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시공과 무관 재산상 이익 제공 금지돼
지자체 "위법 소지" 경고했지만…제재 기준 모호
![]() |
| 서울 강남·성수 등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건설사들이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주겠다며 파격적인 금융 지원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
☞<상>편에 이어
[더팩트 | 정리=김태환 기자]
◆ ‘마이너스 금리' 등장한 정비사업…위법 논란에도 제재 한계
-요즘 서울 강남·성수 등 일부 정비사업지에서 시공사 간 수주 경쟁이 과열되는 분위기라는데요. 이 때문에 파격적인 금융 조건을 제시하는 건설사들이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최근 건설사들이 경쟁이 치열한 정비사업지에서 브랜드, 디자인, 설계뿐 아니라 금융 조건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사업비나 이주비 부담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지면서 건설사들이 점점 더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모습입니다. 업계에서는 "이제는 금융 경쟁이 수주전의 중심으로 올라왔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과거에는 아파트 브랜드, 특화 설계, 공사비 등이 주요 경쟁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조합원이 체감할 수 있는 이자 부담을 얼마나 낮춰주느냐가 수주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셈입니다.
-조합원 금융 부담을 낮춰주겠다며 'CD(양도성예금증서) 마이너스 금리' 조건까지 등장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네. 일부 건설사들은 정비사업 조합에 시장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자금을 조달해 조합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겠다며 'CD 마이너스 금리' 조건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통상 정비사업 사업비 대여 금리는 CD금리에 일정 가산금리를 붙이는 방식으로 정해집니다. 건설사 신용도나 사업장 리스크를 반영해 CD+α 형태가 일반적인데, CD-1%나 CD-0.5%는 가산금리를 받지 않는 수준을 넘어 시공사가 사실상 이자 부담 일부를 떠안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조합원 입장에서는 분담금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어떤 정비사업지에서 이런 조건들이 나왔나요.
-서울 서초구 신반포19·25차 통합 재건축 사업 입찰이 대표적입니다. 이 사업에서 포스코이앤씨는 'CD-1%' 조건을 제안했습니다. 경쟁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도 CD+0% 수준의 금융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성수4지구)에서는 대우건설이 'CD-0.5%'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엄밀히 보면 CD+0%는 마이너스 금리는 아니지만, 통상적인 정비사업 대출 조건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초저금리 조건으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와 초저금리 조건이 동시에 수주전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조건들이 위법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인데요.
-맞습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과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르면 시공사는 이사비, 이주비, 이주촉진비 등 시공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습니다. 금융기관 최저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 역시 제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핵심 쟁점은 금리 자체보다 ‘금리 차액’입니다. 통상 금융기관이 적용하는 대출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사업비를 빌려주면, 그 차이만큼 조합이나 조합원에게 경제적 이익이 제공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조건이 단순한 금융 지원인지, 시공권 확보를 위한 재산상 이익 제공인지가 법적 논란의 중심에 놓인 셈입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금리를 낮춰준다는데 반대할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맞습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낮은 금리 조건이 당장 유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업비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 향후 분담금 부담도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조건이 위법 소지를 안은 상태에서 시공사 선정까지 이어질 경우입니다. 이후 계약 단계에서 해당 조건이 빠지거나 수정되면 조합원들이 기대했던 금융 혜택이 사라질 수 있고, 위법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면 사업 일정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자체와 조합은 어떤 반응인가요?
-지자체들도 조합과 건설사에 위법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며 과도한 금융 경쟁에 제동을 거는 분위기입니다. 서초구는 신반포19·25차 재건축 사업 입찰제안서 비교표 승인에 앞서 금융 조건과 관련한 법률 검토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두 시공사가 제시한 금융 조건이 "재산상 이익으로 간주돼 금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취지의 의견을 조합 측에 전달했습니다. 다만 법적 리스크를 경고하면서도 비교표 자체는 승인했습니다.
성동구도 지난달 건설사들에 개별적으로 연락해 마이너스 금리 제안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하며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첫 입찰이 무효 처리됐던 성수4지구 조합은 재입찰 과정에서 '마이너스 금리 제안 금지'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지자체들이 위법 가능성에는 선을 긋고 있지만, 실제 입찰 절차를 곧바로 중단시키거나 무효 처리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경쟁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요.
-네. 처벌이나 제재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위법 소지가 있다는 해석은 나오지만 실제로 입찰을 무효로 하거나 강하게 제재한 사례는 드물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지자체들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고, 조합 역시 조합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점에서 쉽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법령상 금전이나 재산상 이익 제공을 금지하는 취지는 분명하지만, 개별 사업장에서 특정 금리 조건을 곧바로 위법으로 확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조합 총회와 입찰 절차를 거쳐 시공사를 선정하는 구조인 만큼, 지자체가 사전에 강제적으로 개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실제 제재는 사후 법적 분쟁이나 유권해석, 행정 판단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 |
| 마이너스 금리는 시공과 무관한 재산상 이익으로 해석될 경우 위법 소지가 있으나 처벌 조항이 없어 아직까지 제재 사례가 없다. /뉴시스 |
-제재가 어렵다 보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일단 파격 조건을 내걸 유인이 생기는 구조겠네요.
-그렇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위법 여부가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원 표심을 잡기 위해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려는 유인이 생깁니다. 반대로 경쟁사가 파격적인 금융 조건을 내걸었는데 혼자 보수적인 조건을 제시하면 수주전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부담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적 회색지대를 활용한 금융 조건 경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건설사들이 이런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거는 배경은 무엇인가요.
-수익성이 확보된 핵심 사업지를 반드시 선점하겠다는 전략 때문입니다. 최근 건설업계는 공사비 폭등과 고금리 영향 등으로 사업성 검토를 더욱 까다롭게 하고 있습니다. 반면 강남권과 한강변 주요 사업지처럼 사업성이 좋고 상징성이 큰 곳은 어떻게든 수주하려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이런 사업장들은 브랜드 가치와 향후 추가 수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합니다. 강남권과 성수 등 핵심 입지는 단순한 한 건의 수주를 넘어 향후 도시정비 시장에서 브랜드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업장이기도 합니다. 건설사들이 단기 수익성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금융 조건까지 끌어내리며 수주전에 뛰어드는 이유입니다.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금융 조건 경쟁이 과열되면 결국 사업비 증가나 향후 조건 변경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무리한 조건 제시가 장기적으로는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시공사 선정 이후 위법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 리스크가 조합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금융 조건 경쟁보다 주거 품질과 사업 안정성 등 본질적인 경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건설사가 낮은 금리 조건을 제시했다면 결국 그 비용은 누군가 부담해야 합니다. 시공사가 자체적으로 떠안으면 수익성이 낮아지고, 이후 공사비 증액이나 설계 변경, 특화 비용 조정 과정에서 다른 방식으로 회수하려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조합 입장에서는 단순히 금리 조건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 공사비, 공사 기간, 물가 반영 조건, 특화 설계 범위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조합원들에게 유리해 보이는 조건일수록 더 꼼꼼히 따져봐야겠네요.
-맞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나 초저금리 조건은 겉으로 보기에는 조합원 부담을 낮춰주는 카드처럼 보이지만, 법적 안정성과 실제 이행 가능성이 함께 검증돼야 합니다.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제시된 조건이 실제 계약과 사업 진행 과정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지, 위법 논란으로 사업 지연을 부르지는 않을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정비사업 수주전의 금융 경쟁은 조합원에게 당장의 혜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업 안정성을 흔드는 변수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