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K팝과 한국 영화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극장은 K팝과 관련된 여러 콘텐츠를 스크린에 걸고 관련 공간을 조성하고, 관객들은 적극적인 소비와 관심으로 이에 응답하고 있다. <더팩트>는 극장에 걸리고 있는 K팝 콘텐츠의 진화 과정과 현재를 짚어보고 이러한 변화가 한국 영화계 산업에 어떤 변화를 안겨주고 있는지 알아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K팝 아티스트와 관련된 콘텐츠가 극장의 주요 상품 중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영화관 자체가 팬덤의 경험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작은 팬덤이 이끄는 이벤트였다. 아티스트의 생일이나 데뷔일을 축하하고 이들이 출연하는 영화 개봉을 기념하기 위해 상영관을 대관해 외부를 꾸미는 브랜드관이 대표적이었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비용을 모아 상영관 벽면과 입구 등을 아티스트의 사진으로 꾸미고 관련 굿즈를 나눠주고, 극장은 지점 일부를 대여해주는 플랫폼으로 존재했다.
이후 K팝 아티스트의 공연 실황 영화가 대거 개봉하면서 자연스럽게 극장이 활용되는 방식도 진화했다. 작품이 상영되는 기간 극장 로비에는 대형 포토월부터 의상과 소품 등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전시됐고, 엽서에 인증 도장을 찍는 이벤트가 진행되는가 하면 주차 별로 다른 굿즈를 선착순으로 증정하는 등 팬들의 경험을 스크린 밖으로 확장시켰다.
지난 3월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단독 개봉한 'TWS VR CONCERT : RUSH ROAD(투어스 브이알 콘서트 : 러쉬 로드)' 상영 당시 극장 한편에는 멤버들의 등신대가 있는 포토존과 특전인 포토카드를 원하는 멤버로 교환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존이 따로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또 특전을 수령하기 위해 티켓 부스에서부터 계단까지 길게 늘어진 줄을 통해 해당 콘텐츠를 향한 확실한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K팝 콘텐츠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CGV용산아이파크몰 7층에 있는 위버스스토어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오픈스튜디오 공간에서 운영되고 있다.
때때로 아티스트의 컴백을 기념하는 팝업스토어로 활용되는 이곳에는 지난 13일 미니 8집 '7TH YEAR: 가시덤불에 잠시 바람이 멈췄을 때'로 돌아온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뮤직비디오가 계속 나오고, 이들을 비롯해 방탄소년단 보이넥스트도어 플레이브 등의 앨범과 굿즈도 만나볼 수 있었다.
또한 최근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발전해 극장 자체를 브랜드화하는 시도가 등장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 4월부터 극장의 인프라와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의 아티스트 IP(지식재산권)를 접목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홍보를 넘어 극장 전체를 아티스트의 콘텐츠로 채우면서 관객들에게 새롭고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기자도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를 방문해 곳곳에 K팝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변화한 극장을 경험했다. 먼저 5층과 7층에 길게 늘어진 LED 전광판에는 여러 광고와 함께 보이그룹 킥플립의 '눈에 거슬리고 싶어'와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Voyager(보이저)'의 뮤직비디오가 송출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신곡을 접할 수 있었다.
이어 7층에 있는 8관은 엑스디너리 히어로즈관으로, 10관은 킥플립관으로 탈바꿈됐다. 앞서 언급됐듯이 K팝 팬들이 주도적으로 브랜드관을 진행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극장이 나서서 이러한 환경을 조성하는 건 거의 처음이라 더욱 팬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이다.
매점에서는 이들로 디자인된 전용 팝콘 봉투와 영화관 콘셉트의 단독 미공개 포토카드를 랜덤으로 증정하는 F&B 콤보를 출시하며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또한 전국 롯데시네마에서는 영화 상영 전 킥플립이 직접 출연해 관람 수칙을 안내하는 '극장 에티켓 영상'이 상영되고, 여기에 킥플립은 지난 7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일일 아르바이트 이벤트를 진행하는 이색 행보도 보여줬다.

그런가 하면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단독 상영되고 있는 르세라핌의 첫 번째 VR 콘서트 'LE SSERAFIM VR CONCERT : INVITATION(인비테이션)'을 관람하기 전 VR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킥플립 팬인 20대 여성 A 씨는 <더팩트>에 "사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이 월드타워가 아닌데 킥플립을 보기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와보니까 더 본격적으로 곳곳에 멤버들이 있었고 에티켓 영상도 귀여웠다"며 "K팝 팬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이런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꼭 한 번쯤은 직접 방문해서 경험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후기를 전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관람하러 온 30대 여성 B 씨는 "LED에 뮤직비디오가 계속 나오길래 팬들이 준비한 이벤트인 줄 알았는데 롯데시네마와 JYP가 협업한 거라니 놀랐다. 이제 영화관도 덕질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공간이 된 것 같다"며 "티켓을 구매하고 올라오던 중에 VR 콘서트를 체험해 봤는데 왜 팬들이 이를 좋아하는지 알겠더라. 궁금했는데 이렇게 잠깐이라도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팬들이 콘텐츠를 관람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공연 실황 영화에서는 응원봉 사용과 떼창이 허용되는 '응원봉 상영회'가 진행되면서 공연장을 방불케 하는 뜨거운 열기를 느끼게 하고, 관련 특전 수령과 인증사진은 물론 나만의 포토 티켓을 만들어 특별하게 콘텐츠를 추억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대 여성 C 씨는 "특전 증정 이벤트나 포토티켓도 나름 소소한 재미 요소다. 내가 원하는 사진으로 커스텀할 수 있고 공연처럼 티켓을 받는 기분을 낼 수 있어서 즐기기 좋다"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콘서트를 가지 못했거나 평소 보고 싶었지만 비싼 가격이나 먼 거리 등이 부담으로 다가왔던 일반 대중도 접근하기 쉬워졌다고 생각한다"고 장점을 언급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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