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지난 9일 '3년 연속 감사의견 미달' 재확인
상폐 결정 뒤에도 가처분으로 정리매매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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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유일하게 '3년 연속 감사의견 미달'이라는 오명을 달았다. /한창 홈페이지 갈무리 |
[더팩트|윤정원 기자]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한창의 거래정지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정리매매가 가처분에 막히며 거래정지가 길어지자 '출구 없는 투자'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분위기다.
◆ 한창, 거래정지 장기화…왜 퇴출 안 됐나
한국거래소는 지난 9일 2025사업연도 12월 결산법인 시장조치 현황을 발표하면서 한창을 유가증권시장 유일의 '3년 연속 감사의견 미달' 사례로 적시했다. 이미 상장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장폐지가 결정된 회사인데도 정리매매가 진행되지 않는 건 상장폐지 여부가 미정이어서가 아니라, 법원의 가처분으로 집행이 멈춰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퇴출 결정이 내려졌는데도 주주들만 거래정지 상태에 갇혀 있는 셈이다.
한창은 1967년 한창섬유공업사로 출발해 197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이다. 1984년에는 지금의 한창으로 사명을 바꿨다. 한창은 이후 부동산개발과 유통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혔고, 2014년 한연개발 설립, 2021년 철강유통사업 진출, 2025년 비트인터렉티브 지분 인수 등을 거치며 외형 확장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시선은 사업 다각화보다 거래정지 장기화와 상장폐지 리스크에 훨씬 더 쏠려 있다.
한창은 2024년 3월 28일 2023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이후 이의신청을 거쳐 2025년 4월 14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2025년 4월 7일 2024사업연도 감사의견도 다시 거절되면서 상폐 사유가 추가로 발생했다. 거래소는 2025년 5월 19일 두 사안을 병합 심의해 10월 31일까지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개선기간이 끝난 뒤에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거래소는 2025년 11월 24일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다만 이튿날 회사가 상장폐지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정리매매는 보류된 상태다.
◆ '한주케미칼'이 발목 잡았나…감사의견 거절 3년째 반복된 까닭
문제의 첫 단추는 한주케미칼 매각 거래였다. 한창은 2023년 12월 29일 보유 중이던 한주케미칼 지분 100%를 나반홀딩스 유한회사에 560억원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한창은 계약금 50억원만 받은 상태에서 양도 대상 주식 가운데 45.41%에 해당하는 45만5393주를 먼저 명의개서했다. 그러나 이후 나반홀딩스가 중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계약은 해제 수순을 밟았다. 2023사업연도 감사에서 외부감사인이 문제 삼은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단순한 회계처리 이슈가 아니라 자회사 매각 거래의 실체와 매각대금 회수 가능성 자체가 불명확하다고 본 것이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4사업연도 감사에서는 나반홀딩스와의 매각 계약과는 별개로, 한창이 2022년 더테크놀로지로부터 한주케미칼 지분 45.50%를 25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기존 계약도 다시 쟁점이 됐다. 공시된 사업보고서 정정본에 따르면 이 거래는 이후 계약 조건이 변경됐고, 감사보고서일 현재 관련 미지급 잔금 163억원이 남아 있었다. 2023년 나반홀딩스와의 매각 계약, 2022년 더테크놀로지와의 취득 계약이 모두 한주케미칼 지분을 둘러싼 미완의 거래로 남으면서 회계 인식과 재무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누적됐다.
최근 사업연도 역시 결론은 같았다. 거래소는 2026년 3월 26일 한창이 또다시 감사의견 거절을 공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2023·2024사업연도 사유만으로 이미 상장폐지가 결정된 만큼, 2025사업연도에 대해서는 별도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거래소는 또 매출액 50억원 미만 공시를 근거로 관리종목 지정사유 추가 가능성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여부도 검토 중이다. 회계 문제를 넘어 영업 기반 자체도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 "거절 사유 대부분 해소"라더니…개미 분노는 더 커졌다
더 뼈아픈 대목은 회사 설명과 결과 사이의 간극이다. 한창은 지난해 4월 9일 주주들에게 배포한 글에서 "한주케미칼을 741억7190만원에 매각해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고, 2023사업연도 외부감사 의견거절 사유도 대부분 해소했다"고 밝혔다. 또 "경영개선과 신사업 육성, 거래소 거래재개를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거래재개는 이뤄지지 않았고, 의견거절 또한 이어졌다.
주주 불만이 이동우 대표로 향하는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거래정지 장기화 과정에서 회사는 재무구조 개선과 감사 이슈 해소를 강조해 왔지만, 감사보고서와 거래소 판단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했다. 시장에서는 상장폐지 리스크 해소의 핵심이 회계 신뢰 회복과 영업 정상화에 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대응이 불충분했다고 꼬집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처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회사가 회계 신뢰성과 계속기업 능력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 거래재개 기대보다 상폐 결정의 무게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매매도, 회수도 쉽지 않아 회사에 입장 발표가 절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팩트>는 한창 측의 견해를 듣고자 수 차례 연락을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