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가로 7번째 매각 재시동…산은, 이달 공고 전망
5000억 수혈로 K-ICS 끌어올렸지만 가격 눈높이·인수 부담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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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매각심의위원회를 열어 KDB생명 매각을 재가했고, 이에 앞서 국무총리실도 매각 절차를 승인했다. /더팩트 DB |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려온 KDB생명 매각이 다시 시동을 걸었다. 금융위원회와 국무총리실이 최근 매각 절차를 재가하면서 산업은행은 이르면 이달 중 매각 공고를 낼 전망이다. 다만 10년 넘게 여섯 차례나 무산된 전력이 있는 데다 가격 눈높이와 보험업황 부진, 인수 후 추가 자본확충 부담까지 여전해 이번 7수째 도전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금융권의 시선이 쏠린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매각심의위원회를 열어 KDB생명 매각을 재가했고, 이에 앞서 국무총리실도 매각 절차를 승인했다. 국유재산 성격의 자산을 처분하려면 총리실과 소관 부처의 사전 재가가 필요한데, 이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산업은행은 조만간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지분 99.66%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번 매각은 사실상 7번째 도전이다. 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을 품은 뒤 2014년부터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23년에는 하나금융지주가, 2024년에는 MBK파트너스가 인수 후보로 거론됐지만 협상은 성사되지 못했다. 과거에는 JC파트너스와 막판 협상을 이어간 적도 있었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이 발목을 잡았다.
산업은행이 이번엔 다를 수 있다고 기대하는 배경에는 재무개선 작업이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KDB생명에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 덕분에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지난해 9월 말 165.2%에서 연말 205.7% 수준으로 올라섰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30%를 웃도는 수준으로, 과거보다 매물 안정성이 나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 규모도 17조2045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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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은행은 지난해 12월 KDB생명에 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사진은 한국산업은행 본점. /여의도=이선영 기자 |
다만 건전성 수치를 끌어올렸다고 해서 인수 부담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KDB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1119억3732만원을 기록해 전년 204억1818만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보험손익은 127억원 적자로 돌아섰고, 투자손익도 824억원 적자를 냈다.
보험부문에서는 CSM 상각 688억원, 위험조정(RA) 해제이익 122억원이 반영됐지만 보험금 관련 손익이 192억원 적자, 사업비 관련 손익도 31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투자부문에서는 금융자산 평가손실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증가와 외화자산 헤지 비용 확대 영향으로 보험금융손익에서만 6671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시장에선 자본확충 효과를 걷어내면 본원적 수익창출력과 체력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도 변수다. 시장에서는 산업은행이 희망하는 매각가를 1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실제 적정 몸값을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산은이 지난해 말 넣은 5000억원 유증 자금까지 감안하면 더 낮은 가격에 넘기기 쉽지 않지만, 인수 후보 입장에서는 생명보험 업황 둔화와 향후 자본 확충 필요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은행의 가격 눈높이와 시장의 평가 사이 간극을 좁히는 것이 이번 매각 성패의 첫 관문으로 꼽힌다.
잠재 인수 후보군은 거론되고 있지만 뚜렷한 '확실한 원매자'가 보이는 단계는 아니다. 최근 시장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유력 후보 중 하나로 언급된다. 한국투자금융은 보험 계열사가 없고, 종합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해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이나 태광그룹처럼 기존 보험사를 가진 사업자도 거론된다. 다만 다른 매물도 동시에 시장에 나오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최근 예별손해보험 본입찰이 한 곳만 참여해 유찰된 데서 보듯, 보험사 M&A 시장 전반이 예전처럼 뜨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력 후보가 여러 매물을 동시에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KDB생명이 최우선 카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해석도 있다.
KDB생명은 산은이 오랫동안 품고도 번번이 놓친 대표적 숙제다. 정부 재가와 유상증자로 출발선은 다시 마련했지만 가격과 인수 후 부담, 업황 부진이라는 오래된 난제는 그대로다.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 KDB생명이 이번엔 새 주인을 찾을지, 아니면 또다시 시장 문턱에서 돌아설지는 공고 이후 원매자 반응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산은이 자본을 넣어 매각 여건을 개선한 건 맞지만, 결국 인수자 입장에서는 얼마에 사서 얼마나 더 넣어야 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이번에는 '팔고 싶다'보다 '팔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느냐'가 더 중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