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한계·약가 인하 속 생존 전략
글로벌 임상·허가 경험 인재 전면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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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신약 개발 전주기'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조직 재편과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네릭(복제약) 중심 사업 구조의 한계와 약가 인하 정책, 글로벌 경쟁 심화가 맞물리면서 '신약 개발 전주기' 체제로의 전환이 산업 전반 흐름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제약사들은 R&D 수장을 외부에서 영입하거나 연구 조직을 재정비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과거 연구 중심 인력 위주의 조직에서 벗어나, 글로벌 임상·인허가·사업개발(BD)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을 전면에 배치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동제약은 얀센, 다케다제약 등에서 신약 임상과 상용화를 경험한 박재홍 박사를 사장급 R&D 본부장으로 선임하며 신약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체계 구축에 나섰다. 메디톡스 역시 한국얀센에서 20년 이상 글로벌 임상을 이끈 이태상 상무를 영입해 글로벌 임상 전략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마상호 부사장을 연구지원실장으로 영입하며 연구기획부터 비임상, 규제 대응까지 통합 관리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이 밖에도 동화약품이 한미약품, 대웅제약, 유유제약 등을 거치며 개발과 영업을 경험한 장재원 전무를, 유유제약은 광동제약, 경남제약, 한국팜비오 등에서 개량신약 기획과 라이선싱 등을 경험한 류현기 상무를 개발본부장으로 영입하는 등 '전문가 수혈' 바람이 거세다.
이 같은 변화는 신약 개발이 단순 연구 단계를 넘어 임상, 허가,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경쟁'으로 확장된 산업 구조를 반영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임상 설계뿐 아니라 각국 규제 대응과 라이선싱 협상 능력까지 요구되면서 복합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R&D 투자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주요 제약사들은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파이프라인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연구개발비를 전년 대비 수백억원 늘리고 연구 인력을 확충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단기 수익성보다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에 무게를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정책 환경 변화도 자리 잡고 있다.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를 추진하면서 기존 복제약 중심 사업 모델만으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반면 R&D 투자 비중이 높은 기업에는 약가 가산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면서, R&D 투자 확대가 사실상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R&D 비용으로 2290억원을 집행하며 매출 대비 비중을 14.8%까지 끌어올렸다. 종근당과 JW중외제약 역시 각각 1858억원, 1079억원을 투자하며 10% 넘는 R&D 비율을 기록했다. 일동제약의 경우 R&D 규모를 전년 대비 약 4배가량 늘린 366억원으로 확대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GC녹십자는 자체 투자액 외에도 정부 보조금 수령액을 4배 이상 늘린 128억원 확보하며 국가 과제 중심의 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기업 간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형 제약사는 자금력과 인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투자와 글로벌 인재 영입을 확대할 수 있지만, 중소 제약사는 투자 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 제네릭 중심 사업구조로는 더 이상 수익 유지가 불가능한 시대가 왔다"며 "글로벌 임상과 인허가 경험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고 R&D 투자를 늘리는 것이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약 개발 성공 여부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 속도까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