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살인사건 10년…여전히 화장실은 불안하다
  • 정인지, 이예리 기자
  • 입력: 2026.05.17 00:00 / 수정: 2026.05.17 00:00
강남역 인근 공중화장실 대부분 미설치
서울 비상벨 설치 화장실 1223곳 불과
상당수 의무 제외…"여전히 위협 노출"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 2016년 5월17일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다. 이후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 2016년 5월17일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다. 이후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정인지·이예리 기자] '여성들이 나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여성을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17일 10주기를 맞았다. 이후 공중화장실 비상벨 설치는 의무화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비상벨 등 안전시설이 갖춰진 여자화장실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 2016년 5월17일 강남역 인근 주점 건물 남녀공용 화장실에서 3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2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이다. 그는 앞서 화장실에 들어온 남성 6명을 그대로 보낸 뒤 7번째로 들어온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정부는 곧바로 '여성 대상 강력범죄 및 동기 없는 범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는 범죄 취약지역 CC(폐쇄회로)TV 확충, 신축 건물 남녀 화장실 분리 설치 의무 대상 확대를 포함해 비상벨 설치 사업 추진이 담겼다.

공중화장실 비상벨 설치는 이후 공중화장실법 개정을 거쳐 지난 2023년 7월부터 의무화됐다. 공중화장실은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한 화장실을 뜻한다.

하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약 3년이 지난 올 5월 기준 서울 공중화장실 안전시설(비상벨·CCTV) 설치 대상 2625곳 가운데 비상벨과 CCTV가 모두 설치된 곳은 1223곳에 불과했다. 비상벨만 설치된 곳은 1170곳, CCTV만 설치된 곳은 232곳으로 집계됐다.

강남역 인근에서 순찰하고 있는 경찰./더팩트 DB
강남역 인근에서 순찰하고 있는 경찰./더팩트 DB

더욱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한 민간 공중화장실은 상당수 비상벨 설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자치구에서 비상벨 설치가 필요한 화장실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비상벨 미설치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지난 15일 사건이 발생한 건물을 포함해 반경 150m 이내 공중화장실 5곳을 둘러본 결과, 4곳은 비상벨이 설치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친 모습이었다. 노래연습장이 있는 2층 화장실은 남녀 화장실이 마주보는 형태로 분리돼 있었다. 하지만 비상벨은 보이지 않았다.

약 50m 떨어진 오피스텔 1층 화장실 역시 남녀 화장실은 분리돼 있었지만 비상벨은 없었다. 여자화장실 내 변기 2칸이 있었지만 칸마다 비상벨은 설치되지 않았다. 약 60m 떨어진 맞은편 상가 화장실도 금연 표지만 붙어있을 뿐 비상벨은 없었다.

약 142m 떨어진 상가 화장실은 남녀가 함께 드나드는 출입구 안쪽으로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이 나뉘어 있는 구조였다. 마찬가지로 여자화장실 내 비상벨은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상벨과 CCTV 설치 비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면서도 "민간이 운영하는 화장실은 현행 제도상 비상벨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무 설치 대상은 자치구 조례에 따라 정해지며 구청장이 설치하거나 필요하다고 인정한 화장실에 한정된다"며 "나머지는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올 5월 기준 서울 공중화장실 안전시설(비상벨·CCTV) 설치 대상 2625곳 가운데 비상벨과 CCTV가 모두 설치된 곳은 1223곳에 불과했다. 비상벨만 설치된 곳은 1170곳, CCTV만 설치된 곳은 232곳으로 집계됐다. /이예리 기자rmfj

올 5월 기준 서울 공중화장실 안전시설(비상벨·CCTV) 설치 대상 2625곳 가운데 비상벨과 CCTV가 모두 설치된 곳은 1223곳에 불과했다. 비상벨만 설치된 곳은 1170곳, CCTV만 설치된 곳은 232곳으로 집계됐다. /이예리 기자rmfj

그러는 사이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성평등가족부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여성 51%가 공중화장실을 혼자 이용할 때 두려움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2025년 여성폭력통계를 보면 여성폭력범죄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여성은 51.6%를 기록했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여성은 16.2%에 그쳤다. 보통은 27.5%였다.

전문가들은 제2, 제3의 강남역 살인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민간 공중화장실에도 비상벨 설치를 강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미영 서울여성회 사무처장은 "강남역 사건이 발생한 곳을 포함해 인근 화장실 대부분이 민간 건물인데 비상벨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보니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민간 화장실의 비상벨 설치 의무화가 어렵다면 비용 지원이나 민관 부담 방식 등 현실적인 방안을 함께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사건 직후 대책을 발표했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충분히 고민했는지는 의문"이라며 "정부는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법과 제도를 손보겠다고 하지만 정작 여성들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크지 않다. 화장실은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인데도 여전히 안전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여성회 등 155개 여성·시민단체는 오후 2시 강남역 10번 출구 앞 도로에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 추모행동'을 연다. 이들은 10년 전 강남역 10번 출구를 가득 메웠던 추모 포스트잇 현장을 재현하고 시민들과 함께 추모 메시지를 남길 예정이다.

inj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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