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박지윤 기자] 모든 게 도전 그 자체였던 '와일드 씽'으로 돌아온 배우 박지현은 코미디 장르에서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연기의 맛을 제대로 느끼며 또 하나의 대표작을 추가했다.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에서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멤버 도미 역을 맡은 박지현은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났다. 시사회 이후 끊이질 않는 호평 속에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재밌게 잘 나왔고 반응도 좋아서 기대된다"고 말문을 열며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꺼냈다.
오는 3일 스크린에 걸리는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로, '해치지 않아' 등을 선보였던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도미를 연기하게 된 박지현은 노래와 안무 연습은 물론 자신감과 상큼함을 장착하며 혼성그룹의 센터이자 메인 보컬로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이에 그는 "무대 경험이 전혀 없고 외모가 출중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센터를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자의식을 없애고 최대한 철판을 깔고 즐기려고 했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와일드 씽'이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소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박지현의 열연도 한몫했다. 그는 태닝과 탄탄한 복근 등 비주얼 변신은 물론 과거 영상을 많이 찾아보면서 당시 유행했던 헤어스타일과 의상부터 말투와 뉘앙스까지 완벽 재현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고.
그러면서도 "많은 스태프가 소품과 배경 등에 신경 쓰면서 그 시절의 느낌을 잘 재현해 주셨기에 자연스럽게 그 시절의 정서를 갖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이효리를 모티브로 삼아 도미를 만들어갔다고 밝혔던 박지현은 이날 많은 가수 중에서 이효리였던 이유도 자세하게 들려줬다.
"트라이앵글이 청량하고 순수한 'Love is(러브 이즈)'로 데뷔했고 2집에서는 강렬하고 퍼포먼스가 화려한 'Shout it out(샤우트 잇 아웃)'으로 활동하는데 이효리 선배님도 핑클로 활동할 때 저희의 1집과 비슷한 분위기였다가 솔로로서 섹시하고 강렬한 콘셉트를 보여주셨잖아요. 도미도 그 두 가지를 다 보여주면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

극 중 도미는 트라이앵글의 센터이자 메인보컬로 데뷔했지만 2집의 타이틀곡이 표절 의혹에 휩싸이면서 활동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은퇴한 후 재벌가의 며느리로서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겉보기에는 누구보다 화려하게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나름의 고충을 겪고 있는 그는 다시 한번 뭉치자는 현우(강동원 분)의 제안에 잠시 잊고 살았던 과거의 감각을 깨우면서 아이돌 자아를 장착한다.
"현우의 제안을 듣고 망설이지만 그때 그 시절의 꿈에 대한 그리움을 잊을 수 없었고 무대의 희열감이 원동력이 돼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에는 가수라는 직업이 돈을 벌고 명예를 얻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이제는 돈이 많기 때문에 원할 때 무대에 설 수 있는 거죠. 본인의 선택대로 움직이는 친구라서 무대에 섰다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후에 새로운 트라이앵글의 제작자가 된 것도 도미스러운 결말이었어요. 하고 싶은 걸 다 하는 도미를 연기하면서 대리만족을 많이 느꼈어요(웃음)."
그렇다면 혼성그룹이 된 강동원, 엄태구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박지현은 "워낙 경험이 많으신 대선배님들이시고 감독님도 디렉팅을 잘 주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테이크마다 다양한 모습들을 꺼냈고 감독님이 좋은 컷을 잘 선택하신 것 같다"고 회상하며 완벽한 무대를 위해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던 두 사람의 활약도 함께 언급했다.
"강동원 선배님은 고난도의 브레이크댄스와 헤드스핀을 짧은 시간 안에 해내시더라고요. 늘 저희보다 3~4시간씩 일찍 오셔서 연습하고 계셨는데 열정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에 감탄했죠. 노력만으로 되는 영역은 아닌데 몸을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엄태구 선배님은 연습 때 그렇게 많은 걸 보여주시지 않으셨는데 무대 체질인 것 같아요. 랩을 하면서 윙크를 백만 번 하시더라고요. 뒤에 제가 윙크를 하면 겹치니까 다 뺏겼던 기억이 있어요. 무대 위에서는 현역 아이돌 못지않게 남다른 귀여움을 보여주셨어요. 두손 두발 다 들었죠."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지만 정작 도미를 연기한 박지현은 웃기는 것에 몰두하지 않았다. 아직 코미디 장르에서의 경험이 부족했던 만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손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러움과 현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집중했단다.
이와 관련해 그는 "도미로서 절실하게 목표를 갖고 달려가려고 했고 인물의 진심을 잘 전달하고 싶었다.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 것 같다"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과거 god(지오디)부터 동방신기까지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었던 박지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은 이의 무한한 사랑과 응원을 받는 아티스트가 되며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고 색다른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무대 위에서 감정적으로 복받쳐 오르는 순간들이 기억에 남고 연기적으로 감동도 있었다. 또 오랫동안 트레이닝하고 무대를 위해 한평생을 바치는 가수들에게 존경심을 느꼈다"고 힘주어 말했다.
2017년 MBC '왕은 사랑한다'로 데뷔한 박지현은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유미의 세포들'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X형사', 영화 '곤지암'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이어 영화 '히든페이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에 출연하며 파격적인 도전에 뛰어들었고 넷플릭스 '은중과 상연'에서 천상연의 10대부터 40대까지 연기하며 삶과 죽음, 관계와 감정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 박지현이 이번에는 미리 생각하고 여러 경우의 수를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고 즉흥과 날것의 매력을 온전히 만끽했다. 모든 면에서 도전 그 자체였던 특별한 여정을 끝내고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친 그는 "제 연기 인생에 있어서 코미디 연기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마치 골을 잘 넣은 것같이 잘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이 있더라고요. 이건 혼자 고민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팀워크가 중요했고 불쑥 튀어나오는 아이디어가 소중했죠. 늘 미리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코미디는 이게 독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려웠고 하고 나서도 많은 숙제를 남겨줬지만 결과적으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됐어요. 생생하게 살아있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현장에서 갑자기 신선한 호흡을 만들어내면서 즉흥적인 연기의 맛을 제대로 알게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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