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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논란…필요 vs 치료효과 의문 
입력: 2026.04.23 15:14 / 수정: 2026.04.23 15:14

사전 비용효과평가 등 사후 검증으로
'실사용자료 활용' 사후 임상성과 평가 적절성 문제제기


2024년 3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종합병원에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임영무 기자
2024년 3월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종합병원에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희귀질환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신속등재를 두고 신속한 치료제 공급과 업계 지원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과 치료효과 검증이 불분명해 환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올해부터 희귀질환 치료제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현재 최대 240일에서 100일 내로 줄이는 '국민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의결했다. 희귀질환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은 높이고 제약산업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급여적정성 평가, 등재 협상 간소화를 통해 희귀질환 치료제를 신속히 건보 급여화한다는 구상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적정성 평가 기간은 기존 최대 150일 걸리던 것을 30일 수준으로 줄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 협상 기간도 최대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한다. 이후 복지부와 건정심 심의까지 포함한 전체 등재 절차를 100일 이내로 줄이겠다는 목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평가와 급여적정성 평가 병행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속등재된 치료제는 진료 현장에서 쌓인 실사용자료(RWE) 등을 활용해 임상적 성과와 비용효과를 사후에 종합적으로 평가해 급여에 반영한다. 환자 접근성과 건보 재정 효율적 지출 간 균형을 위해 사후평가를 고도화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약가 수준과 급여 범위, 위험분담제 적용 여부 등을 조정한다. 신속등재는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제도화를 추진한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과 일부 환자단체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희귀질환으로 장기간 고통받는 환자들은 희귀질환 치료제 효과성을 사후 검증하는 방식으로 빠른 사용을 원하는 분들이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희귀의약품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줄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건보 지원이 빨라져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환자에게 필요한 약인지 사전 검증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사전 임상적 유용성 평가와 비용효과성 평가를 사후에 검증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부회장은 "심평원의 임상적 유용성 평가와 비용효과성을 사후에 실사용자료로 대체하면 근거 수준이 매우 낮아진다"며 "선진국 가운데 이렇게 진행하는 나라는 없는 상황으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를 사용하는 데 따른 책임을 개인이 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식약처 검증 단계에서도 3상 임상시험을 생략하거나 임상적 효과를 충분히 증명하지 않고도 허가 받을 수 있어 이미 검증 규제가 완화된 상태"라며 "실제로 조건부 허가를 받은 약제 중 40%는 최종단계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거나 퇴출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희귀질환 치료제 신속등재는 사전에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고 안정성이 우려되는 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희귀약품들이 검증 없이 등재되면 건보 재정이 최대 수조원 소요돼 국민 건보료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사전검증 절차를 유지하고 철저한 사후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신속등재를 추진하더라도 최소한의 사전검증 절차를 유지하고 무엇보다 철저한 사후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치료 효과를 언제 어떻게 평가할지, 그 결과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거나 급여를 유지중단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동근 부회장은 "희귀질환 치료제 건보 등재 기간 단축을 어렵게 하는 높은 약값에 대해 정부가 국제 공조를 통한 대응을 강화하고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해서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현재 신속등재 세부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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