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HD현대중 하청노조, 원청 교섭권 없다" 판결
HD현대중공업 "법원 판결 존중, 성실하게 교섭 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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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전국금속노동조합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HD현대 |
[더팩트 | 문은혜 기자]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단체교섭 책임 범위를 둘러싸고 9년 가까이 이어진 법적 공방에서 HD현대중공업이 최종 승소했다. 원청의 책임 범위를 넓게 보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된 이후 나온 판결인 만큼 조선업을 비롯한 제조업 현장의 원·하청 노사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1일 전국금속노동조합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단체교섭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교섭할 권리가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법원이 현행 판례 기조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번 소송은 금속노조가 지난 2017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원청"이라며 HD현대중공업에 교섭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반면 HD현대중공업 측은 하청 근로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만큼 법률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쟁점은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였다. 그동안 대법원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를 직접 지휘·감독하 임금 및 인사 체계까지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수준에 이르러야 사용자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기준을 적용해왔다. 단순히 생산 일정이나 작업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만으로는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앞서 1·2심 재판부 역시 HD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 운영 전반을 직접 지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내협력업체가 독립된 사업 주체로 기능하고 있고 근로계약 및 임금 지급 구조도 별도로 운영됐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업계가 이번 판결을 주목한 이유는 지난 3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 나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라는 점 때문이다. 개정 노조법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직접 고용 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사용자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노동계는 이를 토대로 원청과의 직접 교섭 필요성을 강조한 반면 기업들은 원·하청 계약 체계 전반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기존 법리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주심인 오경미 대법관을 비롯한 이흥구·신숙희·마용주 대법관 등 4명은 반대 의견을 통해 "산업 구조 변화와 입법 취지를 반영해 사용자 개념을 보다 폭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고 있는 만큼 원심을 깨트리고 판례를 바꿔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같은 시각 차이가 확인되면서 향후 유사 사건에서 다시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남게 됐다.
실제로 현재 물류·철강·유통업계 등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다. CJ대한통운, 현대제철, 한화오션 등이 비슷한 법적 쟁점을 안고 있다. 이에 이번 판결이 후속 사건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향후 성실하게 교섭에 입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