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정인지·진주영 기자] 중동 전쟁 여파로 플라스틱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의료용 소모품 공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사기 품절 사태에 가격까지 10배 가까이 뛰면서 의료계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플라스틱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오르면서 일회용 주사기가 잇따라 '일시 품절' 또는 '입고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일선 병·의원은 일제히 재고 확보에 나섰다. 서울 서초구의 한 산부인과는 "1~2달치 재고는 남아있지만 불안하다"며 "업체에서 주사기가 모두 품절됐다고 해 주사 처방을 줄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정형외과도 "거래처가 있어 아예 못 구하지는 않지만 10박스를 주문하면 5~7박스만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품절 사태에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일부 업체는 '중동 정세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올라 단가를 조정했다'고 공지했다. 나프타는 플라스틱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 중 약 70%를 차지한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성돼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크다.
서울 양천구의 한 통증의학과는 "원래 5000~8000원이던 제품이 5만원까지 올라 부담이 크다"며 "현재 확보한 물량으로 1달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이후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서울 양천구의 한 동물병원 원장은 "지난달 중순 미리 구매해 1~2달치 물량은 확보했다"면서도 "수의사 커뮤니티에는 5000~6000원 하던 주사기가 3만~10만원에 거래된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약국들도 약포지와 투약병 등 소모품 재고 부족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약국 약사는 "약포지와 투약병 등 재료가 동날까 걱정"이라며 "약포지는 가격이 30~50% 올랐다"고 했다. 이어 "생리식염수는 재고가 부족해 이미 1인당 2개로 제한 판매하고 있고, 소아용 투약병이 부족해 재사용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소모품 없이는 치료가 불가한 환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신부전증으로 매주 투석을 받는 이모(35) 씨는 "의료용 튜브가 부족해 투석을 받지 못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난임 치료로 매일 자가 주사를 맞는 허모(38) 씨는 "매일 같은 시간에 주사를 놓고 있는데 주사기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들으니 불안하다"며 "주변에서는 분만 시 무통 주사를 못 맞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24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약청에서 '주사기 매점매석 1차 특별단속 결과 브리핑'을 열고 주사기 생산량이 전년도 대비 평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제조업체 및 판매업체로부터 생산량과 판매량, 재고량 자료와 판매처 간 유통 경로 등을 면밀히 분석해 지속적으로 매점매석 행위 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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