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정규직 28만 늘었는데…4시간 더 일해야 정규직 월급[저임금의 늪②]
  • 박준형 김영봉 이윤경 이다빈 기자
  • 입력: 2026.03.31 06:00 / 수정: 2026.03.31 06:00
10년 일해도 최저임금…정규직과 역대 최대 180만원 차이
평균 근속 1년 미만 '최다'…비정규직 선호하는 기업 경영
3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299인 사업체의 경우 비정규직이 지난 2023년 548만명, 2024년 564만명, 2025년 576만명으로 늘었다. 3년 새 비정규직이 28만명 증가한 것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더팩트 DB
3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299인 사업체의 경우 비정규직이 지난 2023년 548만명, 2024년 564만명, 2025년 576만명으로 늘었다. 3년 새 비정규직이 28만명 증가한 것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더팩트 DB

저임금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주 6일을 일해도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건강은 물론, 교육, 여행, 외식 등 대부분을 포기하지만,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우리 사회 깊게 뿌리 내린 구조적 문제로, 왜곡된 성장과 분배의 불균형을 드러낸다. 더욱이 최근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흐름은 단순노무직에 국한되지 않고 서비스, 플랫폼, 돌봄 등 분야까지 확산했다. <더팩트>는 6회에 걸쳐 대한민국 평균이 꿈일 뿐인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하고 구조적 원인과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박준형·김영봉·이윤경·이다빈 기자] #1. 박모(56) 씨는 한 초등학교에서 조리실무사로 일하고 있다. 일찍 출근해서 일찍 퇴근할 수 있다는 장점에 11년 전부터 일을 시작했다. 2015년 140만원이었던 월급은 지난해 206만원이 됐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최저임금 수준인 것이다. 2018년부터 근속수당이 도입됐으나 당시 3만원에서 지난해 4만원으로 오른 게 전부다. 올해는 전년 대비 1000원 오른 4만1000원이다. 박 씨는 "일한 만큼 임금을 못 받는 것 같다"며 "물가가 오른 반면, 기본급은 적고 같기 때문에 연차별로 큰 차이도 나지 않는다. 호봉제처럼 급여가 올라가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2. 고등학교 2년차 조리실무사 이모(40) 씨는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등을 벌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오전 7시30분께 출근해 재료 준비를 하고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조리 업무를 한다. 이후 배식과 뒷정리 등을 마치면 오후 4시께 퇴근한다. 이 씨는 "기본급이 206만원에서 214만원으로 올랐고, 명절 휴가비도 정액제에서 정규직 수준으로 인상하는 정률제로 바뀌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낮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하는 정률제기 때문에 정규직과 비교했을 때 결과적으로 받는 금액의 차이는 더 벌어진다"고 했다.

비정규직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임금은 수년째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180만원까지 벌어졌다. 현장에서는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과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3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5~299인 사업체의 경우 비정규직이 지난 2023년 548만명, 2024년 564만명, 2025년 576만명으로 늘었다. 3년 새 비정규직이 28만명 증가한 것이다. 반면 정규직은 2023년 956만명, 2024년 943만명, 2025년 938만명으로 18만명 감소했다. 300인 이상 사업체 역시 비정규직이 2023년 48만명, 2024년 50만명, 2025년 53만명까지 늘었다.

지난해 8월 기준 산업별 비정규직은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이 177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숙박·음식점 100만8000명, 사업시설관리·사업지원서비스업 88만7000명, 도·소매업 79만2000명, 건설업 76만7000명, 제조업 76만4000명 등 순이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도 커졌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 차이는 180만8000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389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10만원 올랐으나, 비정규직은 208만8000원으로 4만원 상승에 그쳤다.

시간당 임금 격차도 마찬가지다. 정규직 시간당 임금은 2만7703원인 반면, 비정규직은 1만8404원에 머무르면서 시간당 임금 차이도 약 9300원까지 확대됐다. 정규직이 8시간 일하는 동안 비정규직은 12시간 일해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3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중 평균 근속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는 50.6%로 절반이 넘는다. /국가데이터처
31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중 평균 근속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는 50.6%로 절반이 넘는다. /국가데이터처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목적과 맞닿아 있다. 단기 성과를 목적으로 경영하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장기 투자하기보단 고용 기간이 짧은 비정규직을 선호한다는 분석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비정규직 중 평균 근속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는 50.6%로 절반이 넘는다. 반면 3년 이상 근속한 정규직은 66%인 가운데 비정규직은 23.1% 수준에 불과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기업 규모가 크든 작든 다들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한다. 비정규직을 썼을 때 사업자 이득이 크기 때문"이라며 "숙련된 노동자를 잘 관리하고 기업 경쟁력으로 키워서 인사 관리를 해야 하는데 단기 성과를 중심으로 경영을 한다"고 지적했다.

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소규모 사업장도 정규직을 최소 규모로만 채용하고,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 비율을 늘리는 구조적 문제가 비정규직 증가의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노동 현장에서는 비정규직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토로한다. 휴가를 쓰지 못하거나 고용 불안을 겪는 등 노동인권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리실무사 이 씨는 "규정상 연차가 가능하지만 대체인력을 구하는 게 어렵다. 7명이 같이 일하는 데 연차를 쓰면 동료에게 피해를 줘서 연차를 잘 사용하지 못한다"며 "대형 솥을 닦고 수백 킬로그램의 식재료를 나르는 고강도 육체노동의 위험성에도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다 보니 골병들며 일하는 경제적 보람이 없다. 경력이 쌓여도 노동의 가치는 제자리걸음"이라고 하소연했다.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인식이 저임금을 고착화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씨는 "우리 노동을 누구나 대체 가능한 단순 노동으로 치부하는 시각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기본급 인상 폭이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한다는 건 국가가 제공해야 할 복지 비용을 현장 노동자의 희생으로 전가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호소했다.

손 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비정규직 직종은 경비, 미화, 서비스업 등"이라며 "누군가는 해야할 필수 업무지만 '이 정도면 됐지', '고작 청소하는 노동자들' 등으로 저평가하는 사회적 인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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