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조업 약화…AI·IT·헬스 산업 중심 재편
중소 원가 부담 확대…생산·고용 동반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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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0% 증가한 85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 뉴시스 |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우리나라 산업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출은 사상 최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소 제조업은 원가 부담과 경기 악화가 동시에 커지는 모습이다.
1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8.0% 증가한 858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사상 첫 2개월 연속 800억달러로, 무역수지는 지난해 2월 이후 15개월 연속 흑자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319억달러를 달성했다. 컴퓨터 수출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 영향으로 전년 대비 515.8% 증가한 40억8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AI 수요 확대와 원화 약세(11일 기준·올해 평균 1470.88원) 흐름이 맞물리며 우리나라 산업 구조 재편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산업 지형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기존 제조업 기반 중소기업은 원자재 부담이 커지는 반면 정보기술(IT)과 헬스, 문화 산업은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방식에 머무는 기업은 살아남기 쉽지 않은 만큼 산업 전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실제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3월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고성장 기업 500’ 순위를 보면 상위 10개 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이 4곳 포함됐으며 AI·소프트웨어와 헬스케어 기업들이 이름을 올렸다.
50위권으로 넓혀봐도 우리나라 기업은 24개에 달한다. IT·소프트웨어와 헬스케어·바이오 기업 비중이 높았고 물류·관광·문화 기반 서비스 기업들도 다수 포함됐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 구조에서 AI·IT·헬스 산업 중심으로 성장축이 이동하는 흐름이다.
반면 중소 제조 현장에서는 고환율과 유가 상승이 맞물리며 수입 원가 부담이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16.1% 상승하며 9개월 연속 증가했다. 1998년 1월(17.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비용 부담이 커지며 중소 제조업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KOSI 중소기업 동향’ 4월호를 보면 지난 2월 중소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0.1% 감소했다. 제조업 창업은 18.4% 줄었고 제조업 취업자도 5만6000명 감소했다.
체감경기도 좋지 않다. 지난달 중소기업 제조업 전망 건강도지수(SBHI)는 80.7로 전년 동월 대비 1.9포인트(p) 하락했다. 소상공인 경기동향지수(BSI)는 82.7로 4.2p, 전통시장 경기동향지수는 80.2로 4.3p 떨어졌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여건이 된다면 반도체 기업들이 세제 혜택과 호황 수익을 바탕으로 상생기금 등을 조성해 우량 중소기업의 운영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율 흐름도 변수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외국 자금 유입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자금 이동 속도가 빨라지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수출 호조가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중소기업과 내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국 자본과 달러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anjung638@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