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4695억 장전, 비축유 스와프 첫 계약
공장 가동률 급감…후방 산업 충격 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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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전쟁으로 원유 공급길이 막히고 산업 원료 수급난이 깊어지는 가운데 석유화학업계와 정부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우지수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나프타 수급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국내 석유화학업계와 정부가 총력전에 나섰다. 정부는 원유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격상하고 추가경정예산 4695억원 투입, 비축유 스와프, 나프타 수출 금지 등을 본격 시행한다. 업계도 수출 물량을 국내로 돌리고 가동 가능한 설비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2일 정부는 원유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올렸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운용되며 '경계'는 수급 차질이 실제 발생해 산업 전반에 영향이 가시화된 단계를 뜻한다. 지난달 5일 '관심', 18일 '주의'에 이어 세 번째 격상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직전 통과한 유조선이 지난달 20일 입항한 뒤 열흘 넘게 해당 항로를 통한 원유 도입이 끊기고 국내 원유 재고가 20% 이상 줄어든 점이 결정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추경 예산 4695억원으로 나프타 수입 비용 부담을 나누기로 했다. 나프타 기준가를 전년 수준으로 잡은 뒤 기준가를 초과하는 구매 비용의 50%를 정부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국제 나프타 가격은 배럴당 141.53달러로 한 달 동안 두 배가량 폭등한 상태다.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에 대한 비축유 스와프도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비축유 스와프는 정유사가 해외에서 대체 원유를 확보해 선적 서류를 제출하면 정부 비축유를 먼저 빌려준 뒤 해당 물량이 도착하면 다시 채워 넣는 제도다. 대체 원유 운송에 30~50일이 걸리는 만큼 그 공백을 정부 비축분으로 메우는 구조다. 이달부터 5월까지 요청 물량은 총 2000만 배럴이며 전날(1일) 200만 배럴 규모의 첫 계약이 성사됐다. 정유사 가동이 일부 정상화되면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프타가 함께 나와 석화업계의 원료 수급에도 기여할 수 있다.
문신학 산업부 차관은 전날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석유화학 18개사 대표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문 차관은 "여러분이 공급하는 제품 하나하나가 우리 국민과 산업을 떠받치는 근간"이라며 "국내 물량 공급을 최우선으로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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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안내판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박헌우 기자 |
현장의 가동률 하락은 가파르다. 지난해 평균 70%대 중반 가동률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최소 50% 수준까지 떨어진 업체도 나오고 있다. 주요 석화사들이 잇따라 설비 가동을 중단하거나 대정비를 앞당기는 등 비상 운영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규모가 큰 산업 특성상 가동률이 낮을수록 수익성 영향이 크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 최근 국내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은 주요 석화사로부터 폴리에틸렌(PE) 공급 단가를 전월 대비 51%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해외 공관과 코트라를 총동원해 대체 도입선 확보에 나섰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인도 상공부 장관에게 나프타 공급 확대를 요청했고 각국 상무관과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신규 후보국을 점검했다. 정유사들도 미국·아프리카·동남아시아산 원유와 오만 파이프라인·홍해 항로 우회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위기경보 격상에 맞춰 수요 관리도 강화된다. 공공부문 차량 5부제 확대와 원전 가동률 상향, 석탄발전 폐지 일정 조정 등이 검토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한 단계 높은 대응 체계로 전환한다"며 "국민도 에너지 절약 등 위기 극복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나프타 수급난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사태를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로 규정하고 회원국 비축유 4억 배럴 방출에 합의했다. 일본·대만·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주요 석화업체들도 잇따라 불가항력을 선언하며 감산에 돌입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기존 2주이던 나프타 재고를 감산으로 4주 수준까지 늘리며 버티고 있지만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설비를 멈출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여전하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추경과 비축유 스와프로 급한 불은 껐지만 중동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index@tf.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