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 한복판을 운전대 없는 버스가 누비고, 앱으로 호출한 무인 택시가 강남의 복잡한 도로를 질주한다. 서울시가 '자율주행 선도도시'를 선포하며 택시부터 마을버스, 청계천 셔틀까지 다양한 미래 교통수단을 도로 위로 올리고 있다. 서울시 자율주행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직접 현장을 누빈 르포를 통해 자율주행이 과연 서울 대중교통의 지속 가능한 미래가 될 수 있을지 4회에 걸쳐 조명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청계천 인근 도로. 운전석이 비어있는 자율주행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한다. 그 순간 맞은편에서 보행자가 갑자기 나타난다. 차량은 급정거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충돌이 발생했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서울시가 '자율주행 선도도시'를 선언한 지 약 5년이 지났다. 그 사이 서울 곳곳에는 자율주행 셔틀과 버스·택시 등 무인 이동수단이 등장했다. 그러나 사고 책임을 둘러싼 기준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기술은 도로 위에 올라왔지만 이 속도를 법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율주행 사고의 가장 큰 특징은 '책임 주체'가 하나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존 교통사고는 신호 위반이나 과속 등 운전자 과실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자율주행 환경에서는 운전자 자체가 사라진다. 이에 차량 결함이라면 제조사, 인공지능(AI) 판단 오류라면 소프트웨어 개발사, 운영 과정 문제라면 서비스 운영사 책임이 각각 거론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 사고 발생 시 1차 책임은 자율주행 업체에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자동차관리법' 제27조(임시운행의 허가)에 근거한다. 임시운행허가 취득 및 차량을 운행하는 자율주행 업체가 사고 책임을 진다.
다만 모든 사고는 별도 절차를 거친다. 모든 자율주행차 사고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9조의14(자율주행자동차사고조사위원회의 설치 등) 등에 따라 국토부가 구성한 위원회에서 조사하고 시스템 과실 등 사고원인을 규명한다.
실제 사고 현황을 보면 아직까지 자율주행 차량 과실로 확정된 사례는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시 자율차 사고는 총 39건이지만 국토부 자율차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타 차량의 과실 등으로 판정됐다.

그러나 완전 무인 단계로 갈수록 책임 공방은 더욱 복잡해진다. 현재 서울 도심에서 운행 중인 자율주행 차량은 안전요원이 탑승해 긴급 상황에 개입하는 구조다. 일부 구간은 수동으로 운전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자율주행 기술 발전 수준에 따라 완전 무인화를 검토 중"이라면서도 "운행 초기에는 승객 안전관리 등을 위해 운전에 관여하지 않는 안전관리자가 상시 탑승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보험 역시 과제로 남아있다. 현재 자율주행 차량은 기존 자동차 보험 체계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인공지능 판단 오류나 시스템 결함까지 포괄하는 기준은 없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사고 책임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료를 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행 법과 제도 체계도 미흡하다. 자율주행 기술은 통상 레벨0에서 레벨5까지 구분되며 레벨3(조건부 자동화)까지 운전자가 개입한다. 기존 관련 법은 운전자의 책임과 역할에 맞춰 설계돼 있다. 서울시가 올해 하반기 선보일 운전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레벨4 이상에서는 책임 주체를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레벨3 이하에서는 운전자에게 책임을 지우고 이후 사업자가 관리·감독 책임을 지는 구조가 맞다"면서도 "운전자가 없는 레벨4 이상 차량은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의 자율주행은 위탁사업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큰데 그렇다면 시보다 위탁 사업자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가 된다"며 "여기에 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 차량, 물건 등에 어떤 방식으로 보험이 적용될지 역시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율주행의 책임 소재 논란은 해외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2019년 자동차의 오토파일럿 자율주행으로 발생한 사고를 놓고 법적 공방을 벌였고 구글 웨이모(Waymo)는 기술 완성도와 윤리적 가이드 확립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크루즈(Cruise) 역시 보행자 사고가 반복됐으며 규제기관의 운행 축소, 허가 중단, 리콜 등으로 이어졌다.
이에 시민 사이 우려가 크다. A 씨는 "대중교통인 버스라면 결국 서울시가 운행 주체이고 소유도 공공이기 때문에 책임 역시 서울시에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B 씨는 "무인 차량은 사고가 나면 책임 소재가 너무 불분명하다"며 "돌발 상황의 경우 기술을 넘어선 윤리 등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량 내부에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응이 어렵고 디지털 취약계층에게는 오히려 불편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기술 확산에 맞춰 법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운행 노선을 늘리는 것을 넘어 사고 책임과 보험, 보상 체계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자율주행 사업은 생각보다 검토하고 다뤄야 할 영역이 넓고 깊다"며 "자율주행 시범사업이 수년간 진행된 현재 보험 개선이나 법안 정비 등 구체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갑자기 몇 대 더 투입한다는 이야기만 나오는 건 전시 행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