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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지 말란 얘기"…조합 과도한 입찰지침에 건설사 '발끈'
입력: 2026.04.22 10:34 / 수정: 2026.04.22 11:20

성수4지구 특정 시공사 겨냥 지침 변경 논란
"앞에선 경쟁…뒤로는 조합원 이익 저해"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성수4지구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을 추진하면서 1차 입찰 때 없었던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사진은 성수4지구 전경. /대우건설
성수4지구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을 추진하면서 1차 입찰 때 없었던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사진은 성수4지구 전경. /대우건설

[더팩트|황준익 기자] 서울 주요 정비사업장 조합들이 입찰 참여 문턱을 높이면서 경쟁입찰 기대와 달리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건설사들은 조합의 입찰지침이 과도하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조합이 경쟁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으면 조합이 특정 건설사와 결탁했다는 의혹으로 퍼져 조합원 간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조합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을 추진하면서 1차 입찰 때 없었던 새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앞서 지난 2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한 1차 입찰은 두 회사의 개별 홍보와 조합의 절차 위반으로 무효 처리됐다. 이달 재입찰에 나선 조합은 서울 하이엔드 단지 1000가구 이상 준공 실적, 은행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 금지 등을 제시했다. 1차 입찰에 참여했던 대우건설은 이를 두고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1차 입찰 과정에서 대우건설은 사업비 조달금리를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에서 0.5%를 차감한 'CD-0.5%'로 제안했다. 하이엔드 준공 실적도 1000가구가 되지 않는다. 이에 경쟁사인 롯데건설에 유리한 조건 변경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롯데건설과 달리 대우건설은 입찰보증금 반환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조합이 요구한 '추가 이행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입찰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합은 1차 입찰 과정에서 대우건설의 입찰서류 미비, 홍보지침 위반 등을 문제 삼으며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추가 이행각서에는 입찰자격 박탈, 입찰보증금 전액몰수 등 제재를 내려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의 입찰 조건과 이행각서 등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입찰 참여는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성수1지구에서도 조합의 입찰지침이 까다로워 수주를 노리던 현대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이 포기했다. 성수1지구에서는 조합장을 둘러싼 업무상 배임 의혹과 시공사 유착 가능성 논란이 불거지며 경찰이 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하는 상황이 발생한 바 있다. 또 일부 조합원들은 마감 자재 변경 과정과 입찰 구조가 특정 시공사에 유리하게 설계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고발에 나서기도 했다.

이를 두고 현대건설과 IPARK현대산업개발은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발을 뺐다. 결국 조합은 입찰지침을 수정하며 재입찰에 나섰지만 GS건설이 단독 입찰해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조합이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에 제한을 두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헌우 기자
조합이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에 제한을 두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헌우 기자

지난해 압구정2구역도 조합이 대안설계 범위를 제한하면서 삼성물산이 입찰을 포기했다. 당시 삼성물산은 "조합의 입찰 조건을 검토한 결과 이례적인 대안설계 및 금융조건 제한으로 인해 당사가 준비한 사항들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결국 압구정2구역도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압구정3구역에서는 지난 20일 열린 2차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DL이앤씨의 참석을 막아섰다. DL이앤씨가 참석해 경쟁입찰로 이어지면 시공사 선정까지 일정이 지연되는 것을 우려해 조합이 막아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이처럼 조합이 건설사들의 입찰 참여에 제한을 두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충분히 경쟁입찰까지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조합 스스로 경쟁력을 깎고 있다"며 "조합은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한 단체인데 경쟁을 막고 오히려 조합에 불리한 상황을 만드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장은 "입찰 조건을 내걸었다고 해서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입찰 이후 비교표를 만들 때 누가 봐도 특정 시공사가 좋게끔 만들려는 의도"라며 "말로는 경쟁을 원한다고 하지만 뒤에선 조합원에게 유리한 카드를 다 버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지자체는 특정 업체에 유리하지 않게 공정하게 입찰하라는 행정 지도에 그친다"며 "공정 경쟁 질서를 유지하려면 관련 행정기관과 지자체 등 공권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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