롱 한국오픈과 함께 국내 남자프로골프를 대표하는 양대 메이저급 대회다.

1958년 같은 해 창설된 두 대회는 1976년 국내 최초의 상업 스폰서 대회인 오란씨오픈이 등장하기 전까지 무려 18년 동안 한국 남자골프를 떠받쳐 왔다. 비록 최근에는 여자골프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이 사실이지만,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한국오픈과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개최하는 선수권대회가 국내 골프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4일부터 경남 양산 에이원CC에서 열리는 선수권대회를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관전 포인트 8가지를 정리했다.

1. 최고 역사, 최고 상금, 그래서 최고 권위의 대회

선수권대회는 1958년 6월 첫 대회를 개최했다. 같은 해 창설된 한국오픈보다 약 3개월 먼저 열려 국내 프로골프 대회의 효시로 평가받는다. 당시 국내 프로골퍼는 연덕춘, 신봉식, 박명출 등 단 3명뿐이었고, 대회 역시 프로골퍼 양성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올해 총상금은 16억원. 국내 남자골프 발전을 위해 2014년부터 후원을 이어온 풍산그룹(회장 류진)이 지원 규모를 확대하면서 2024년부터 3년 연속 이 금액이 유지되고 있다. 순수 국내 개최 KPGA 대회 가운데 최고액이다. 뒤를 잇는 우리금융챔피언십과 신한동해오픈의 총상금은 각각 15억원이다.

최고의 역사와 최고액 상금이 걸린 만큼 권위도 남다르다. 우승자에게는 5년 시드와 제네시스 포인트 1300점, 그리고 선수권대회 영구 출전자격이 주어진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2022년 이후 우승자와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들이 우승 트로피 조형물을 중심으로 포토콜 행사를 가졌다. 전가람, 김영수, 최승빈, 장유빈, 신상훈, 함정우, 옥태훈.(왼쪽 부터 시계방향으로)/KPGA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2022년 이후 우승자와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들이 우승 트로피 조형물을 중심으로 포토콜 행사를 가졌다. 전가람, 김영수, 최승빈, 장유빈, 신상훈, 함정우, 옥태훈.(왼쪽 부터 시계방향으로)/KPGA

2. 68회 동안 48명의 챔피언 탄생…한장상 7승, 최상호 6승

지난해까지 68회 동안 모두 48명의 챔피언이 탄생했다. KPGA 제2대 회장이자 국내 프로골퍼 1호인 연덕춘이 역사적인 첫 우승자다. 한장상은 무려 7차례 정상에 올라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1968년부터 1971년까지 4년 연속 우승이라는 불멸의 기록도 남겼다.

통산 43승의 최상호 역시 여섯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최윤수가 3승을 기록했다. 이일안, 김승학, 임진한, 신용진, 박노석, 김대섭, 그리고 2·9회 대회 우승자인 주한미군 무디 등 7명은 2승씩을 기록했다.

나머지 38명은 모두 한 번씩 정상에 오르며 챔피언 명단에 이름을 남겼다.

3. 최근 20년간 20명의 챔피언…복수 우승자가 없다

초창기 선수권대회에서는 한장상, 최상호 같은 다승 챔피언들이 꾸준히 등장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전혀 다르다.

2005년 제48회 대회에서 김대섭이 2002년에 이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선수권대회에서 두 차례 우승하지 못했다. 2006년 김형성 우승을 시작으로 무려 20년 동안 20명의 서로 다른 챔피언이 탄생했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는 개최 코스가 자주 바뀌었고, 2016년 이후 에이원CC에서 10년 연속 열리는 동안에도 매년 새로운 우승자가 나왔다.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이면서 동시에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대회인 셈이다.

올해로 11년 연속 KPGA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에이원CC의 18번홀 전경. 많은 명승부가 펼쳐진 홀이다./KPGA
올해로 11년 연속 KPGA선수권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에이원CC의 18번홀 전경. 많은 명승부가 펼쳐진 홀이다./KPGA

4. 27개 골프장이 함께 만든 역사…서울CC 12회, 에이원CC 11회

제1회 선수권대회는 현재 서울어린이대공원 자리에 있던 '서울컨트리구락부'(서울CC)에서 열렸다. 이후 10회 대회까지는 서울CC에서만 개최됐고, 뉴코리아CC(3회), 태릉CC(2회), 안양CC(3회), 한양CC(9회) 등이 대회를 유치했다. 2000년대에는 휘닉스파크(4회), 아시아나CC(3회) 등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장기 개최지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가운데 에이원CC가 2016년부터 70회 대회가 열리는 내년까지 12년간 코스를 무상 제공하기로 하면서 안정적인 개최 기반이 마련됐다.

