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세미나만 세 차례…영업·경영 독립성 쟁점
카카오모빌리티·SK에코플랜트·HD현대로보틱스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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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복 상장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준비해 온 대기업 계열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윤정원 기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기준 정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준비해 온 대기업 계열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새 심사 기준이 구체화되면 일부 IPO 대어들의 상장 전략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중복상장 세부 심사 기준 마련에 앞서 시장 의견수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공개세미나를 연 데 이어 최근에는 3차 의견수렴 세미나까지 열고 기관투자자와 기업, 투자은행(IB), 벤처캐피털(VC)·사모펀드(PE) 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중복상장에 대한 심사 문턱을 높이겠다는 방향은 선명해졌지만, 예외 허용 범위와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방식, 중소·중견기업 적용 기준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한 분위기다.
기존 논란의 중심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이었다. 모회사 주주가 보유하던 사업 가치가 자회사로 넘어간 뒤 해당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하면서, 모회사 일반주주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비판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자회사 성장성과 공모 흥행 가능성이 부각되는 동안 정작 모회사 주주가치 희석 문제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번 기준은 이 같은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논란에서 한발 더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가 앞서 제시한 방향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물적분할 자회사뿐 아니라 현물출자, 영업양도, 인수합병 등을 통해 만들어진 자회사도 심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같은 기업집단 내 수직적 지배관계에 있는 계열회사도 경제적 동일체로 판단되면 중복상장 심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심사 기준은 영업 독립성,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로 압축된다. 자회사가 모회사와 별개의 사업 기반을 갖췄는지, 자회사 이사회와 의사결정 구조가 독자적으로 작동하는지,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설명하고 보호 방안을 마련했는지가 핵심이다. 상장 필요성보다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먼저 따지는 구조로 바뀌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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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히던 SK에코플랜트의 상장은 사실상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더팩트 DB |
이에 따라 카카오모빌리티, SK에코플랜트, HD현대로보틱스, 한화에너지 등 대기업 계열 상장 후보군도 새 기준의 영향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회사는 각각 모빌리티 플랫폼, 환경·에너지, 로봇, 에너지 사업을 앞세워 상장 가능성이 거론돼 왔지만, 앞으로는 성장성뿐 아니라 모회사와의 사업 연계성, 의사결정 구조, 일반주주 보호 방안까지 함께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그룹의 핵심 플랫폼 자회사라는 점에서 카카오와의 브랜드·데이터·사업 의존도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카카오그룹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상장 과정에서 이미 중복상장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상장에 나설 경우 택시 호출, 대리운전, 주차, 물류 등 사업 성장성뿐 아니라 그룹 내 지배구조와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방안이 함께 심사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SK에코플랜트는 환경·에너지 사업을 앞세워 기업가치 재평가를 추진해 온 대표적인 IPO 대어다. 앞서 프리IPO를 통해 재무적투자자(FI) 자금도 유치한 만큼, 상장 지연이 길어질 경우 투자금 회수와 계약상 조건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SK그룹 내 사업 재편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건설, 환경, 에너지 사업이 그룹 계열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독립적인 성장 재원으로 쓰이는지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HD현대로보틱스도 시장의 관심을 받는 후보군이다. 로봇 산업 성장 기대감이 크고 제조업 자동화 수요가 확대되는 만큼 사업 자체의 매력도는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HD현대그룹 지배구조 안에서 회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회사와의 사업·거래 관계가 얼마나 분리돼 있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성장 산업이라는 점만으로는 중복상장 심사 문턱을 넘기 어려울 수 있다.
한화에너지 역시 잠재적 영향권에 있는 회사로 거론된다.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배구조와 승계 이슈가 맞물린 회사라는 점에서 상장 추진 과정에서 구주매출, 기업가치 산정, 일반주주 보호 방안이 함께 논란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성장 자금 조달 목적의 IPO인지, 기존 주주의 투자금 회수 성격이 강한지에 따라 시장의 평가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복상장 기준이 구체화되면 대기업 계열 자회사 IPO는 성장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모회사와의 사업적 독립성, 지배구조상 독립성, 일반주주 보호 방안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예비심사 단계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