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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첫 출근길 "중동 사태, 단기 최대 리스크…환율 레벨 자체엔 큰 의미 없어"
입력: 2026.03.31 10:26 / 수정: 2026.03.31 10:26

"추경 필요성 인정…현재 규모·설계로는 물가 영향 제한적 판단"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중구=이선영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첫 출근길 문답에서 한국 경제의 단기 최대 리스크로 중동 사태를 꼽았다. 다만 환율 수준 자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으며, 달러 유동성 등 대외건전성 지표는 비교적 양호하다고 진단했다.

신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단기적인 최대 리스크는 지금 중동 사태"라며 "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에는 상승 압력이 있고, 경기는 하방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어떻게 전개될지, 얼마나 지속될지 워낙 불확실하기 때문에 크게 말씀드릴 것은 없다"고 했다.

시장 관심이 쏠린 환율에 대해서는 '레벨'보다 금융시스템의 감내 능력을 봐야 한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신 후보자는 "환율 레벨 자체는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며 "환율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어느 정도 리스크를 수용할 수 있는 금융제도인가를 보는 하나의 척도"라고 말했다. 이어 "달러 유동성에 관한 지표들은 상당히 양호하다"며 "예전처럼 환율과 금융불안정을 직결시킬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높은 환율에도 대외 리스크가 과거와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채권시장 투자 구조 등을 언급하며 "달러 자금이 상당히 풍부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면에서는 대외 리스크가 적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고환율 국면에서도 외화 유동성이나 급격한 자본 유출 우려를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실용적 매파' 평가에는 거리를 뒀다. 신 후보자는 자신을 매파나 비둘기파로 규정하는 시각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 전체의 흐름을 잘 읽고, 금융제도와 실물경제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충분히 파악한 다음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한화금융플라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들어서며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과 경기 하방 압력 가운데 어느 쪽 무게가 더 크냐는 질문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아직까지는 워낙 불확실성이 많아 예단할 수 없다"며 "계속 지켜봐야 된다"고 답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 리스크로 거론되는 사모대출에 대해서는 시스템 전반을 흔들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신 후보자는 "사모대출은 규모로 따지면 2조달러가 채 못 미치는 정도"라며 "은행 부문이나 다른 금융 부문에 비해서는 작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화두가 되는 문제는 신용 리스크보다 유동성 리스크"라면서도 "전체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봐서 그렇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은의 대외 소통 방식과 관련해서는 원론적 수준의 입장만 내놨다. 신 후보자는 먼저 "지난 4년 동안 한국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신 이창용 총재께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커뮤니케이션이야말로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경로라고 볼 수 있다"며 "아주 중요한 통화정책의 요소"라고 강조했다. 다만 점도표나 포워드가이던스 체계를 현행대로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후보자 입장에서 답변드리기에는 부적절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국회 추경 논의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하는 발언도 내놨다. 신 후보자는 "중동 상황으로 인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계속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완화시키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발표된 규모나 설계에 비춰보면 물가 압력에 대한 영향은 아주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을 일정 부분 수용하되, 인플레이션 자극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 셈이다.

이 밖에 보유 중인 해외 부동산·금융투자 자산 현황에 대해서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소상히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이창용 총재와의 교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BIS 회의 등을 계기로 "매번 오시면 아주 심도 있게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출근길 문답은 신 후보자가 총재 지명 후 내놓은 첫 공개 메시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신 후보자는 지난 22일 이재명 대통령에 의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로 지명됐다. 대통령실은 당시 신 후보자에 대해 국제금융과 거시경제 분야의 권위자이자 학문적 깊이와 실무 경험을 두루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성장의 조화를 이끌 통화정책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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