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 시기 빨라지고 연령 낮아져
부모 자산, 청년층 자산 격차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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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 세대 자산 증가가 자녀 세대 자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단계에서 증여·상속으로 자산을 확보한 청년층은 축적 과정에서 우위를 점했다. /뉴시스 |
[더팩트|이중삼 기자] 서울에서 집을 살 때 부모 자산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증여·상속이 늘어난 영향이다. 이 같은 흐름은 청년층 자산 격차 확대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주택매수 자금조달계획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택 매수에 투입된 증여·상속 자금은 4조440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2조2823억원)의 두 배에 달한다. 전체 매수 자금(106조996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지만 증가 속도는 가파르다.
주택자금조달계획서는 주택 취득 시 자금 출처를 밝히는 서류로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는 지난 2020년 10월부터 제출이 의무화됐다.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장치다.
◆ 대출 막히자 증여 증가…주택자금 구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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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대 이상 고령층 중심이던 증여가 최근 50~60대로 내려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
자금 구조 변화의 출발점은 대출 규제다.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방안(6·27 대책)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10·15 대책)을 통해 고가 주택 대출을 크게 줄였다. 15억원 이하 주택은 최대 6억원까지 가능하지만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25억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한도가 축소됐다.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이 15억원을 웃도는 상황에서 대출만으로는 매입이 쉽지 않은 구조다.
여기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최대 한도까지 대출을 받기도 어렵다.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의 대출 가능액은 약 2억5100만원(30년 만기·원리금 균등상환 기준)에 그친다.
실제 대출 비중은 감소했다. 서울 집값 바로미터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한 자금 비중은 반년 사이 급락했다. 강남구는 지난해 7월 25.4%에서 12월 10.4%로 떨어졌고 서초구(22.8%→10.3%)와 송파구(24.5%→15.3%)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반면 증여·상속 자금은 고가 주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됐다. 지난해 유입 규모는 송파구(5837억원)가 가장 컸다. 강남구(5488억원)·서초구(4007억원)·성동구(3390억원)·동작구(2609억원)·강동구(2531억원)·용산구(2111억원)가 뒤를 이었다. 대출이 줄어든 자리를 가족 자금이 메우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증여 규모가 늘면서 자산 이전 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고령층 중심이던 증여는 50~60대로 내려오는 흐름을 보였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 증여인은 지난달 1773명으로 전월(1624명)보다 9.2% 늘었다.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이 43.03%로 가장 많았지만 60대(32.83%)와 50대(16.19%)를 합치면 49.02%로 더 높았다. 70대 이상 비중은 1월 49.26%에서 2월 43.03%로 6%포인트 넘게 줄었고 50대 비중은 13.42%에서 16.19%로 상승했다.
◆ 50~60대 증여 늘었다…대출 규제·세 부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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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SNS에서 "부동산이 나라의 부를 편중시키며 무주택 서민과 청년의 희망을 빼앗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헌우 기자 |
수도권에서도 같은 양상을 보였다. 경기도 증여인 비중은 70대 이상 41.17%·60대 29.52%·50대 17.86%로 집계됐다. 50·60대 합산 비중이 70대 이상을 앞질렀다. 집값 상승과 세 부담·대출 규제가 맞물리며 자산 이전 시점을 앞당긴 결과로 분석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증여 시점이 다소 앞당겨지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집값이 높은 지역일수록 자녀 세대가 자기 자본만으로 주택을 마련하기 어려운 환경이 이어지면서, 부모 세대의 증여를 통한 자산 이전 수요도 일정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청년층 자산 형성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 자산이 많을수록 자녀 세대 자산 규모도 커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1999년부터 2023년까지 노동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부모 자산이 청년층 자산 형성의 출발선을 좌우한다는 의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자산 불평등 심화 원인으로 '부동산 중심 자산 구조'와 '부의 대물림'을 지목했다. 초기 단계에서 증여·상속으로 자산을 확보한 청년층은 이후 축적 과정에서 우위를 점하는 반면, 부채로 출발한 청년층은 하위 구간에 머무는 경향이 뚜렷했다.
보고서는 자산을 축적한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함께 자녀 세대의 가구 형성이 본격화되면서 부의 대물림을 통한 불평등 심화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상속·증여가 격차를 키우는 통로로 작용하지 않도록 사회적 상속 개념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동산이 나라의 부를 편중시키며 무주택 서민과 청년의 희망을 빼앗고 있다"며 "주택 문제가 결혼과 출산 포기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