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심사·비대면·외부모집채널서 통제 공백…책무배분 넘어 현장 감시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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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의 내부통제 강화 움직임에도 금융사고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 단일 횡령보다는 외부 사기, 허위 서류 제출 등 사고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영업 현장 실무 라인에 대한 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은행권이 내부통제위원회와 책무구조도를 도입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사고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 단일 횡령보다 외부 사기, 허위 서류 제출, 담보권리 하자, 브로커 연계 과다대출 등 사고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영업 현장 실무 라인에 대한 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금융사고 발생 건수는 123건으로 전년 86건보다 43% 증가했다. 특히, 최근 금융사고는 과거처럼 한 건의 대형 횡령에 집중되기보다 여신, 영업점, 비대면 채널 등 실제 영업 접점에서 다양한 형태로 분산되는 양상이다.
영업점 직원이 대출모집인이나 외부 브로커와 얽혀 차주의 재직·소득 서류를 부실하게 심사하거나, 비대면 계좌 개설 및 대출 과정에서 명의도용과 허위 신청을 제때 걸러내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일부 사고는 개별 건수로는 쪼개져 나타나지만, 여신 취급 규모가 커지면서 피해 금액이 대형화하는 흐름도 나타난다.
일례로 KB국민은행은 지난해 2월 세종시 전세사기와 관련한 22억2140만원 규모 외부인 사기를 공시했다. 같은 해 4월에는 직원이 업체 신용등급을 임의 상향해 대출을 실행한 21억8902만원 규모 업무상 배임이, 5월에는 장기 미분양 상가 대출 과정에서 실제 분양자가 아닌 관계인을 분양자로 허위 기재한 46억1300만원 규모 배임이 적발됐다. 또 같은 해 5월에는 허위 대출서류 제출에 따른 20억7450만원 규모 외부 사기도 공시됐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2월 19억9800만원 규모의 세종 전세사기와 연결된 명의도용 대출 관련 외부인 사기를 공시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21억2446만원 규모 외부 사기가 공시됐는데, 차주의 담보 소유권 이전이 민사재판에서 무효로 판단되며 드러난 건이다.
하나은행은 부동산 담보·잔금대출 단계에서 서류 검증 실패 사례가 나타났다. 지난해 4월에는 차주사가 부동산 구입 잔금대출을 받으면서 제출한 계약금·중도금 이체확인증이 허위로 드러나 350억원 규모 외부 사기가 공시됐다. 올해 3월에도 차주가 담보물 소유권 관련 분쟁 사실을 숨기고 대출을 받은 39억9994만원 규모 외부 사기가 공시됐다.
우리은행은 2024년 11월 25억원 규모 외부인 허위 서류 제출 사기를 공시했다. 재개발 상가를 할인 분양받은 뒤 할인 전 분양가를 기준으로 대출을 신청한 사례다.
NH농협은행은 여신심사 과정에서 외부 브로커와 감정평가, 실무 라인이 얽힌 사례가 있었다. 2024년 3월에는 여신 담당 직원과 관련한 109억4733만7000원 규모 업무상 배임이 적발됐고, 지난해 4월에는 외부 대출상담사가 다세대주택 감정가를 부풀려 204억9310만원 규모 과다대출을 일으킨 사고가 적발됐다.
이들 사고는 유형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대출 심사, 담보 확인, 비대면 인증, 외부 모집채널 관리 등 실제 영업 현장의 실무 단계에서 통제 공백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통제위원회와 책무구조도가 이사회와 임원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실무 단계에서 빠르게 이뤄지는 허위 서류 제출이나 명의도용, 외부 브로커 연계 대출까지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융권 안팎에서는 내부통제의 초점을 이사회와 임원 단위의 책무 배분에만 둘 것이 아니라 실제 사고가 발생하는 영업점과 여신 실행 부서, 비대면 채널 등 실무 라인으로 옮겨야 한다고 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사고는 과거처럼 한 건의 대형 횡령에 집중되기보다 외부 사기, 허위 서류 제출, 담보권리 하자, 브로커 연계 과다대출 등 다양한 형태로 분산되는 양상"이라며 "준법·감시 인력을 확충하고 여신 서류에 대한 교차 검증과 사후 표본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AI 기반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을 고도화해 외부 공모 정황이나 반복 거래 패턴을 조기에 포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적 중심 평가체계가 무리한 영업을 부추기지 않도록 점검하고, 외부 위탁업체와 모집채널에 대한 통제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내부통제 강화 과정에서 자체 점검과 상시 모니터링이 확대되면서 기존에 드러나지 않던 사고가 뒤늦게 적발된 측면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위원회와 책무구조도가 제도적 틀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면, 앞으로는 사고가 실제 발생하는 영업 현장과 비대면 채널에서 이상 징후를 조기에 걸러내는 운영 역량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해졌다"며 "최근 적발 건수 증가는 통제 실패만이 아니라 점검 강화에 따라 잠재돼 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