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강신우 기자] 흥행 영화가 국내 지역 관광의 지도를 바꾸고 있다. 극장에서 느낀 감동을 현실 공간에서 이어가려는 관객들이 늘어나며 이른바 '스크린 투어리즘(Screen tourism·영화가 흥행한 후 촬영지에 관객들이 몰리는 현상)'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최근 흥행작들을 중심으로 촬영지를 직접 찾는 관객들이 늘어나며 지역 관광에 새로운 관광 패턴이 감지된다. 단순한 촬영지 방문을 넘어 영화의 서사와 시간대를 따라가는 체험형 여행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와 '살목지'를 필두로 극장에서 본 영화가 실제 체험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2026년 새로운 관광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 '왕과 사는 남자', 영월 관광의 중심으로
가장 먼저 올해 최고의 화제작,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가 촬영지 관광 열기를 견인하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단종(박지훈 분)과 그를 맞이한 광천골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2월 4일 개봉해 누적 관객 수 1600만 명을 돌파,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등 신드롬급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영화의 주요 배경지인 영월에도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이고 있다. 특히 단종의 유배 장소인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남한강 상류에 있는 청령포에는 오픈런 하는 이들까지 생길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몰리고 있다. 청령포를 거친 이후 단종의 묘가 있는 장릉까지 방문하는 것이 영월 여행 필수 코스로 자리 잡으며 관광 동선 역시 확대되고 있다.
영월군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4월 5일까지 청령포와 장릉을 찾은 누적 관광객은 23만 9284명이다. 이는 지난해 전체 관광객 수(26만 3327명)의 90.9%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영화 개봉 직후인 2월 방문객은 전년도 같은 달 대비 9배가량 증가했다. 작품이 영월의 관광 수요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 평창 '웰컴 투 동막골' 세트장, '왕사남' 낙수 효과 톡톡
영화 '웰컴 투 동막골'(감독 박광현)의 촬영지가 있는 평창군 미탄면 역시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 덕을 보고 있다.
2005년 개봉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1950년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전쟁을 모르는 순박한 마을 동막골에 불시착한 연합군 조종사와 남북 군인들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작품은 8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미탄면의 '웰컴 투 동막골' 세트장은 10여 년간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노후화되고 관리 역시 소홀해지며 관광 수요가 점차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다만 해당 세트장이 '왕과 사는 남자' 속 광천골의 경쟁 마을인 노루골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최근 재조명 받고 있다. 영월 청령포에서 미탄면 '웰컴 투 동막골' 세트장까지는 차로 30분 거리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미탄면 관계자는 <더팩트>에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한 이후 '웰컴 투 동막골' 세트장을 중심으로 지역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여행사들 역시 '왕과 사는 남자' 투어 상품을 만들 때 미탄면 방문까지 함께 묶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흥행 효과를 기회로 관광지 정비 예산 3000만원을 투입해 면 일대를 다시 정비하고 환경 정화 작업까지 완료했다"며 "방문한 관광객들이 세트장 이외의 여러 부분에서 힐링하고 갈 수 있도록 송어 우물을 만드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라고 밝혔다.

◆ '살목지', 신조어 '살리단길'의 등장
영화 '살목지'(감독 이상민)의 배경인 충남 예산군에 위치한 저수지 살목지에도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다.
영화 '살목지'는 찍은 적 없는 형체가 로드뷰 화면에 포착되고 검고 깊은 물 속에 있는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가운데 살목지에 들어서게 된 7명의 촬영팀이 맞닥뜨린 사건을 생생하게 그린 공포 영화다. 배우 김혜윤 이종원 김준한 등이 출연한다.
작품은 지난 8일 개봉 첫날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출발하더니 7일 만에 8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이는 올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르게 손익분기점 달성에 성공한 기록이다.
작품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살목지에도 많은 사람이 향하고 있다. 살목지의 '살'과 많은 인파가 몰리는 길을 뜻하는 '리단길'을 합친 '살리단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특히 공포 영화의 특성을 살리고자 늦은 시간 방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포인트다. 살목지로 향하는 도로의 한밤중과 새벽 시간대 실시간 통행량이 100여 대에 달하는 등 색다른 새벽 관광 형태가 탄생한 것이다.
살목지 인근의 예산황새공원을 담당하는 예산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더팩트>에 "'살목지' 자체는 농어촌공사에서 담당하고 있기에 예산군에서 직접적인 관리나 운영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살목지' 개봉 이후 인근인 예산황새공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숫자도 많이 늘었다. 특히 주말에는 전월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라고 영화의 낙수 효과가 지역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이 체감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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