선수권대회는 지금까지 모두 27개 골프장이 역사를 함께했다. 서울CC가 12회로 가장 많이 개최했고, 올해 대회까지 포함하면 에이원CC가 11회로 그 뒤를 잇는다.

5. 한국오픈-선수권 동시 석권, 55년 만에 나올까

국내 양대 메이저인 한국오픈과 선수권대회를 같은 해 모두 우승한 사례는 단 세 번뿐이다. 주인공은 모두 한장상이다. 그는 1964년, 1970년, 1971년에 두 대회를 모두 제패했다. 따라서 올해 한국오픈 우승자 양지호가 이번 대회마저 석권한다면 무려 55년 만에 한국 남자골프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들어 두 대회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낸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최근 10년간 한국오픈 우승자 가운데 같은 해 선수권대회 최고 성적은 김민규의 공동 18위(2024년)였다. 반대로 최근 10년간 선수권 우승자 가운데 한국오픈 최고 성적은 신상훈의 공동 9위(2022년)였다.

그만큼 두 대회를 모두 제패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한국오픈에 이어 KPGA선수권 우승을 노리고 있는 양지호. 양 대회를 우승할 경우 1971년 한장상 이후 55년 만의 진기록이다./KPGA
한국오픈에 이어 KPGA선수권 우승을 노리고 있는 양지호. 양 대회를 우승할 경우 1971년 한장상 이후 55년 만의 진기록이다./KPGA

6. 올해도 생애 첫 우승자가 탄생할까

최근 20년간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20명 가운데 무려 12명이 생애 첫 우승을 이 대회에서 기록했다. 김형성, 김창윤, 손준업, 김병준, 장동규를 비롯해 에이원CC 시대에도 김준성, 문도엽, 이원준, 김성현, 신상훈, 최승빈, 옥태훈 등이 선수권대회를 통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선수권은 늘 새로운 스타를 배출해 온 무대였다.

올해도 또 한 명의 신데렐라가 탄생할 것인가. 아니면 20년 동안 끊겼던 복수 우승자의 계보가 다시 이어질 것인가.

7. 배상문, 마지막 퍼즐은 선수권대회

배상문은 한미일 3개 투어에서 통산 14승(PGA투어 2승·JGTO 3승)을 거둔 한국 남자골프의 대표 스타다.

특히 국내에서 거둔 9승 가운데 7승이 메이저급 대회 우승이다. 한국오픈(2008·2009년), 신한동해오픈(2013·2014년), SK텔레콤오픈(2007·2010년)을 각각 두 차례씩 우승했고, 2009년에는 GS칼텍스 매경오픈도 제패했다.

이제 남은 것은 선수권대회뿐이다.

만약 배상문이 선수권 정상에 오른다면 국내 5대 메이저급 대회를 모두 석권한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된다. 1997년 창설됐다 올해부터 열리지 않는 SK텔레콤오픈을 제외한 4대 메이저급 대회를 모두 우승한 선수는 최상호, 이강선, 김종덕 등 3명이다.

박상현은 이번 대회서 단독 3위 이상의 성적을 올릴 경우 전인미답의 생애 통산 상금 60억원을 돌파하게 된다./KPGA
박상현은 이번 대회서 단독 3위 이상의 성적을 올릴 경우 전인미답의 생애 통산 상금 60억원을 돌파하게 된다./KPGA

8. 박상현, 사상 첫 생애 상금 60억원 돌파할까

박상현은 또 하나의 역사에 도전한다. 22시즌 동안 244개 대회에 출전해 14승을 기록하며 벌어들인 상금은 59억1,179만6,335원. KPGA투어 역대 상금랭킹 2위 강경남보다 약 10억원이나 많은 압도적 1위다. 대망의 60억원까지는 약 8,820만원이 남았다. 이번 대회에서 단독 3위(상금 9600만원)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KPGA투어 최초로 생애 상금 60억원을 돌파하게 된다.

최고 역사와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선수권대회에서 또 하나의 금자탑이 세워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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