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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고 돈 더 든다…정비사업 곳곳 파행
입력: 2026.04.17 10:59 / 수정: 2026.04.17 11:15

압구정5구역·성수4지구 등 입찰 공정성 논란
'시공사 선정 기준' 있지만 강제성 없어
조합 재량에 맡겨 실효성 확보 시급


최근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잡음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최근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잡음 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황준익 기자] 최근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장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다. 건설사들의 과열 경쟁은 물론 조합과 건설사 간 갈등이 법적 리스크로 이어지면서 사업이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은 최근 시공사 선정 절차가 중단됐다. 지난 10일 입찰 마감 후 입찰서류 무단촬영 논란이 발생하면서다. 입찰에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참여했다. 조합은 강남구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강남구는 결과 통보 전까지 시공사 선정 절차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사안은 입찰 마감 직후 진행된 입찰서류 개봉 및 날인 절차에서 발생했다. DL이앤씨 측 직원이 펜 카메라로 입찰서류를 무단 촬영한 사실이 적발됐다. DL이앤씨는 즉각 사과했지만 현대건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초구 반포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13일 마감한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가 참여했다. 이후 조합은 두 회사의 제안서를 개봉하고 비교표를 작성할 예정이었으나 포스코이앤씨 도급계약서 원본이 유출되면서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 다만 조합과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모두 해프닝으로 정리하고 애초 계획대로 선정 절차를 이어가기로 했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에서는 입찰이 무효가 되기도 했다. 지난 2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참여한 1차 입찰은 두 회사의 개별 홍보와 조합의 절차 위반으로 무효 처리됐다.

성수4지구 조합은 지난 1일 재입찰 공고를 냈지만 롯데건설과 달리 대우건설은 입찰보증금 반환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조합이 요구한 '추가 이행각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입찰 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조합은 1차 입찰 과정에서 대우건설의 입찰서류 미비, 홍보지침 위반 등을 문제 삼으며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2역 재개발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상대원2구역 조합은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와 계약을 해지하고 GS건설로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DL이앤씨는 법적 대응에 나섰고 조합장은 금품수수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조합원들은 DL이앤씨와 GS건설을 지지하는 세력으로 나뉘어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주택법 개정을 통해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품·향응 등을 제공하는 경우 시공권을 박탈하는 등 행정 처분을 강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법 홍보는 물론 편법이 자행되고 있다. 특히 '서울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시공자 선정기준에는 '건설업자 등의 임직원, 시공자 선정과 관련해 홍보 등을 위해 계약한 용역업체의 임직원 등은 조합원 등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를 할 수 없으며 홍보를 목적으로 사은품 등 물품·금품·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행위가 1회 이상 적발된 경우 입찰 참가는 무효로 본다.

다만 서울시의 시공자 선정기준은 법률이 아닌 '행정지도'로 조합이 따르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결과적으로 조합이 원하면 규정을 무시할 수 있는 구조가 정비사업 현장 혼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침을 강화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강제력을 갖춘 법제화와 적극적 행정 감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처럼 행정기관은 공문만 보내고 조합은 선택적 적용을 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재건축 수주전의 혼탁함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입찰을 무효로 하고 신규 입찰을 진행하면 위반행위를 한 시공사가 다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며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지침을 위반하면 그 피해는 결국 조합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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