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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기업 아모레퍼시픽에서 식품계열 '오설록' 부상하는 이유
입력: 2026.05.08 00:00 / 수정: 2026.05.08 00:00

아모레퍼시픽 호실적 속 오설록 성장률 눈길
차녀 서호정씨 오설록 입사한 후 지분 증여도


뷰티 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식품 계열인 오설록이 빠른 성장세와 함께 부상하고 있다. 오설록에는 서경배 회장의 차녀 서호정씨가 근무하는 곳으로, 최근 승계 구도 변화마저 감지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뷰티 회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에서 식품 계열인 오설록이 빠른 성장세와 함께 부상하고 있다. 오설록에는 서경배 회장의 차녀 서호정씨가 근무하는 곳으로, 최근 승계 구도 변화마저 감지되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 실적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뷰티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식품 계열인 '오설록'이 가파르게 부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설록에서 실무를 맡는 '오너 3세' 서호정씨가 아버지 서경배 회장으로부터 추가 지분을 증여받으면서 승계 구도에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1조2227억원, 영업이익이 137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 6.9% 증가한 수치다. 앞서 지난해 매출 4조6232억원(8.5%↑)과 영업이익 3680억원(47.6%↑) 모두 우상향을 기록한 데 이어 호실적을 나타냈다.

특히 그룹 내 식품 계열사인 오설록은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가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18.4% 증가한 1109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설 명절 특수에 힘입어 온·오프라인 매출이 고르게 성장했다. 그 결과 오설록이 포함된 기타 계열사 부문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496억원으로 집계됐다.

오설록은 지난 2005년 서울 명동에 첫 매장을 열며 전통차 브랜드로 입지를 다졌다. 화장품이 주력인 아모레퍼시픽그룹 내 유일한 식품 브랜드로,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2019년 독립법인으로 분리됐다. 현재 제주 티뮤지엄과 티하우스, 면세점, 티샵 등 전국 28개 거점을 확보하는 등 프리미엄 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오설록은 지난 1979년 아모레퍼시픽그룹 창업주 고(故) 서성환 선대회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서 회장은 한국 고유의 차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제주 한라산 남서쪽의 황무지를 개간했고, 제주도에서만 100만 평 규모의 녹차밭을 일궜다. 이후 제주 녹차밭은 우리나라 대표 녹차 생산지이자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브랜드명 역시 제주 차밭에서 바라본 눈 덮인 한라산 정상의 '설(雪)'과 푸른 차밭의 '록(綠)'을 땄고, 감탄사 '오!'가 합쳐지며 탄생했다.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두 자매는 경영 수업에서도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장녀 서민정씨는 경제학과를 나와 뷰티영업전략본부와 그룹전략실 등 핵심 요직을 거쳤으나, 차녀 서호정씨는 본인 전공인 호텔경영학과를 살려 식품계열인 오설록으로 입사했다. 사진은 장녀 서민정씨(왼)와 차녀 서호정씨.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두 자매는 경영 수업에서도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장녀 서민정씨는 경제학과를 나와 뷰티영업전략본부와 그룹전략실 등 핵심 요직을 거쳤으나, 차녀 서호정씨는 본인 전공인 호텔경영학과를 살려 식품계열인 오설록으로 입사했다. 사진은 장녀 서민정씨(왼)와 차녀 서호정씨. /아모레퍼시픽

◆ 첫 경영 행보로 오설록 택한 차녀…지분 증여로 승계 변화도

다만 오설록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대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다. 그러나 서경배 회장의 차녀이자 서호정씨가 지난해 7월 오설록 PD(Product Development·제품 개발)팀에 입사하며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동안 외부 노출이 없었던 서호정씨가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나섰다는 점과 함께, 그룹 주력인 화장품이 아닌 식품 계열을 첫 행보로 택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이 쏠린 것이다.

이는 서 회장의 장녀 서민정씨가 보였던 행보와도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아버지 서경배 회장과 미국 코넬대 동문인 두 자매는 전공부터 경영 수업 방식까지 대조를 이뤘다. 1991년생인 장녀 서민정씨는 경제학 전공 후 글로벌 컨설팅사와 중국 유학 등을 거쳐 대외 경험을 쌓았으나, 1995년생 차녀 서호정씨는 호텔경영학을 졸업한 뒤 7년간 외부 활동을 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오설록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언니 서민정씨가 뷰티영업전략본부와 그룹전략실 등 핵심 요직을 거치면서 경영의 중심에 섰던 것과 달리, 서호정씨는 본인의 전공과 맞닿은 오설록으로 대외 행보를 시작했다. 더구나 서민정씨는 지난 2023년 7월 이후 장기 휴직에 들어간 상태로, 업계 안팎에서는 장녀 중심의 후계 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에는 서 회장이 서호정씨에 핵심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 보통주 19만 주를 증여하며, 이러한 해석에 힘을 보탰다. 이는 아모레퍼시픽 발행주식(6905만589주)의 0.28%에 해당하며, 지분 증여가 이뤄진 지난 2월 25일 종가(15만7000원) 기준 약 3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서 회장은 지난 2021년 2월에도 지주사 아모레퍼시픽홀딩스 보통주 10만 주를 서호정씨에 증여했으며, 이후에도 2023년 5월 보통주 67만2000주와 우선주 172만8000주를 추가로 넘겼다.

반면 서민정씨는 승계 핵심 재원으로 꼽히는 계열사 지분을 연달아 처분하며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2022년 9월에는 서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에뛰드 지분 14만1791주(지분율 19.52%)와 에스쁘아 3만9788주(19.52%) 전량을 처분했고, 이듬해 6월에는 본인 소유의 이니스프리 지분 절반인 2만3222주(9.50%)를 서경배과학재단에 기부했다.

다만 승계 구도의 꼭짓점인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지배구조를 보면, 두 자매의 지분율은 각각 2%대로 엇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두 자매의 승계 구도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보기에는 예단하기가 어렵다는 평가다.

그러나 오설록이 최근 미국 최대 이커머스인 아마존에 성공적으로 진입했고, 서경배과학재단에서 브랜드 사상 최초로 '오설록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그룹 차원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오설록 실무를 맡는 서호정씨가 어떤 경영 성과를 입증할지 승계의 향방이 주목되는 배경이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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